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무산된 ‘3법’ 재입법 목소리 … 미·영·일 등 선진국도 도입

한국토지주택공사(LH)발 투기 의혹으로 시작된 국민들의 분노가 30년 가까이 우리 사회 물밑에 잠복했던 ‘토지공개념’을 수면위로 부상시켰다. 1990년대 무산됐던 ‘토지공개념 3법’을 재입법화 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부에서는 사회주의적 정책이라며 반대하지만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발달한 미국 독일 영국 등 선진국들도 도입하고 있어 논의에 힘이 실린다.

토지공개념이란 토지의 개인적 소유권은 인정하되 이용은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자는 것으로 토지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경우 정부가 개입하는 것을 말한다. 즉, 토지를 비롯한 부동산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률로써 특별한 제한이나 의무 부과를 할 수 있다.

정부는 LH발 부동산 투기 논란에 예방부터 환수까지 동원 가능한 모든 카드를 끌어 모은 ‘부동산 투기 근절 종합대책’을 29일 발표했다. 이어 검찰 경찰 금융위 국세청 등 조사·수사가 가능한 기관들이 일제히 불법행위에 대해 일벌백계 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국민적 분노의 배경을 LH 사태로 국한해선 곤란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치솟은 토지·주택 가격과 투기로 인한 불평등으로 누적된 상대적 박탈감이 국민, 특히 2030세대의 분노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고용노동부 통계청 KB국민은행 등의 자료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노동자 월급총액 평균은 2015년 299만1000 원에서 2020년 352만7000원으로 연평균 3.4% 인상됐다. 반면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아파트값에 따라 줄을 세웠을 때 가운데 있는 집 가격)은 같은 기간 5억282만원에서 9억2365만원으로 연평균 12.9 % 올랐다. 서울 아파트는 같은 기간 연평균 12.9% 올랐다. 노동자가 서울 중위가격 아파트를 구입하려면 월급을 한 푼도 사용하지 않고 21.8년간 모아야 한다. 일반 직장인이 월급을 모아 내집을 마련할 통로가 사실상 막힌 것이다.

또한 한국부동산원 전국지가변동률 통계에 따르면 전국 전(밭) 지가지수(2020년 9월=100)는 2011년 1월 78.9에서 지난달 101.5로 최근 10년 사이 28.6p 상승했다. 전국 답(논) 지가지수(2020년 9월=100) 역시 같은 기간 80.7에서 101.5로 25.8 p 상승했다. 같은 기간인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24.9% 상승했다.

더 큰 문제는 토지·주택 때문에 부의 편중이 날로 심해진다는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행정안전부와 국세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9년 주택 보유 상위 1%(12만9900명)가 보유한 주택 수는 90만9700채에 달했다. 1인당 평균 7채 보유했다. 이는 2008년 36만 7000채에 비해 두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1인당 보유 주택수도 3.5채에서 두배 가량 증가했다. 특히 2008~2019년 사이에 공급된 주택 489만채 가운데 250만채를 다주택자들이 차지했다는 대목에서 청년층의 분노와 좌절이 극에 달하고 있다.

["토지공개념 공론화로 부동산 불평등 해법찾자" 연재기사]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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