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14번이나 고쳐

"질보다 양" "속도전"에 위헌법률 매월 1개씩

국회 등 "법률 제정에 신중, 국민 불편" 지적

지난 20대 국회 4년 동안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은 14번이나 고쳐졌다. 1년에 3번이상 손을 본 셈이다. 자동차관리법(11건), 건축법(10건), 도로교통법(10건), 사립학교법(10건), 조세특례제한법(10건), 철도안전법(10건)도 10번 이상 수정했다. 8번 이상 바뀐 법률만 28개에 달했다.

법이 너덜너덜해졌다는 얘기가 도는 이유다. 법률을 자주 바꿀수록 법은 복잡해지고 해석하기 어려워진다. 대량 입법의 후과다. 위헌법률이 매달 한건씩 나올 정도로 부실법안이 적지 않게 나오는 이유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29일 국회 법제실에서 낸 '대한민국 법률 2020'에 따르면 제정법을 포함해 통과된 법안이 20대에만 3195개였다. 매월 66.6개가 원안 그대로 통과되거나 일부 수정돼 본회의를 넘어선 셈이다. 통과된 법률 개정안은 16대 945개에서 17대엔 1913개, 18대엔 2353개로 늘었고 20대에 3000개를 돌파했다. 21대에서는 7개월간 434개의 법률안이 본회의 문턱을 뛰어넘었다.

이중 새롭게 만든 법안도 적지 않다. 법제실은 "제헌국회 이후 70년 동안 1400개 이상의 법률이 새롭게 제정됐다"며 "1950년에 119개인 법률이 2020년 5월 29일 기준으로 1537개"라고 했다. "2000년 이후 제18대 국회를 제외하면 국회 대별로 약 100개 이상의 법률이 신규 제정됐다"고도 했다. 20대 국회에서는 147개의 제정법이 만들어졌다. 한 달에 3개씩 만들어낸 셈이다.

자료 살펴보는 김홍희 해경청장 | 김홍희 해양경찰청장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해양수산법안심사소위에 출석,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법제처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년 동안 550개의 법이 새롭게 생겨났다고 했다. 전체 법(1524개)의 3분의 1을 넘는 규모다. 2010년(1182개)부터 따지면 10년 동안 332개의 법이 제정됐다. 연평균 제정법이 33개나 쏟아졌다는 얘기다.

빠르고 많은 법안 제정과 개정은 부작용도 같이 낳았다. 헌법재판소가 생긴 1988년 9월 이후 2020년 5월말까지 위헌성 결정을 받은 법률조항이 698개였다. 위헌결정이 439개, 헌법불합치가 178개, 한정위헌과 한정합헌이 각각 52개, 29개였다. 10개 이상 위헌성 결정이 내려진 법률은 공직선거법, 지방세법,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상속세 및 증여세법, 국가보안법, 민법, 소득세법,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도로교통법, 도로법, 의료법, 형법, 형사소송법,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병역법 등이었다.

20대 국회에서는 무려 95개의 위헌법률을 고쳤다. 13대에 20개를 고친 이후 빠르게 늘어나는 모습이다.

많은 법 제정과 개정이 법률의 안정성을 위협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1년 국회 법사위에서는 각 상임위원회에 보낸 공문을 통해 "개별법이나 특별법 형태로 방대한 법규범이 산재함에 따라 국민들의 불편과 혼란을 가중할 우려가 제기된다"며 "그러므로 특별법이나 개별법 형태의 입법을 자제하고 기본법 등 기존 법 질서의 체계에 편입하는 방향의 입법이 요망된다"고 했다.

모 여당 중진 의원은 "의원들의 법 개정 경쟁이 현실에서는 복잡한 법률로 법 적용의 안정성 뿐만 아니라 국민들과의 괴리를 낳고 있다"면서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 무슨 법을 적용해야 하는지 법조인들도 모를 정도로 법이 난해해졌다"고 지적했다.

["입법 과잉 시대" 연재기사]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박준규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