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조물적 관리 체계로 전환 시급 … 방재형 도시계획 등 홍수 대응에도 효율적

역대 최장 장마에 전국 각지에서 피해가 속출함에 따라 물 관리 혁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기후위기에 따른 물 관리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것은 에너지 공급이나 식량생산(물·에너지·식량 넥서스)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통합물관리'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어렵게 도입된 통합물관리가 제대로 현장에서 돌아가기 위해서는 아직도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많다. 내일신문은 3회에 걸쳐 진정한 통합물관리를 위해서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하고 물관리 선진화를 위한 대책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편집자주>


낙동강은 대표적인 물 갈등 지역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먹는 물 의존도가 월등히 높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중·상류에 대규모 공장 등이 포진하고 있어 수질관리에 취약하고 크고 작은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이번 전국을 휩쓸고 간, 기록적인 폭우 상황에서도 이런 특성이 두드러졌다.

어떻게 해야 할까. 해묵은 취수원 갈등부터 홍수 등 각종 재해 상황 대응까지, 낙동강을 둘러싼 각종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역 물 순환 맞춤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송시훈 경북대학교 교수(한국유역환경학회장)는 "물 문제는 지역 자체에서 해결을 해야 하지만 안 될 경우 당연히 다른 유역과 함께 고민을 풀어야 한다"며 "물 문제 해결을 위해서 유역관리체계를 강화해야 하는데, 이는 이미 세계적인 추세"라고 말했다.

낙동강 갈등 등 물 분쟁 해결을 위해서는 유역기반의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 9일 부산 강서구 서낙동강이 최근 내린 집중호우로 수위가 상승하고 흙탕물로 변한 장면.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1990년대부터 지속된 분쟁, 이해관계 첨예 = 문재인정부는 1991년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 이후 갈등의 골이 깊어진 채 방치되어 온 낙동강 물 문제 해결에 나섰다. 낙동강에서 하루 평균 취수하는 생활용수 양은 약 462만㎥/일에 달한다. 이 중 낙동강 본류 하천수가 265만㎥/일로 57%를 차지한다. 부산의 경우 생활용수 본류 의존율이 91%나 된다(2017년 기준). 대구는 70%, 울산 58%, 경남 53%, 경북 22% 등이다.

게다가 낙동강은 한강 대비 산업폐수 발생량이 4.7배나 되지만 수질보전·개선 등을 위한 입지규제 면적은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구조적으로 크고 작은 수질오염사고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때문에 지역 주민들은 원칙적으로는 식수 불안에 더 이상 떠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농업용수 고갈, 상수원 보호에 따른 규제 강화 등 낙동강을 둘러싼 각 지역들 간의 이해관계가 워낙 첨예해 해결책을 찾는 일은 그리 녹록지 않다.

지난해 4월 29일 국무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국무조정실장 환경부장관 대구시장 울산시장 경북지사 구미시장 등은 '낙동강 물문제 해소를 위한 상호협력 업무협약'을 맺고 해결책을 찾기로 했다. '낙동강 유역 통합물관리 방안 마련 연구'는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이번 용역 중간보고서에선 낙동강 본류 수질 개선 방안으로 △영주댐 상류, 창녕함안보 등 비점오염원이 증가하는 지류를 대상으로 저감시설 설치 △오염물질 배출 최소화 기준을 적용한 통합허가제 조기 도입 △경북 구미 공공하수처리장과 대구 성서 산단 공공폐수처리시설에 폐수무방류시스템 도입 검토 △경북 금호강과 경남 남강에 총유기탄소(TOC) 수질총량제도 시범 도입 등을 제시했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낙동강 지류인 합천 황강 하류에서 45만㎥/일을 취수하고 낙동강 본류인 창녕에서 강변여과수나 인공습지를 개발해 50만㎥/일을 확보하는 것을 고려 중이다.

95만㎥/일 중에 48만㎥/일은 창원·김해·양산·함안 등 동부경남에 우선 공급하고 남는 47만㎥/일을 부산에 제공한다. 부산은 이 외에 필요한 48만㎥/일의 물을 종전 물금·매리취수장의 물을 초고도 정수 처리해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유역 의사 결정 체계 보완해야" = '낙동강 유역 통합물관리 방안 마련 연구'의 경우 지역의 상황을 담은 용역인 만큼 연구 중간 중간 지자체들과 공유, 추가 연구 사항을 넣기도 했다. 5일 경남 창원에서 보고회를 갖기 전 지자체는 물론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사전설명을 31회나 했다.

하지만 중간 연구 결과 발표 이후에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물관리 패러다임 전반을 확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 주도의 분절적인 관리에서 벗어나 지역 중심의 통합 물 관리를 이뤄내야 한다는 것이다. 송 교수는 "유역관리위원회 등 유역에서 해당 문제를 논의하는 기구는 있었지만 형식적인 측면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최근 보완은 되고 있지만 좀 더 권한 있고 책임 있는 성격으로 유역 의사 결정 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환경부도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해 통합물관리가 이뤄진 뒤부터 여러 보완책을 마련 중이다. 유역단위 물순환 목표와 개념을 정립하고 추진방향 및 전략, 평가 시스템, 계획 수립 및 이행 평가 등 물순환 관리 체계를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유역 이·치수 관리, 종합적인 물순환 회복·촉진을 위한 법·제도 도입을 추진 중이다.

또한 우선적으로 수요관리를 고려해 물관리 시설의 유기적인 연계운영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맞춤형 대체수자원 확보를 통한 수요와 공급의 통합도 추진 중이다.

◆홍수량 할당제 등으로 재해 대응 기능 강화 = 이번 홍수 피해 등을 계기로 유역 관리를 기반으로 하는 홍수량 할당제(홍수총량제)도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홍수량 할당제는 하천별로 제방이 방어할 홍수량을 미리 할당해 제방 부담을 완화하고 초과 부분은 방재형 도시계획 등을 통해 유역 내에서 해소하는 제도를 말한다.

홍수 위험이 하류로 집중되지 않도록 사전에 상·하류 간 배분해 대응하는 식이다. 이러한 제도가 정착되기 위해서라도 상·하류 등 유역간 긴밀한 의사소통은 필수다.

또한 구조물에 치중하는 치수대책에서 벗어나야 제대로 된 홍수량 할당제가 가능하다. 하천은 한 지역이 아닌 여러 지역을 흐른다. 제방을 쌓는 식의 구조물적인 방법으로는 이상기후로 인한 재해 대응에 한계에 도달했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학교 교수(토목공학과)는 "최근 국제적인 홍수 대응 정책 방향은 '강에 더 많은 공간을' 되돌려주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우리도 비구조물적인 방식으로 하천 관리 체계를 바꾸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후위기시대 '통합물관리'" 연재기사]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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