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정의 실현 위한 물순환 시급 … 개별법으로는 한계, 특별법 제정 필요

역대 최장 장마에 전국 각지에서 피해가 속출함에 따라 물 관리 혁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기후위기에 따른 물 관리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것은 에너지 공급이나 식량생산(물·에너지·식량 넥서스)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통합물관리'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어렵게 도입된 통합물관리가 제대로 현장에서 돌아가기 위해서는 아직도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많다. 내일신문은 3회에 걸쳐 진정한 통합물관리를 위해서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하고 물관리 선진화를 위한 대책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편집자주>


"이번 홍수 피해를 계기로 댐 관리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물 순환 체계를 다시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댐 부실 관리 등의 문제에만 천착하지 말고 홍수 취약 지역들을 전반적으로 재점검 할 때입니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학교 교수(토목공학과)의 말이다. 하천의 물은 당연히 도시에도 흘러들어간다. 홍수가 날 만큼 폭우가 쏟아지면 댐 근처뿐만 아니라 도심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지나친 도시화로 불투수층이 증가함에 따라 폭우로 인한 피해는 더 커지는 상황이다. 불투수층이란 도로 포장 등을 말하는데, 이 면적이 커질수록 빗물이 땅속으로 침투하지 못하면서 물 재해가 일어날 확률이 증가한다.

반영운 충북대 교수(도시공학과)는 "물 전공자나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각각 자신의 영역만 얘기하는 경향이 있다"며 "도시의 공간 계획을 만들 때 물 순환 총량 단위의 계획을 함께 고려하고 빗물을 다시 쓸 수 있는 물 순환 고리를 제대로 만들어서 궁극적으로는 하천의 부담을 적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천 관리가 도시계획과도 유기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역대 최장 장마에 불투수면이 많은 도심 도로가 누더기가 됐다. 부산의 한 지역에서는 싱크홀이 발생해 운행 중이던 차량의 바퀴가 빠지기도 했다. 사진 연합뉴스, 부산경찰청 제공


◆저지대, 경제적으로 취약할수록 홍수 피해 커 = 이번 홍수로 인한 피해에서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던 사항은 부처간 협업이 긴밀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각 부처별로 분절적으로 추진되는 정책들을 중점적으로 검토해 일괄된 체계로 정비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환경부는 2018년 통합물관리 이후 첫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을 수립 중이다. 2030년까지 물순환 물이용 물환경 물안전 등 7대 분야별 계획을 담는, 물 관련 최상위 법정계획이다. 비전은 '자연과 인간이 함께 누리는 생명의 물'이다.

종전과 달리 수량과 수질을 밀접하게 고려한 계획이 나올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물론 수질 수량 물안전 등 물 분야를 모두 아우르며 환경부는 물론 타부처의 물과 관련된 법정계획들의 기준 및 지침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건 사실이다.

심화하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도시계획과 하천 등 물관리가 유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사진은 7월 30일 강원 춘천 도심 하천 곳곳에서 밀려온 흙탕물이 공지천으로 합류하고 있는 장면. 춘천=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하지만 전문가들은 진일보는 했지만 지금과 같은 체제로는 곧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반영운 교수는 "과거 국토계획과 물순환계획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있었지만 경제적 가치에만 지나치게 치중하면서 제대로 된 논의도 못했다"며 "통합물관리가 이뤄진 만큼 물관리기본계획이 국토이용계획에도 반영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간에서 투영되는 물관리계획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기존 법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국토교통부와 환경부의 정책이 융합할 수 있는 특별법(가칭 '도시 물순환 회복에 관한 법률')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도시 물 순환 정책을 위해서는 국토계획 광역도시계획 도시계획 등 각 단위별로 세밀한 물 순환 전략이 맞물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계획관리체계의 체계적인 조정과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간의 역할 분담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시스템의 조정을 위해서는 현 법적 체계로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특별법 제정시 계획을 평가하고 심의할 수 있는 기구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해당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심의하고 인증하는 건 필수다.

반영운 교수는 "저지대일수록 침수 피해가 큰데, 아이러니하게도 경제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이기도 하다"며 "단순히 물 관리 문제로 국한돼서 볼 수 없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라고 말했다.


◆그레이 인프라를 그린 인프라로 대전환 = 사실 도시와 하천 등 제대로 된 물 순환 고리 조성은 이미 국제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제8차 세계물포럼 기간 중 유엔-워터(UN-Water)는 '2018년 세계 물 개발 보고서'를 통해 '자연기반해법'(Nature-based Solutions for water, NBS)을 제시했다. 자연기반해법이란 기후변화와 인간에 의한 도시화로 발생하는 문제를, 자연을 기반으로 한 기법으로 통해 해결하자는 것이다.

사회 인프라를 만들 때 자연적 기반과 공정을 이용, 물 순환과 에너지 흐름이 제대로 이뤄지도록 한다. 저영향개발기법(LID), 물 순환 관리형 도시 설계(WSUD) 등이 대표적인 예다. 자연기반해법을 통한 효과는 △자연습지와 인공습지, 완충지역 등을 통한 수질 개선 △홍수터 복원, 옥상녹화, 생태하천 복원 등 물 재난과 기후위기 영향 저감 등을 들 수 있다.

김이형 공주대학교 교수(건설환경공학부)는 "자연기반해법이란 우리가 가진 모든 기술들을 자연적인 것으로 해결하자는 얘기가 아니라 최대한 자연이 가진 기능이 발휘되도록 사회 인프라를 만들자는 취지"라며 "그린 인프라가 아닌 그레이 인프라를 만들면 처음에는 비용이 적게 들지 몰라도 유지·관리 단계에서는 끊임없이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고 말했다.

그린 인프라는 사람과 자연에게 동시에 혜택이 가는 공간인 반면 그레이 인프라는 사람만을 위한 영역이다. 때문에 그레이 인프라를 그린 인프라로 탈바꿈 시키면 단일기능이 아닌 복합기능으로 변하고, 장기적으로는 예산도 적게 든다는 설명이다.

김이형 교수는 "중소규모의 사업을 할 때도 물과 에너지의 흐름을 고려해 인허가를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지자체가 조례로 해당 규정을 만들고는 있지만 중앙정부가 모법에서 정의를 해주지 않으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물순환 회복 및 저영향개발 기본 조례'를, 수원시는 '물순환 관리에 관한 조례' 등을 제정해 운영 중이지만 현실적으로 한계가 많다는 지적이다.

◆"소하천에 홍수 피해 컸던 것도 물 단절 영향" = 김이형 교수는 "이번 홍수 피해가 대하천보다는 소하천이나 지류, 지천에 많이 났던 이유도 물과 자원, 에너지의 순환 구조가 단절되었기 때문"이라며 "우리 몸도 외부랑 단절되면 땀이 나지 않는 것처럼 인간이 만들어 놓은 인프라가 자연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계속적으로 공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하천이 본래 가지고 있던 지체·저류·침투 기능 회복을 통해 습지조성, 생태계 복원 등 자연성 회복과 홍수방어 능력을 확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홍수터 옛물길 자연범람구역 생태습지 저류지 등 하천 수변구역에 다양한 지체·저류공간을 확대할 계획이다. 도시 지역의 경우 분산형 저류 침투시설로 탈바꿈할 방침이다.

홍수 피해 방지를 위한 저류지(빗물을 저장하는 시설이나 장소) 조성목표 역시 대하천 중심에서 도시하천 소유역 단위로 바꾼다. 종전 대규모가 아닌 중규모 분산형 저류시설을 발굴하는 게 목표다. 용도 폐지된 농업용저수지를 저류지로 리모델링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저류지는 홍수조절 기능 외에도 수질오염 완충, 생물다양성 확보 등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기후위기시대 '통합물관리'" 연재기사]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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