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률적 획일적 제재는 과도한 재산권 침해"

"소유 시점이나 사유를 구별 않아 평등권 침해"

"기한 없는 고율 세금은 토지 몰수 효과, 과잉금지"

한국토지주택공사(LH)발 투기의혹과 집값 상승 등으로 '토지공개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토지공개념을 반영한 '택지소유상한법'과 '토지초과이득세법'이 헌법재판소의 위헌 및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폐지된지 20여년이 지난 뒤 새롭게 토지공개념을 강화해야 한다는 정부·여당의 움직임이 활발하기 때문이다. 기존 택지소유상한법과 토지초과이득세법의 어떤 측면이 헌법에 위배되고, 합치하지 않았는지 헌재의 판결취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률적 상한, 적용대상의 소급 적용의 문제 = 헌재는 1999년 4월 택지소유상한에 관한 법률의 위헌소원에서 위헌 판결을 했다.

헌재는 당시 결정문에서 "소유목적이나 택지의 기능에 따른 예외를 전혀 인정하지 아니한 채 일률적으로 200평(660㎡)으로 소유상한을 제한함으로써 어떠한 경우에도, 어느 누구라도 6대 도시(특별시·직할시)에서 200평을 초과하는 택지를 취득할 수 없게 한 것은 적정한 택지공급이라고 하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정도를 넘는 과도한 제한"이라며 "헌법상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위헌적인 규정"이라고 결정했다. 또 "택지를 소유하게 된 경위나 그 목적 여하에 관계 없이 법 시행 이전부터 택지를 소유하고 있는 개인에 대해 일률적으로 소유상한을 적용하도록 한 것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정도를 넘는 과도한 침해이자 신뢰보호의 원칙 및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경과규정에 있어서, '법 시행 이전부터 개인의 주거용으로 택지를 소유하고 있는 경우'를 '법 시행 이후에 택지를 취득한 경우'나 '법 시행 이전에 취득했다고 하더라도 투기목적으로 취득한 택지의 경우'와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은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결정했다.

◆"기간 제한 없이 고율 세금부담, 무상 몰수 효과" = 헌재는 또 기간의 제한 없이 고율의 세금을 부과하는 규정에 대해서도 문제 삼았다.

헌재는 "10년만 지나면 그 부과율이 100%에 달할 수 있도록 △아무런 기간 제한도 없이 △매년 택지가격의 4% 내지 11%에 해당하는 부담금을 계속적으로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짧은 기간 내에 토지재산권을 무상으로 몰수하는 효과를 가져오는 것"이라며 "재산권에 내재하는 사회적 제약에 의해 허용되는 범위를 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부담금 납부의무자가 건설교통부장관(현 국토교통부장관)에게 매수청구를 한 이후 실제로 매수가 이루어질 때까지의 기간 동안에도 부담금을 납부해야 하도록 하는 것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수단의 범위를 넘는 과잉조치"라며 "최소침해성의 원칙에 위반돼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위헌 사유를 판시했다.

◆토초세, 재판관 전원일치로 헌법불합치 = 이와 함께 헌재는 1994년 7월 29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토지초과이득세법(토초세법)을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헌재는 토초세의 부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규정의 불합리한 점을 지적했다.

헌재는 "장기간 토지를 보유하는 경우, 전체 보유기간 동안의 지가의 변동상황에 대해 아무런 보충규정도 두고 있지 않은 결과 장기간에 걸쳐 지가의 상승과 하락이 반복되는 경우에 최초 과세기간 개시일의 지가와 비교할 때는 아무런 토지초과이득이 없는 경우에도 그 과세기간에 대한 토초세를 부담하지 않을 수 없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게 된다"며 "이는 토초세 과세로 원본 자체가 잠식되는 경우로서, 수득세인 토초세의 본질에도 반함으로써 헌법 제23조가 정하고 있는 사유재산권보장 취지에 위반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토초세는 그 계측의 객관성 보장이 심히 어려운 미실현이득을 과세대상으로 삼고 있다"며 "토초세 세율을 현행법과 같이 고율로 하는 경우에는 자칫 가공이득에 대한 과세가 되어 원본잠식으로 인한 재산권침해의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적어도 토초세와 같은 이득에 대한 조세에 있어서는, 조세의 수직적 공평을 이루어 소득수준이 다른 국민들 사이의 실질적인 평등을 도모해야 할 뿐만 아니라 토초세는 어느 의미에서 양도소득세의 예납적 성격을 띠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토초세의 세율체계를 단일비례세로 한 것은 소득이 많은 납세자와 소득이 적은 납세자 사이의 실질적인 평등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헌재는 토초세법이 위헌이라면서도 사회적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입법을 촉구하는 의미에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고 밝혔다.

◆헌재의 판결 취지 = 하지만 헌재가 택지소유상한법이나 토초과세법에 대해 위헌이나 헌법불합치를 결정한 이유는 토지공개념이라는 헌법상 원리에 따른 입법 목적이 아니라 과세 방법 등 기술적인 문제가 헌법에 어긋난다고 본 것이라는 지적이다.

가령 택지소유상한법은 6대 도시의 경우 660㎡라는 가구별 소유 상한을 일률적으로 낮게 정한 부분, 그 상한을 초과해서 소유했을 경우 내는 부담금의 부과율이 4~11%로 높은 부분, 법 시행 전 택지를 소유했던 사람의 유예기간이 법 시행 이후 소유하는 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부분 등이 위헌이라고 봤다.

이 같은 기술적인 부분을 고쳤다면 이 법률들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이 헌재의 판단이었다. 헌재가 토지공개념 관련 법률들의 입법 목적이 아니라 과세 방법 등 기술적인 문제가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음에도 국회는 새로운 시도, 즉 법률의 제·개정을 하지 않고 손을 놓아 버렸다. 이로 인해 토지공개념 관련 법률이 모두 위헌이라고 국민들이 잘못 인식하는데 한몫했다. 게다가 당시 이영모 헌법재판관은 택지소유상한법이 위헌이라는 다수의견에 대해 합헌이라며 반대의견을 냈다.

["토지공개념 공론화로 부동산 불평등 해법찾자" 연재기사]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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