원격영상회의·투표, 법개정 필요 … 여야 이해관계 다를 수도

회의장 참여자 수 제한 … 고영인 의원, 비대면토론회 시도

국회 사무처가 비상이다. 코로나19 확산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이다. 아직 국회는 무풍지대다.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징조들이 심상치 않다. 처음 가는 길인만큼 예상하지 못한 경로로 코로나19가 국회를 뒤덮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21일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해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했다.

이달 31일까지 이어지는 8월 결산국회는 업무보고와 현안질의, 결산심사 정도로 상임위와 소위에서 진행돼 회의장 인원수 제한으로 해결될 전망이다.

인사하는 박병석 의장과 여야 원내대표 박병석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장-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 박병석 국회의장,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 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9월 1일부터 시작하는 100일간의 정기국회에서는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대표 연설, 대정부질문에 이어 각 상임위별 국정감사, 법안심사, 2021년도 예산안 심사 등이 예정돼 있다.

이미 상임위 회의장 인원수 제한이 시작됐다. '3단계에 준하는 수준'에서 관리하고 있다. 보건복지위에 시범설치돼 운영하고 있는 소회의장 투명 칸막이 설치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상임위 전체회의장과 본회의장에도 투명 칸막이 설치가 검토되고 있다.

문제는 '3단계 격상'때다. 인원수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국회 사무처는 정부 방역지침에 따라 공무의 경우 300명이 한 곳에 모이는 본회의가 가능한 것으로 확인했다. 다만 안전성 확보를 위해 미국과 같이 '발언자만 회의장에 나오고' '나머지는 각 의원실 등에서 영상으로 보는' 방식을 권고했다. 현재 인터넷을 통해 상임위 영상회의를 볼 수 있다. 또 아예 상임위를 영상회의로 실시하는 방안도 주문했다. 소위원회 회의장은 좀 더 넓은 상임위 전체회의장으로 변경하게 된다. 의원간 거리를 충분히 벌리려는 의도로 보인다. 9월부터 순차적으로 설치될 영상회의 시스템은 국회의원들이 있는 국회와 피감기관이나 증인들이 있는 세종시 등을 이원으로 연결하는 방식만을 염두에 두고 있다. 여야가 합의하면 의원들과 공무원들이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줌(Zoom) 등의 시스템을 활용해 화상회의로 진행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이때 가장 논란이 될 수 있는 게 표결이다. 미국 하원은 본회의장 토론때 발언 의원만 참석하고 나머지 의원은 사무실에서 표결시까지 대기하고 있다가 투표할 때가 되면 435명 하원의원을 6개 그룹으로 나눠 순차적으로 참여하는 방안을 시도했다. 상임위 역시 같은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또 국회 사무처는 국회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국회 본청이나 국회 전체가 방역을 위해 통제돼 물리적인 회의장 확보가 불가능한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국회 안과 밖의 대체공간 확보에 나섰다. 국회 본청만 차단된다면 의원회관 대회의실 등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사무처는 "국회법상 의장석과 의원석에 관한 규정만 존재하고 물리적인 본회의장과 위원회 회의장 위치에 대한 규정이 없어 현행법으로도 회의장 변경이 가능하다"고 유권해석했다.

그러나 표결은 다르다. 본회의장에서 국회의장(부의장)이 진행해야 한다. 대체 회의장에서 토론 등은 진행할 수 있으나 현행 규정으로는 본회의장에서 해야만 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국회법 개정이 절실하다. 국회 사무처가 실무를 고려해 제시한 국회법 개정안은 '원격영상회의와 표결'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1급 감염병 발병 상황으로 의결정족수 이상의 의원이 회의장에 출석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경우'에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합의해' 일부의원이 동영상과 음성이 동시에 송수신되는 장치가 갖춰진 서로 다른 장소에 출석해 진행하는 원격영상회의 방식으로 본회의를 개의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본회의에서의 표결은 원격영상회의시스템을 이용해 실시한다'거나 '원격영상회의에 출석한 의원은 동일한 회의장에 출석한 것으로 보며 표결에 참여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러고는 상임위도 같은 방식으로 하도록 했다.

원격영상회의나 원격표결이 이뤄지면 토론이 가능해지고 의결까지 가능해진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독주를 경험한 미래통합당 등 야당이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한 원격회의와 표결에 합의해줄 지는 불확실하다.

하지만 팬데믹(대유행) 상황이 확산되고 국회의원 또는 국회 직원 중 확진자가 발생, 많은 접촉이 이뤄졌을 경우 등 '입법 셧다운' 가능성까지 고려한다면 빠른 국회법 통과와 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전날 박병석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에서 여야가 주도하고 사무처가 보좌하는 코로나19 대응팀을 구성키로 합의했다. 이 대응팀은 일일 점검을 비롯해 국회 차원의 방역 대책과 사후 조치를 조율하게 된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고영인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는 처음으로 비대면 토론회를 개최했다. 예정됐던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제도 및 대응체계 개선 방안' 토론회를 연기하지 않고 줌(Zoom)을 활용해 화상회의를 열었다. 고 의원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면서 토론회 개최여부를 놓고 고심했으나 급격하는 변화에 하루 빨리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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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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