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피해 지원 위한 대출원금 감면까지 법제화 시도

공적자금 수혈 받은 '원죄' … 금융감독기관 통해 압박

코로나19 이후 금융과 실물의 양극화가 뚜렷해지는 가운데 정치권이 금융에게 다시 동원령을 내렸다.

소상공인과 서민들이 힘든 가운데에서도 높은 수익을 올린 은행, 보험, 카드, 증권사들이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데 동참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이를 법제화하려는 움직임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대출부실, 펀드인출사태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공적자금으로 위기를 넘기게 해 준 과거 사례를 환기시키기도 했다.

코로나19 피해 상인 위로하는 민주당 이낙연 대표 |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열린 코로나19 피해 맞춤 지원을 위한 현장간담회 장소로 이동하며 지원 요청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든 상인을 위로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5일 여당 모 의원은 "IMF때 160조원의 공적자금으로 은행을 살려냈다"면서 "코로나19 사태로 힘든 가운데에서도 은행들은 그 덕에 오히려 더 많은 수익을 올렸으니 어느 정도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대출원금까지 손댄다 = 코로나19 지원에 은행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여당내 목소리가 법안으로 나오고 있다. 민주당 소병훈 의원은 소상공인기본법 개정안을 통해 국가재정으로 메우는 영업손실보상, 임대료 지원, 세제감면, 사회보험료 감면과 공공기관들의 공과금 감면을 넣으면서 은행의 대출이자 감면도 포함시켰다. 같은당 윤재갑 의원은 소상공인 융자와 대출금, 이자의 상환기간 유예를 의무화해 놨다. 역시 여당 소속 강득구 의원은 상가건물임대차 보호법을 통해 금융기관의 대출금과 이자의 상환연장이나 유예를 주문했다. 정의당 배진교 의원도 법으로 대출이자를 멈추는 방안을 규정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은행법과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을 통해 "경제적 피해를 본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이 은행에 대출 원금 감면 요청뿐만 아니라 상환 기간 연장과 이자 상환유예, 보험료 납입유예를 신청"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정부가 은행이나 증권사에 원금 감면 같은 조치를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은행은 나서야 한다" = 여당 내에서는 '금융'의 역할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홍익표 정책위 의장은 K 양극화와 관련 "금융권하고 비금융 실물경제하고 격차가 매우 커지고 있다"면서 "금융권이 코로나 상황에서도 이익을 보고 있는 가장 큰 업종"이라고 했다 "이자 꼬박꼬박 받아가고 … 다른 모든 경제활동은 멈춰서고 제한하고 있는데, 이자만 계속 받아가는 형태"라며 "이런 측면에서 임대료만 줄이고 멈추자가 아니라 은행권의 이자도 멈추거나 제한을 해야 된다"고 했다. "은행권도 금리를 낮춰주거나 또는 불가피한 경우에는 이자(납부)를 중단시키"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금년 한 해 동안은 사회운동이라든지 필요하면 한시적 특별법을 통해서라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지난해 1~3분기 당기순이익은 10조3000억원에 달했다. 전년대비 15.1%인 1조8000억원이 줄긴 했지만 대규모 수익을 낸 셈이다. 이자수익만 따지면 2018년 40조5000억원, 2019년 40조7000억원이었으며 지난해에도 3분기동안 30조7000억원을 확보, 1년 평균 수익인 40조원을 달성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매 분기 10조원씩의 이자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얘기다.

◆유독 금융에 = 여당은 코로나위기에 이익이 발생하거나 오히려 수익이 늘어난 업종으로 금융사외에도 자동차(현대차, 기아차), 이동통신사(KT, SKT, LGU+), 반도체(삼성전자, LG전자), 플랫폼(네이버, 카카오) 등을 지목하면서도 법률로 '피해 기업 지원 의무화'를 규정하려는 곳은 '금융'으로 쏠려 있다.

금융은 원죄가 있다. IMF 구제금용, 글로벌금융위기, 펀드부실 등으로 파산위기에 있을 때 세금인 공적자금을 수혈해 살려낸 바 있다.

홍익표 의장은 "IMF 외환위기 당시 국민 혈세 160조원이 (기업과 금융권에) 투입됐다"고 환기시키며 "이후 나타난 공통점은 이익은 사유화되고 손실은 사회화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의 전통적인 역할을 되돌릴 때가 됐다. 코로나19라는 위기를 극복하는데 상생과 협력, 연대의 정신으로 함께해 달라"고도 했다.

금융업은 대표적인 규제업종으로 금감원, 금융위 등 금융감독당국에 의해 영업, 경영뿐만 아니라 인사까지 견제 받고 있다는 점에서 입법부가 상대적으로 다루기 쉽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금융업이 사기업이지만 금융감독당국을 통해 채용, 상품 운용, 금리결정 등을 지적해 왔다. 금융사들이 여전히 '금융기관'으로 불리는 이유다. 여당이 '사회적 합의'와 '자발적 참여'를 독려하고 있지만 금융사에겐 '선택'이 아닌 '필수'로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여당의 요구 등으로 금융위는 다시 한번 소상공인 대출 만기와 이자상환 유예를 6개월간 연장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소상공인의 이자감면 요구에도 적극 임하도록 압박을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이낙연 여당 대표는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 간부와 가진 화상간담회에서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을 비롯한 어려운 분들이 많다"며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 완화에 마음을 써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건물 임대인들이 건물을 지을 때 은행에 대출을 받는 경우가 있을 것"이라며 소상공인뿐만 아닌 건물주에 대한 이자 감면도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내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작년에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초저금리 이런 혜택을 받은 게 금융권"이라며 "법적으로 강제하기는 쉽지 않다. 사회적인 연대와 협력 정신, 이런 것을 많이 만들어낼 수 있지 않느냐가 주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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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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