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유리한 환경 불구, 여전히 민주당 지지율 우위 … 국민의힘, 보선 패하면 1년 뒤 대선도 '힘겨운 싸움'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사실상 2022년 3월 대선의 전초전으로 읽힌다. 보궐선거의 승패에 따라 여야의 대선지형도 요동칠 수밖에 없다. 만약 민주당이 전국선거 4연승에 이어 서울시장 보궐선거마저 승리한다면 문재인정권 5년에 대한 민심의 지지로 읽히면서 2022년 대선으로 가는 길이 순탄할 수 있다. 반면 국민의힘이 4연패의 사슬을 끊고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이긴다면 문재인정권 심판론이 확산되면서 정권교체의 전주곡이 될 수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보수야권의 '대선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셈이다.

◆여권 우위의 여론지형 = 반년 앞으로 다가온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사실 여권에게는 '불리한 게임'이 될 조건이 많다.

주요 대학병원장 만나는 김종인 비대위원장 |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13일 국회 비대위원장 회의실에서 김영모 인하대 의료원장(왼쪽 두번째), 김연수 서울대병원장 등 주요 대학병원장들과 만나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내년 4월은 문재인정권 임기 말로 접어든 시기다. 정권이 추진해온 정책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는 때다. 경제와 부동산, 남북관계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정권말이면 매번 불거지는 권력형 비리가 터져나올 수도 있다. 정권심판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민주당 소속이었던 박원순 전 시장의 사망에 따라 실시된다. 여당으로선 '보궐선거 책임론'을 피하기 어렵다. 국민의힘은 지난 6월 '김종인 체제' 이후 나름 쇄신행보를 걸어왔다. 이런 조건들이 겹치면 보수야권은 보궐선거를 앞두고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른 분위기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전히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앞선다. 한국갤럽 조사(9월 22~24일, 1002명 대상 조사,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민주당 37%, 국민의힘 21%다. 무당층이 29%에 달한다. 국민의힘은 부동산 대란과 추미애 논란 등 호재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에 맞설만한 지지세를 모으지 못하고 있다. 보궐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에게 유리한 조건들이 조성되고 있지만 국민의힘이 그 조건들을 자신의 지지세로 결집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예상대로? 대역전? = 여권 우위의 여론지형이 서울시장 보궐선거까지 이어지면서 민주당 후보의 승리로 귀결된다면 이듬해 대선도 예상보다 '싱거운 게임'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지역 편향성이 약하고 이념과 계층이 중립적인 서울에서 민주당 후보가 승리한다는 것은 문재인정권에 대한 여론의 재신임이자 보수야권에 대한 재불신임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1년도 남지 않은 대선에 대한 '암시'로 받아들여져 민주당은 대세론으로 밀어붙이고 국민의힘은 지리멸렬한 상황 속에서 대선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보수야권이 정권심판론을 결집시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극적인 승리를 쟁취한다면 야권지지층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속에 강하게 결집할 것으로 보인다. 극심한 지지율 부진을 겪고 있는 보수야권 대선주자들도 지지층 결집의 수혜를 입으면서 하나둘 급부상할 수 있다. 유승민 원희룡 홍준표 오세훈 등이 치열한 경쟁을 통해 정권교체 분위기를 확산시킬 수 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 야권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대선에서도 격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힘겨운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며 "야권 입장에서 (보궐선거는) 대선을 앞두고 여권에 대항할만한 경쟁력을 갖췄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기회"라고 지적했다.

["2021 서울시장 보궐 보면 2022 대선 보인다" 연재기사]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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