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연대 "사실상 특혜" …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효과 8개사뿐

정부가 발의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그동안 논의되던 지주회사 규제와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 확대 등이 포함돼 주목된다.

다만 일부 조항은 기존 규제대상을 제외하고 있는 등 실효성 면에서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상법 개정안에 이어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한 검토보고서를 22일 발표했다.

검토보고서가 다룬 주요 개정안을 보면 재벌의 경제력집중을 억제하기 위해 지주회사 출자단계를 줄이고 자회사 등에 대한 소유 지분율을 높이는 지주회사 행위제한 규제를 강화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개정안, 지주회사 지분율 요건 10%p씩 올려 = 현행법은 지주회사의 자회사와 손자회사 지분율 요건을 상장 20% 이상, 비상장 40%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를 상장 30% 이상, 비상장 50% 이상으로 각각 10%p 상향했다.

다만 개정안은 이 조항 적용을 지주회사로 새롭게 설립되거나 전환되는 경우부터 적용한다는 경과규정을 부칙에 두고 있다.

롯데지주는 62개 자회사와 손자회사를 두고 있는데 이 가운데 30% 미만 상장사는 3곳, 50% 미만 상장사는 7곳이다. 개정안을 적용할 경우 10개 자ㆍ손자회사 지분율을 높여야 한다. 한국투자금융지주(9개사), SK(8개사), 한진칼(7개사), 효성(7개사) 등도 개정안에 따른 지분율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경제개혁연대는 보고서에서 "지주회사에 대한 행위규제 강화 조치를 경제력집중 등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는 기존 지주회사집단에 적용하지 않는 것은 사실상 특혜"라고 주장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의무지분요건 충족을 위한 유예기간(예를 들어 2년)을 두어 모두 해소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 경제개혁연대는 "지주회사의 무분별한 확장을 막기 위해서는 자회사와 손자회사의 경우 '사업연관성'있는 손자회사와 증손회사의 지배만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규제에 대해 기업지배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정부정책에 대한 기존 지주회사 신뢰보호, 법적 안정성, 규제부담 편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현행법은 금융ㆍ보험회사가 보유한 국내 계열사 주식에 대해 원칙적으로 의결권 행사를 금지하고 있다. 이는 금산분리 원칙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상장 비금융 계열사의 경우 주요 안건에 대해 특수관계인과 더해 15%까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예외를 허용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금융ㆍ보험회사의 계열사 주식 의결권행사 제외규정을 두었다. 또 공익법인의 계열사 주식 의결권 제한규정을 신설했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계열사간 합병 영업양도의 경우 금융ㆍ보험사가 소유한 계열사 지분 의결권행사(15%까지)가 허용되지 않는다.

개정안의 실질적 효과는 에스원(총수일가 측 의결권 2.4% 감소), 삼성전자(3.9% 감소), 호텔신라(5.3% 감소) 등 3개사에서만 나타난다.

이들 회사는 현행 공정거래법 기준으로도 의결권 제한 후의 지분율이 15% 내외에 불과하다. 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총수일가 측이 단독으로 합병이나 영업양도 안건을 통과시킬 수 없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어 실효성이 크지않다.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 상당수가 자산 대부분을 계열사 주식으로 구성하고 있다. 배당수익률도 낮은데 총수일가 지배권 유지ㆍ강화에 활용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 2026년 이후 =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공익법인은 원칙적으로 계열회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할 수 없으나 주총 주요 의결사항에 대해 특수관계인 합산 15%까지 의결권행사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주총 주요 의결사항 가운데 계열사간 합병이나 영업양수도는 제외했다.

예를 들어 삼성생명은 총수일가 지분이 52.4%다. 이 가운데 공익법인(삼성문화재단 삼성생명공익재단)이 7.6%를 소유하고 있다. 이들 공익법인은 삼성생명이 계열사와 합병을 시도할 경우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다만 대기업집단 80개 공익법인 가운데 실질적인 의결권 감소효과인 3% 이상인 회사는 8개에 불과했다. 8개사는 삼성생명 삼성화재 롯데칠성 포스코 대림코퍼레이션 영품문고 이노션 유미개발(영풍)이다.

게다가 개정안은 부칙에서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을 30%에서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있어 실제 15% 의결권 제한이 되는 시기는 2026년 이후라고 규정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개정안의 금융ㆍ보험회사와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회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제한은 사실상 실효성이 크지 않다"며 "기업 지배권 위협이나 기업활동 위축 주장은 과도한 우려"라고 지적했다.

개정안은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을 확대했다. 총수일가 지분율 기준을 현행 상장 30%, 비상장 20%에서 상장ㆍ비상장 구분없이 20%로 일원화했다.

["공정경제3법 개정안 살펴보기" 연재기사]

범현주 기자 hjbeo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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