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에서 다발 … "금융종사자 신고의무화 필요"

2019년 장애인학대 통계자료에 따르면, 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접수된 장애인 학대 신고건수가 4376건으로 대폭 늘었다. 학대의심사례 신고 역시 전년보다 증가했다. 발달장애인에 대한 학대가 두드러졌고 장애인거주시설 등 집단이용시설에서 발생하는 학대 역시 늘고 있다. 하지만 학대를 예방·조사하고 피해장애인을 적절히 보호할 인력과 인프라 부족은 여전하다. 내일신문은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 증진을 위해 장애인 학대 예방책 등 대안을 찾아본다. <편집자주>


#. 피해자 K(지적장애 3급)씨 경우 부친이 사망한 2014년 11월 이후,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K씨를 돌보겠다는 삼촌 숙모가 나타났다. 이들은 K씨 명의의 재개발보상금 및 돼지농장급여·보험금 해지금·돼지농장 퇴직금·고물상 급여 등 현금 2억3593만원을 갈취했다. 또 K씨가 원하지 않는 1억600만원을 은행에서 대출하도록 해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 부산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조사과정에서 삼촌 등은 K씨 돈을 본인들이 관리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K씨의 돈으로 생활비, 오피스텔 구입 잔금 등에 사용한 것을 본인들도 인정했다. (2020년 3월, 형법 제328조 제1항(친족간의 범행과 고소)에 대한 헌법소원 사례 중에서)

#. 피해자 A(20대)씨와 B(20대)씨는 심한 지적장애인이다. 이들이 심신장애가 있는 것을 이용해 C회사 직원 4명은 '핸드폰 요금을 싸게 해줄 수 있다'거나 '주기적으로 신규 핸드폰으로 바꾸게 하고' '사은품이라며 태블릿과 스마트워치를 판매하는' 등 이들을 속여 이동통신기기를 구매·가입케 했다. 이들 직원을 통해 A씨는 2017년 3월부터 2020년 1월까지 11차례 1004만원 상당의 통신기기 구매와 소액결제 106만원을, B씨는 2019년 4월부터 7월까지 5차례 598만원 상당의 통신기기를 구매했다.(2020년 6월, 광주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준사기·사문서 등 위조·절도· 개인정보보호법 등 위반 혐의' 고발 사례)


장애인학대 유형을 보면, '경제적 착취'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2019년 장애인학대 현황보고서(보건복지부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따르면, 2019년 전국 장애인권익옹호기관 등에 학대의심사례로 접수된 1923건 중 학대 판정된 것은 945건이다. 이중에서 '경제적 착취'사례 231건(24.4%), 신체적 학대 24.1%, 성적 학대 90건(9.5%) 등으로 경제적 학대가 최고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종군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장은 "발달장애인에 대한 경제적 착취는 5년 이상 장기간 학대 사례가 가장 많고 1년 이상 피해를 겪은 경우가 58.3%에 이른다"며 "장기간 피해를 입고 있지만 신고 되지 않거나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보고서에는 "피해 기간이 10년 15년 심지어 20년 이상인 사례도 흔히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장애인들이 당하는 경제적 착취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금융기관의 종사자 등을 학대 신고의무자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친척 지인 등이 장애인의 형식적인 위임을 받거나 동행해 금융기관에서 대출·출금·이체 요청할 경우, 금융기관 종사자가 장애인 당사자의 의사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은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장은 "후견인이 권한을 이용해 배임적 거래를 하는 경우 이를 가장 먼저 인지하고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곳이 금융기관이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금융기관 종사자가 의심스런 거래를 발견할 경우, 장애인권익옹호기관 등에 신고하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씨 등의 사례처럼 원하지 않은 대출로 재산상 손해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3월 장애인복지법 개정에 따라, 경찰이 장애인 학대가 의심되는 경우를 발견하면 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통보하도록 하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통보 대상이 장애인 사망, 상해, 가정폭력 사건 등으로 돼 있는데, 경제적 착취사건 특히 노동력 착취의 경우도 경찰의 통보대상 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장애인학대보고서는 제안했다.

["장애인 학대예방책 강화 시급" 연재기사]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김규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