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중소기업·서비스업·저소득층 '직격탄'

저금리·자산시장 변동성 커지며 빈부격차 확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선진국과 신흥국, 대기업과 중소기업,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 불평등은 더욱 악화됐다. '역사상 가장 불평등한 불황'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다. 실업의 공포는 저소득층으로 갈수록 뚜렷하게 증가했고 계층별 소득격차는 더 커졌다. 금리가 낮아지고 자산시장 변동성이 커질수록 빈부격차는 확대되는 양상을 보였다.


불평등 문제는 코로나 백신 개발 및 공급, 경기회복 과정에서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 전문가들은 자국 우선주의에 따라 선진국과 신흥국 간 성장격차, 불균일한 경기 회복이 예상된다며 선진국은 빠르게 경제를 회복하는 반면, 개발도상국은 회복이 더딘 'K자 양극화'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했다. 계층 간, 업종 간 양극화도 심해지면서 기업파산, 일자리 감소, 기업과 가계의 디폴트(채무불이행) 등의 파급효과는 주식시장과 금융시스템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미래의 금융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국가별 GDP 성장률 격차 확대 = 19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전일(현지시간)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기자회견에서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코로나19 여파로 세계경제 전망은 여전히 매우 불확실하고 국가별 빈부의 차가 확대되고 있다"며 "IMF 특별인출권(SDR)의 신규분배는 공중위생상의 위기에 대응한 재정적 여유를 각국에 제공해 디지털경제와 환경에 친화적인 경제로의 이행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발표한 IMF 조사에 따르면 금융 측면에서 평등한 나라와 불평등한 나라와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의 차이가 장기적으로는 2-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IMF는 각국의 금융 서비스의 불평등성이 미래의 금융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IMF는 지난해 10월 전망에서도 2020~2021년 중 신흥국(중국 제외)의 누적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 10월보다 10.0%p 하향조정한 데 비해 선진국의 경우 5.5%p 하향조정한 바 있다.


세계은행(WB)은 작년에 코로나19로 경제적 타격을 받은 남미 국가들의 올해 1인당 국민소득 반등 폭이 2.8%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프리카 국가 대부분도 국민소득 상승 폭이 0.1%에 불과할 전망이다. 반면 올해 동아시아 지역의 국민소득은 6.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진국의 경우 중앙은행과 정부가 적극적인 통화·재정정책을 쓸 수 있는데 반해 개발도상국은 그럴 여유가 없기 때문에 빈국과 부국의 격차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신흥국들이 올해도 같은 수준의 재정지출을 지속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풍부한 외환 보유고를 가지고 있는 선진국 대비 한계가 있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로빈 브룩스는 "선진국은 경기부양을 위해 막대한 국채를 발행하면서도 저금리를 유지할 수 있지만, 개발도상국의 경우 자칫 통화 가치가 폭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 생산 격차가 여전히 크기 때문에 증가하는 디플레이션 압력은 부채가 많은 국가와 기업에 주요 리스크를 야기할 수 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코로나19 백신 배송 및 보급 과정에서 국가 간 갈등을 겪을 것으로 예측했다. 또 코로나19가 경제에 준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많은 국가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펴면서 유동성이 넘쳐나겠지만, 국가별 회복 속도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며 양극화하는 K자 형태를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라이언 아벤트 이코노미스트 특파원은 "지난 세기 발생한 팬데믹의 경제적 분석에 따르면 팬데믹 5년 후 일반적으로 소득분산지수인 지니계수는 위기 전보다 약 1.25%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며 "저소득층·서비스업·중소기업이 코로나19 충격을 집중적으로 받고 나라별로도 신흥국이 선진국보다 더 큰 충격을 입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설명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Joseph Stiglitz) 세계은행의 수석 경제학자는 지난해 10월 코로나19 장기화가 국가간, 국가 내 부문간 불평등을 심화시켜 경제에 장기적인 손상(long-lasting scars)을 입힐 수 있음을 지적하고, 이러한 불균형이 추세적이고 광범위한 분열(Great Divide)의 전조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계층간 산업간 격차 극명해져 = 코로나로 인한 불평등은 국가 내에서도 기업규모, 계층, 산업별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업규모별 생산을 보면, 코로나19의 충격이 컸던 지난해 2분기 중 중소기업의 생산 감소폭(전년 동기대비)은 대기업보다 2배 이상 컸다. 가계소득분위별 소득증가율에서도 2분기중 소득 4~5분위 가구의 근로·사업 소득이 전년동기대비 3.6~4.4% 감소에 그친 반면 1분위 가구의 소득은 17.2%나 감소하는 등 격차가 확대됐다. 3분기 중에는 고분위 가구의 경우 소득이 전년동기 수준으로 회복했지만 1분위 가구 소득은 -10.4%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소상공인, 비정규직, 저학력 근로자, 여성 및 재택근무가 어려운 직업군 등 취약고용층에 코로나19 충격이 집중된 모습이다.

◆경기회복 과정에서 양극화 더 심화 =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로나19의 피해가 모든 계층과 산업별로 고르게 반영된 것이 아니었듯이 올해 회복과정에서도 국가간, 사회경제부문의 계층간 산업간 격차는 더 두드러질 것"이라며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단행된 금리인하와 유동성 공급으로 자산가격은 실물경기 침체가 무색하게 급등했고 이는 계층간 격차를 크게 확대하고 사회적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 주체별 격차는 이미 커지는 중이다. 2000년대 이후 가계소득의 구성항목 중 배당금을 제외하면 모두 기업이익 증가율을 밑돌고 있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를 지나면서 기업과 가계의 격차는 극대화되고 있다. 가계내 소득 계층별 격차도 훨씬 선명해졌다.

정 센터장은 "코로나19 등의 충격에 실업의 공포는 저소득층으로 갈수록 뚜렷하게 증가했다"며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 수준에 이르는 동안 소득상위 10%의 소득 비중 변화는 없어 계층간 격차가 더욱 공고해지고 계층간 이동은 어려워졌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업종간 차별화도 확대 중이다. 정 센터장은 "코로나 19가 부각시킨 업종간 차별화는 더 빨라질 것"이라며 "중후장대형 업종들의 퇴조 빨라지고 언택트 또는 성장주 또는 4차산업 관련주의 부각이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런 '성장 불균형'이 성장잠재력을 갉아먹고 금융시스템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가중될 경우 실업 확산, 신용경색 등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창현 한은 조사국 과장은 "코로나로 인해 고용유발효과가 높은 대면서비스업이 가장 큰 타격을 입으면서 '고용없는 회복'에 직면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소득계층별 양극화가 굳어지는 등 경제 이중구조가 심화되고, 성장잠재력도 약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자산시장으로의 자금쏠림이 크게 증가한 상황에서, 경기회복 지연으로 시장의 기대가 급격히 조정될 경우에는 자산가격이 급락하면서 가계부채가 부실화될 우려가 있다"며 "코로나19 충격이 금융부문까지 전이되는 상황까지도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21년 글로벌 증시 리스크 점검" 연재기사]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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