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는 '권익위'에서, 국회의원만 '셀프징계'

국회 사무처 "정파적으로 빠질 구조, 개선 필요"

김영진 "실행기구 잘 준비하지 않으면 다 무너져"

국회 운영위 제도개선소위 위원들은 국회의원들이 제출한 사적 이해관계 내용을 윤리심사자문위에 맡기기로 했다. 윤리특위 산하조직을 국회의장 산하조직으로 끌어올리기로 했지만 독립성, 중립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것은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제출된 국회법 개정안은 윤리심사자문위원회를 현재 윤리특위에서 국회로 변경하려는 국회의장안과 김성원 의원안과 함께 재정적 이해충돌심사단 신설을 골자로 하는 천준호 의원안, 윤리감독관·윤리심판원 신설을 담은 강은미안이다. 여야는 지난달 22일 국회 운영위 제도개선소위를 열고 이해충돌검토기구로 국회의장안을 중심으로 채택했다. 윤리심사자문위 소속을 윤리특위에서 국회로 전환하고 필요 인력을 두도록 하는 방안이다.

대화하는 성일종과 김병욱 |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심사를 위해 열린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원회에서 국민의힘 소속인 성일종 소위원장(오른쪽)과 김병욱 정무위 민주당 간사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교섭단체 대리전, 셀프징계 논란 불가피" = 하지만 이같은 방식이 과연 독립적이고 중립적으로 국회의원들의 이해충돌을 심사, 결정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많다.

강은미 의원은 소위에서 "교섭단체 간 추천을 해서 윤리자문위원회를 두다 보니 거기도 양당, 교섭단체 간 대리전 모양새여서 계속 정쟁만 일어나지 실질적으로 중요한 결정들을 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고 그리고 또 셀프징계 논란이 계속 있으면서 그것이 국회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측면이 또 한편으로 있었다"고 지적했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책임연구원(더가능 연구소 대표)은 국회 운영위 공청회에서 "국회의장이 총괄 책임을 지고 별도의 기구를 만들어 관련 업무를 담당하게 할 수는 있으나, 우리나라 국회의 구조나 운영되고 있는 관행을 볼 때 이 또한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우리나라 '국회의장'의 직위는 교섭단체들 간의 협의·조정 기능에 우선순위를 두고 작동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분명한 것은 이해관계 관련 업무를 총괄할 전문적이고 권위 있는 상설기구가 전제되지 않고는, 관련 국회법을 개정한다고 하더라도 현실적 효과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이라며 "윤리특위가 한시특위로 전락하고 윤리심사자문위가 유명무실해진 것은 법조문이 없어서가 아니라 국회의 대국민 신뢰 획득이 국회의 가장 중요한 활동목표로 자리잡지 못했고, 의원 윤리규범 확립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해충돌심사기구를 독립적이고 중립적으로 만들지 않는 것은 윤리규범 확립 의지가 없다는 지적이다.

서 책임연구원은 "이해충돌 방지 제도가 현실에서 집행되려면 상시적으로 이해관계 등록을 받고, 등록 내용의 진실성을 검증하고, 등록된 내용들을 의원마다 데이터베이스화해서 관리하고, 그 내용을 토대로 의안마다 해당 이해충돌 여부를 상담하고, 판단의견을 제출해 줄 수 있는 상설적이며 전문적이고 권위 있는 기구가 필수적"이라며 "해당 의원이 신고 및 회피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법에 명시된 징계권을 상시적으로 행사할 위원회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정부가 제출한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안'에서는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에 관한 업무의 총괄 책임을 '국민권익위원회'에 맡기고 공공기관의 장은 소속 공직자 중에 '이해충돌방지담당관'을 지정해야 한다.

◆국회의원 징계는 국회만? = 국회의원을 외부에서 징계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이유로 '외부 독립기관에 의한 국회의원 징계'를 거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해소할 방법이 나왔다.

김성원 의원은 "윤리감독관을 신설하고 윤리심판원을 신설하는 취지는 아주 좋다"면서 "이게 헌법불합치가 돼 버린다"고 했다. "헌법 64조 제2항에 의원에 대한 징계 주체를 국회로 명시하고 있다"는 얘기다. 헌법 64조 2항은 '국회는 의원의 자격을 심사하며 의원을 징계할 수 있다'고 했다. 김 의원은 "어떤 결정 권한을 사실상 외부인사에게 부여하는 것은 헌법불합치가 날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했다. 전상수 입법차장도 "우리 헌법, 국회법에서 국회의원에 대한 징계는 국회가 하도록 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에 강 의원은 "국회의원의 생사여탈권을 외부가 결정하는 것 아니냐라고 하는 위헌의 이야기가 있는데 실질적으로 윤리심판원에서 제안을 하면 그것을 국회의 본회의장에 부의해서 국회의원들이 결정하기 때문에 그런 우려는 비켜 갈 수 있다"면서 "윤리감독관과 윤리심판원의 새로운 제도를 마련하는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실제로 여당은 부동산투기와 관련해 외부 독립기관인 '권익위'에 전수조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외부 독립기구에서 심사하고 징계 결정은 국회가 하면 된다는 얘기다.

◆외부 독립기구에 의한 심사가 글로벌 표준 = 외국의 추세가 별도조직을 만들어 이해충돌여부를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상수 국회 사무처 입법차장은 "외국의 추세는 윤리감독관으로 별도의 고위공무원 조직을 두면서 강화하고 있는 추세"라며 "(국회의원의 사적 이해관계) 등록과 신고, 회피 의무를 다 심사자문할 기구라면 지금의 정파적 구조는 언젠가는 개선이 돼야 될 지점"이라고 했다. 중장기적 과제라는 점을 전제했지만 국회 내에 여야가 4명씩 추천해 구성하는 방식의 윤리심사자문위의 한계를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복경 책임연구원은 "영국의회는 재산등록 및 이해관계 관련 사항 등록을 받고 데이터를 관리하고 개별 자문을 제공하고 징계의견을 제출하며 정보공개의 책임까지 지고 있는 상설독립기구로 '윤리감독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현실적으로 이 모델을 채택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김영진 소위원장은 "실행기구를 잘 준비하지 않으면 전자가 다 무너질 수 있는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국회의원 이해충돌방지 합의안 보니" 연재기사]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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