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투표제 의무화 … 독립적 이사회 구성

박용만 회장 "경제 입법 일방통행 안돼"

정부 여당을 중심으로 이른바 '공정경제3법(상법ㆍ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추진에 대해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반면 재계는 공정경제3법은 기업에 부담이 되는 법안으로 기업들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반발했다.

◆경제개혁연대 "실효성 확보를 위해 대상 넓히고 조건 완화해야" = 경제개혁연대는 21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상법 개정안에 대한 검토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상법 개정안은 크게 4가지 사항이 핵심이다. 다중대표소송제 도입과 감사위원회 위원 분리선출, 감사 등 선임시 전자투표 실시하는 경우 주주총회 결의요건 완화,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이다.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에 손해를 끼친 이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손해를 배상하도록 하는 제도다. 우리나라 대기업집단은 다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고 상장회사가 비상장회사에 대해 상당한 지분을 출자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해당 상장사 소액주주들은 비상장사 계열회사 주식을 소유하기 어렵기 때문에 다중대표소송제가 필요하다는 것이 법안 취지다.

미국은 판례를 통해 다중대표소송에 대한 법리가 형성돼 있다. 일본 독일은 요건과 절차가 다르지만 법률로 명문화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을 적극 찬성하면서도 예방효과를 고려해 대상범위를 확대할 것을 주문했다. 개정안은 지분율 50% 초과 모ㆍ자회사 기준을 적용하고 있으나 이를 30% 초과 출자기준으로 강화하자는 것이다. 적용회사 비율이 64.82%에서 82.24%로 크게 늘어난다.

또 다중대표소송 소제기 요건이 발행주식총수 1% 지분 보유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제도의 형해화가 우려된다"며 "상장사의 경우 0.01% 지분을 6개월 이상 보유한 주주로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정안은 감사위원 1명을 분리선출하고 최대주주는 3%를 초과하는 주식 의결권을 제한하도록 했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은 지배주주로부터 독립적인 감사위원회 구성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경제개혁연대 주장이다. 경제개혁연대는 개정안처럼 일부 위원만이 아닌 모든 위원을 대상으로 분리선출 방식으로 선임하는 것이 제도 취지에 부합하다는 의견을 냈다.

개정안은 감사와 감사위원 선임시 전자투표를 실시하는 경우 주총 결의요건을 완화했다. 실제 의결정족수 충족이 곤란한 경우가 발생했는데 이 개정안은 재계 요구를 수용한 셈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의결정족수 문제는 법 개정을 통해 요건을 완화할 것이 아니라 주총 참석률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집중투표제는 회사와 지배주주가 아닌 주주들이 제안하는 이사 후보자 선임 가능성을 높여 독립적 이사회 구성에 기여하도록 하는 수단이다. 1998년 상법에 처음 도입됐으나 회사가 정관에 이를 배제할 수 있도록 해 실제 사용되지 않았다.

이번 개정안에도 집중투표제 의무화는 포함되지 않았다.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회위원 분리선출시 대주주 의결권제한 규정이 동시에 도입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번 개정안은 감사위원회위원 일부만 분리선출하기 때문에 보완적으로 소수주주들의 집중투표제 요청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2016년말 기준 유가증권 상장사 93.5%가 정관에서 집중투표제를 배제하고 있다.

◆"기업들 사면초가" = 한편 경제단체는 공정경제3법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1일 "국회가 경제에 눈과 귀를 닫고 있다"고 정치권을 비판하며 '일방통행식' 경제 입법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박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코로나19 여파로 기업들은 매일 생사의 절벽에서 발버둥 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정치권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여야 가리지 않고 기업에 부담이 되는 법안을 추진해 기업들이 사면초가"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경제 관련 법안들을 정부·여당은 물론 야당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힌 점을 언급 "당 지도부와 정부가 모두 '하겠다'는 의사표명부터 해놓은 상태"라며 "기업측 이야기는 들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일사천리로 정치권에서 합의하는 데 대해 동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국회에서 추진되는 경제 입법에 대해 전부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전제하면서 "그러나 방법과 절차 모두에 문제가 있는 만큼 기업 의견을 수렴하고 부작용, 대안까지 토론하며 옳은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범현주 기자 hjbeo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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