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 금리 급등에 달러화 지수도 반등 시도

'물가·금리 상승 속도' 향후 증시 방향 좌우

최근 미국 국채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확대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의 잇따른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가능성 발언도 시장을 불안하게 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테이퍼링은 아직 멀었다며 비교적 완화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금융시장은 만족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국내외 증시 전문가들은 글로벌 증시의 가장 큰 위험변수는 미국이나 중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긴축 시그널이라며, 향후 물가와 금리 상승 강도가 증시 방향을 좌우할 트리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장기 채권금리 급등 =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14일(현지시간) 종가기준으로 1.13%로 올해 들어 약 21bp 급등했다. 지난해 3월 코로나10 팬데믹 선언 수준까지 올라간 것이다. 중장기 구간을 중심으로 미 국채 금리는 새해 시작과 함께 급등세를 보였다. 0.90%대에서 주춤하는 듯했던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 12일 장중 1.18%까지 치솟는 등 빠르게 1.10%선을 뛰어 넘었고, 30년 만기 금리는 1.80%대로 올라섰다.

최근 금융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미국의 시장금리다. 예상보다 빠르게 올라온 금리로 인해 불안감이 형성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졌다.

특히 시장금리가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면서 채권시장의 변동성 지수(Move)는 급상승했다. 물가의 상승세가 가시화되자 금융시장에서는 테이퍼링에 대한 우려가 증가했다. 물가 상승은 곧 긴축으로 이어져왔다는 오랜 기간의 경험 때문이다.


실제 연준 위원들의 긴축 발언이 잇따랐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준 총재가 올해는 미국 경제의 강력한 회복을 기본 전망으로 삼고 있다며 채권매입 테이퍼링에 대한 생각이 열려있다고 밝힌데 이어 로버트 카플란 미국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 등 일부 연준 위원들이 유동성 출구전략 가능성을 언급, 테이퍼링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달러화 강세 전환 = 재정정책과 저금리 유지 전망을 통해 약세를 보이던 달러도 반등을 시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14일 종가 기준 달러화지수는 90.2로 지난해 말 대비 0.29%, 지난 5일 대비해서는 0.85% 상승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약 2조달러의 추가 부양책 실시 가능성으로 미국 재정수지 적자 부담이 확대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달러화는 강세폭을 확대하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달러화 강세 전환의 배경으로 미국 10년 국채 등 장기 금리 급등세를 꼽았다. 또한 미국 성장률 전망 상향조정과 미 연준의 정책기조 전환에 대한 기대감도 달러화 강세 전환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최근 달러화 강세는 일시적 현상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함께 재정부양책이 구체화된다면 달러화 약세 심리는 다시 강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미국 경제 정상화 속도가 빨라질 경우 인플레이션과 미 연준의 유동성 출구전략 우려는 다시 확산될 수 있다. 박 연구원은 "이는 또다시 시중금리 급등으로 이어져 달러화 추가 강세로 이어질 수 있다"며 "달러화 흐름은 늘 주시해야할 변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증시 불안요인으로 작용 = 국내외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 국채 금리 상승이 경제 및 물가 전망의 개선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하면서 증시에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골드만삭스는 인플레이션율과 금리가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주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데이비드 코스틴 골드만삭스 수석전략가는 "경기회복과 추가 부양책, 미국 중앙은행(Fed)의 채권매입 등으로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할 것이란 우려가 있다"며 "인플레이션과 그에 따른 금리 인상 리스크로 증시가 상대적 약세를 띄게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러셀 인베스트먼트의 제럴드 피츠패트릭 글로벌 채권 담당 대표는 "통제 불능의 채권 매도세가 나온다면 경제의 다른 부문과 증시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증시 밸류에이션 부담 속에 금리 상승이 진행되고 있어 위험 선호 분위기가 약화될 것"이라며 "이는 주식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위험선호 분위기 속에서는 고용지표 부진이 재정정책을 촉진할 수 있다는 기대로 해석되면서 증시에 우호적이었지만 반대로 위험 회피 분위기가 형성되면 경제지표가 나아진다고 해도 통화완화정책이 후퇴될 우려로 해석되면서 증시의 변동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권희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미국 채권시장이 추가 부양책 소식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금리 상승 압력과 경기 개선에 대한 기대가 뒤섞여 나타날 것"이라며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험 선호가 제한되어 그 방향성이 뚜렷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시장은 다시 26일과 27일(현지시간) 개최되는 FOMC회의에 주목하고 있다. 이때까지도 시장금리의 상승 속도가 누그러지지 않는다면 FOMC 관전 포인트는 다시금 시장금리 상승 속도에 대한 연준의 판단이 될 것이다. 블루웨이브를 등에 업은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코로나19 백신 보급이 1월 회의에서 미 연준의 경기 전망을 상향시킬지가 시중 금리 추가 상승의 중요한 변수다.

["2021년 글로벌 증시 리스크 점검" 연재기사]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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