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인식·효과적 관리·혁신 책임 … 세계경제포럼, 기후 지배구조원칙 발표

기업거버넌스 개선이 주주의 이익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국내 최초의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사회 규모가 커질수록, 이사회 독립성이 높을수록 탄소배출 성과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내용이다. 전문가들은 기업지배구조 핵심 요소인 이사회가 기후변화 위험과 기회를 잘 인식하고 이의 영향을 효과적으로 관리, 혁신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배구조 중요성 커져 =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늘날 기업은 경제적 성과는 물론 사회와 환경 성과에도 관심을 두고 전략적 자원 배분에 집중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 이슈는 전 세계 공동의 문제로 대응이 늦어질수록 규제 준수비용이 증가한다. 또 기관투자자들의 기후변화 대응 공시 요구가 강화하는 추세에 있어 장기적 기업가치 극대화와 기업의 생존을 위해 필수적으로 대응해야 할 문제로 꼽힌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기후변화 하나만 놓고도 210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약 69조달러에 달하는 경제적 부를 파괴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 기업거버넌스포럼이 지난 24일 개최한 세미나 '기업거버넌스가 탄소배출 성과에 미치는 영향'에서는 "기업지배구조가 우수할수록 국내 기업의 탄소배출을 적게 하고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수익성이 좋아진다"고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발제자로 나선 오승재 변호사는 "2015년도부터 2018년도까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대상기업 중 상장회사를 표본으로 기업지배구조가 탄소배출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탄소집약도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이사회 규모가 클수록 △이사회 독립성이 강할수록 또한 탄소배출 성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사회 질적 요인 강화 필요 =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CDP 한국위원회 상임부위원장)는 "기후변화가 기업에게는 위험이자 기회로 이사회가 올바른 대응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며 "기후변화를 다루는 이사진의 전문성과 담당 임원의 지위 책임의식 인센티브 제도 등 이사회 질적 요인이 강화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세계경제포럼은 글로벌 회계·컨설팅 그룹 PwC컨설팅과 협력해 8개 항의 기후지배구조원칙을 발표하기도 했다. 현실적으로 이사회가 기후변화 위험과 기회를 파악해 이를 전략에 통합하고 이의 실현을 감독하는 결정을 내리는 데 △여타의 다른 위험도 함께 해결해야 하는 우선순위의 제약과 △기후변화의 복잡성 불확실성 비가시성 등으로 관리하기 어렵다는 제약 △장기에 걸친 기후변화의 위험에 비해 단기성과 추구 압박이라는 제약 등을 감안해 마련했다.

1조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투자사들이 모인 친환경 투자 단체 '세레스(Ceres)'는 기후변화 지배구조를 평가하는 체크리스트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기업들의 기후관련 대응은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 2017년 금융안정위원회(FSB) 산하 기후관련 재무정보공개대책반(TCFD)이 권고한 기후관련 재무정보공개에는 올해 9월 현재 시가총액 12.6조달러에 달하는 1440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이중 금융기관은 138.8조달러를 운용하는 473곳이 동참하고 있다. 이 권고안은 전 세계 1057개 기관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캐나다 등 7개 정부의 지지를 받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신한금융, KB금융 등 7개 기관이 지지를 선언했고, 지난 3월엔 국내 제조업계 최초로 포스코가 지지했다.

국내 금융사들의 탈석탄 선언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한국투자증권이 국내 증권사 중 처음으로 '석탄 관련 투자를 중단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이달 25일 KB금융은 국내 금융지주 가운데 최초로 국내외 석탄화력발전관련 투자 전면 중단을 발표했다.

◆지속가능 자본시장 위해 연기금 나서야 = 지난 3월말 전세계 대표적인 연기금 최고투자 책임자들은 공동으로 지속가능한 자본시장을 위한 결의를 발표했다. 고작 향후 몇 년간의 단기수익률 극대화를 위해서 노력하는 단기주의에 빠지기 쉬움에 경고하며 지구환경, 사회, 종업원과 같은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가는 기업들에게 투자할 것을 천명한 내용이다. 연기금 최고투자책임자들은 자산운용사들과 투자대상 기업들에게 "향후 전략을 장기적 방향과 지속가능성을 고려해 재설정해야한다"며 "이해관계자, 사회, 지구환경과의 상호작용 관련 정보공개를 확대해 장기적 가치를 창출하고 제고할 것"을 요청했다.

류영재 포럼 회장은 "전세계 연기금처럼 국민연금과 같은 장기 투자자들이 기후변화 대응을 잘 하는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탄소효율성의 시대" 연재기사]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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