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정치팀장(이하 김종필) : 내일신문 창간 27주년을 맞아 촛불항쟁으로 만든 광장의 열기가 유튜브 페이스북 등 뉴미디어로 확산되는 현상에 대해 진단해 봤다. 전 한국정당학회장이고 현재 민주시민교육학회장으로 정치 현실과 이론의 접점을 탐색해온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여론 분석 등 대중의 인식을 오랫동안 추적해온 엄경영 시대정치연구소장을 모셨다.

유권자들의 목소리가 뉴미디어로 이동하는 현상에 대한 견해를 먼저 듣고 싶다.

내일신문 창간 27주년 기획 대담이 지난 20일 내일신문사 내일스튜디오에서 박명호 동국대 교수(맨 왼쪽)와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맨 오른쪽)을 초청한 가운데 '김종필 tv'와 함께 진행됐다. 사진 이의종


박명호 교수(이하 박명호) : 며칠전 나온 시사주간지 조사에서 영향력 있는 언론을 수 년째 조사하는데 1위가 유튜브로 나왔다. 다소 오래된 얘기지만 코로나와 결부돼 더 공고화됐다. 매스퍼스날리제이션(massperson-alization, 대량 개인화)은 한꺼번에 정형화된 많은 양을 생산하는 매스프러덕션처럼 개인화가 동시다발로 이뤄지는 것이다.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학교에 가지 않고도 정상적 수업이 가능한 상황이 이뤄지고 이는 개인미디어 중심현상이 더욱 강화, 공고하게 만든다.

엄경영 소장(이하 엄경영) : 포털에 익숙한 세대가 50세 이상이고 40대 중반까지도 포털의 영향권 안에 있다. 30대로 넘어오면 포털에서 벗어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네이버밴드, 카카오스토리 등 다양한 SNS를 활용한다. 20대는 포털을 사용하지 않는다. 게임, 동영상으로 소통한다. 10대는 틱톡 등 짧은 동영상을 선호하는 흐름이 있다. 이런 와중에 코로나가 왔다. 4월 총선은 악수도 못하는 초유의 비대면 선거가 됐고 이에 따라 비대면으로 급격하게 이동한 측면이 있다.

■김종필 : 코로나 사태로 생명과 경제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또다른 측면에서는 기회가 되기도 한 것 같다. 커뮤니케이션이 더욱 촉진시켰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있다. 다양한 뉴미디어 통로로 에너지가 분출했는데 구체적으로 보면 청와대 국민청원이나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통해 직접 목소리를 내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박명호 : 청와대 국민청원 요건을 채우는 것이 그때 그때 사회적 이슈를 반영하는 기제가 됐다. 국민청원 사이트에 청원이 올라오고 몇 만명이 서명하고 그런게 현재 우리 사회의 이슈가 되는 지를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역설적으로 보면 대의제가 제 역할을 못하니까 분출구로 직접 참여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국민청원이 활성화된다는 것은 그만큼 대의제 기제들이 국민들의 필요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고 사회적 이슈에 민감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엄경영 :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가 70여년이다. 군부독재가 무너진 1987년 이후부터 따지면 33년정도다. 아직은 민주주의 심화·발전 속도가 더디다. 대의제가 나름대로 고착화되면서 직접 민주주의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 큰 촛불이 4번 있었다. 2002년 미선효순 사건, 2003년 노무현 탄핵반대, 2008년 광우병 반대, 2016년 국정농단 촛불 등은 직접 민주주의가 분출한 결과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미국 오바마정부의 위더피플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유럽 역시 e청원제도가 발달돼 있다. 온라인 사회가 진화할수록 초연결사회가 되지만 개인은 고립된다. 민주주의도 마찬가지다. 민주주의가 발달할수록 소외되는 계층이 많을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국민청원 등 인터넷을 통한 직접 민주주의의 활성화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김종필 : 국민청원에 수많은 목소리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를 정치권이 어떻게 수용하느냐가 중요한 과제가 됐다. 정치권에서 직접 목소리를 내는 국민들에게 어떻게 화답해야 하나.

박명호 : 정치권이 전반적으로 위기다. 위기로 느껴야 한다. 하지만 위기로 느끼는 것 같지는 않다. '나 때까지는 괜찮겠지' 그런 생각도 있는 것 같다. 그러다 순식간에 매몰될 수 있다. 국민들이 직접 민주주의에 나서는 것은 논쟁적이다. 직접 민주제가 강화되면 대의제는 축소될 수밖에 없고 논란이 불가피할 것이다.

■김종필 : 정당들도 이런 변화에 뭔가 움직임이 있어야 할텐데.

박명호 : 내년 대선을 앞두고 온라인당원의 비중을 높이고 이들의 역할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개혁진보적인 정당이 온라인에 더 익숙할 것으로 보이고 디지털미디어를 활용한 활동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변화는 불가피하다. 선거가 조직선거의 영향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국적인 차원에서 조직 안에서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엄경영 : 보수정당의 문제를 지적하고 싶다. 온라인투표나 온라인 참여에서는 민주당이 더 적극적이다. 실제 비대면 온라인 투표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변화는 보다 근본적인 변화다. 여론형성과 유통이 온라인에서 이뤄진다. 보이지 않는다. 보수언론이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해도 이들의 지지율엔 변화가 없다. 그것은 여론형성이 온라인에서 이뤄진다는 것을 확인해주는 것이다. 그런데도 보수진영은 그게 어떤 것인지 모른다. 진짜 여론이 어디에 있는지를 찾아야 하는데 '닥공(닥치고 공격)'으로만 간다. 보수정당을 보면 문제나 원인이 어디있는 지도 모르는 것 같다.

■김종필 : 가짜뉴스에 대한 우려가 많다.

박명호 : 검찰 신뢰정도를 보면 성향에 따라 달라진다. 현재와 2017년말~2018년초는 완전히 반대였다. 현재는 이념적인 보수층이 검찰을 신뢰하지만 2017년말~2018년초엔 진보성향이 더 신뢰했다. 편향성이 상당히 심하게 나타났다. 상대방에 대한 수용정도가 매우 낮다. 2018년 조사인데 30여개 나라중 우리나라가 가장 낮았다. 여기에 가짜뉴스가 미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자기들 편하게, 유불리에 따라 판단하는 성향이 심각한 수준까지 올랐다. (서로를 수용할) 여지가 별로 없어졌다는 측면에서는 위험수준이다.

엄경영 : 위험성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하지만 가짜뉴스와 정치팬덤의 만남은 일종의 광기로 표출되고 그것이 태극기 부대 등의 양상으로 나타나는데 민주주의에서 이런 현상은 나쁜 광기라 해도 필요악이다. 그런 측면에서 광화문 차벽문제는 위헌의 소지가 있다. 공권력 물리력으로 차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팩트체크를 지원하고 포털 장악력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등 포지티브 방식으로 가야 한다.

박명호 : 가치가 충돌하고 있다. 광화문 차벽이나 강 장관 남편 미국행에 대한 것들이다. 진보 보수를 넘나드는 문제가 됐다. 자유와 책임, 개인과 집단이라고 하는. 과거에는 논쟁이 되지 않았던 가치들이 불쑥 튀어나왔다. 여론의 반향을 일으켰다. 적절한 사례가 나타나면서 생각의 지평을 많이 넓혀 줬을 것이다.

■김종필 : 확증편향 문제를 거론했다. 민주시민사회 교육도 필요해 보인다. 어떻게 하면 정치적 자주성을 표출하면서도 허위정보의 포로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을까.

엄경영 : 민주시민교육 얘기를 하는데 10대와 20대 전반 정도에서는 온라인 동영상에서 스스로 정치교육을 받게 될 것이다. 20대 전반은 공교롭게도 민주당과 문 대통령 지지에 소극적이다. 유보층이 30%대다. 탈진영, 탈이념의 전면적인 세대교체다. 이들이 사회 주류로 편입하면 새로운 상황이 펼쳐질 것이다.

박명호 : 쓰나미처럼 확 쓸려가는 상황이 올 것이다. 급격한 변화가 단시간에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단적으로 '민주시민교육'에서 '민주'자를 붙이는 것에 대해 지자체별로 논란이 있고 그 안에서도 이념적인 성향에 따라 논쟁적이다. 시민교육조차도 정치적으로 정형화하려고 한다. 정치적 의도가 뻔히 보이는 데도 그걸 숨기려고 한다. 시민교육은 원하는 방향으로 하고 개방성만 전제된다면 문제될 게 없다. 그걸 안 하려고 하니 정치적 양극화가 되는 거다. 시민사회도 진영별로 양극화돼 있다. 국가와 시민 사이에서 시민단체가 비권력적, 심판자적 역할이 아니라 편이 갈라져서 동원자 역할을 하고 있다. 중간지대가 없어졌다. 확증편향이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창간27주년 기획] 광장열기 뉴미디어로 확산" 연재기사]

정리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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