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교육·내부자 고발만으로는 한계 … "개인생활 가능한 시설 소규모·탈시설화"

2019년 장애인학대 통계자료에 따르면,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전체 장애인 학대 신고접수 건수는 4376건으로 대폭 늘었다. 학대의심사례 신고 역시 전년보다 증가했다. 학대 양상은 발달장애인의 학대피해가 두드러졌고 장애인거주시설 등 집단이용시설에서 발생하는 학대 역시 늘고 있다. 하지만 학대를 예방·조사하고 피해장애인을 적절히 보호할 인력과 인프라 부족은 여전하다.

내일신문은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 증진을 위해 장애인 학대 예방책 등 대안을 찾아본다. <편집자주>



장애인들이 집단거주하거나 교육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받는 시설에서의 학대 양상이 심각하다. 2019년 장애인학대보고서(보건복지부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따르면, 2019년 학대로 판정된 945건 가운데 358건이 집단이용시설에서 발생했다. 이 중 장애인거주시설에서 학대가 발생한 경우가 222건(62.0%)에 이른다.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인의 비율이 전체 등록장애인의 2%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매우 심각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이에 장애계 안팎에서 장애인집단이용시설에서의 학대 근절을 위한 종합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현재 시설 학대예방조치는 시늉 수준에 불과 = 먼저 장애인 집단이용시설에서의 학대 예방을 위한 시설 종사자의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은종군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장은 "장애인이나 종사자의 개인사생활 훼손 측면이 있기 때문에 CCTV를 시설 내부 모든 곳에 설치할 수 없다"며 "시설 종사자 중에 학대자도 있지만 신고·고발자도 많다. 이들에 대한 주기적인 교육을 통해 인권 감수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학대예방 교육의무화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른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 장애인거주시설 인권 교육 등을 의무적으로 시행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장애인학대 예방에 관한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

또한 장애인 학대 및 장애인 대상 성범죄 예방 및 신고 의무에 관한 교육을 신고의무자의 자격 취득 과정이나 보수교육 과정에 실시하도록 하고 있지만 교육 실시 결과에 대한 보고가 의무화가 돼 있지 않아 교육의 실효성이 문제다.

은 기관장은 "장애인 학대예방 교육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장애인 학대 신고의무자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도록 교육 실시 결과를 소관 기관장이 복지부장관에게 제출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기관의 경우 학생들의 연령과 교육수준에 맞게 다양한 컨텐츠를 활용한 인식개선 교육이 이뤄져야 하며, 특히 학교폭력에 관한 교육에 있어서는 장애인의 눈높이에 맞는 교육자료 개발이 필요하다고 장애인학대보고서는 제안했다.

장애인 학대예방 인식개선과 더불어 제도적인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집단이용시설에서 가장 빈발하는 학대는 신체적 학대다. 거주시설을 제외한 나머지 집단이용시설에서는 욕설 등 정서적 학대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집단적으로 생활하다보면 장애인끼리 서열이 정해지거나 많은 장애인을 소수의 종사자들이 '관리'하는 과정에서 폭력적인 상황에 노출되는 것과 관련있다.

이에 2019년 장애인학대보고서는 △종사자들의 근무환경 개선과 스트레스 해소, 인권 감수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다양한 소진방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다각적 지원 검토 △학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갖는 대규모시설을 소규모화하고, 세계적 흐름인 탈시설-자립지원 패러다임을 맞춘 지역사회 자립생활 지원 체계 마련 등을 정부와 국회에 촉구했다.

◆종사자 근무환경 개선과 학대처벌 강화 병행 추진해야 = 나아가 장애인복지 전문가들은 보고서 등의 제안에 동의하면서도 보다 학대예방 실효성을 높일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조한진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시설 내부자의 신고·고발은 지역에서 '왕따 따돌림'과 '시설 폐쇄 우려' 등을 각오하지 않는 한 쉽지 않다"며 "시설종사자 학대예방교육을 해야 하지만 근본적으로 시설에 대한 상시 감시 모니터링시스템 구축 등이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미국의 장애인인권옹호(P&A)제도의 경우, 연방법에 따라 모든 주에 장애인시설에 대해 인권 침해를 감시·조사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기관을 설치함으로써 장애인 학대를 강력히 억제하고 있다"며 "시설의 인권지킴이단, 발달장애인지원센터, 권익옹호기관 등의 제한된 권한으로는 시설 내 학대 발생을 억제하기에 역부족"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이동석 대구대 교수는 "단순히 대규모 시설의 소규모화로 학대를 줄이기는 어렵다. 시설의 규모를 줄여놓고 한방에 5∼6명이 지내도록 한다면 자연 서열이 생길 것이고 강압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져 학대예방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1∼2인실로 개인의 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학대행위 시설종사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장애인 대상 성범죄자는 성폭력처벌법에 의해 가중 처벌되며, 장애인 복지법에 따라 취업제한도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학대자의 경우 가중처벌이나 취업제한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최근 성명을 내고 "시설종사자의 장애인학대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국가적 지원을 통해 신속한 조사와 추가 피해예방을 위한 보호조치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나아가 "시설종사자의 장애인 학대를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2019년 장애인학대보고서는 "학대신고의무자가 학대행위자일 경우 다른 행위자 보다 가중처벌하고 더 이상 장애인복지시설 등에서 일하지 못하도록 장애인복지법을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인 학대예방책 강화 시급" 연재기사]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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