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희 사계절 편집장이 추천하는 '한 권'

청소년 도서를 잘 펴내는 출판사 중 하나로 사계절이 꼽힌다. 사계절은 1997년 '사계절 1318문고'를 런칭하고 본격적으로 청소년 문학 시장을 개척했다.

김태희 사계절 편집장은 "당시에는 중·고교에서 지정한 필독서 '세계 고전'과 '한국 근현대문학' 외에 '청소년 문학'은 생소한 영역이었다"며 "다양한 경험과 세계관을 심어줄, 오롯이 청소년만을 위한 작품을 십대에게 선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때마침 책따세(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의 활동으로 학교 현장 곳곳에서 활발한 독서 운동이 펼쳐지고 학교 도서관이 혁신적으로 탈바꿈하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청소년 문학을 다루는 전문 작가군이 전무하다는 것이었다. 김 편집장은 "청소년 독자와 함께할 수 있는 작가를 양성코자 2002년부터 청소년 문학상 공모 대회, '사계절 문학상'을 개최했다. 이옥수 신여랑 김해원 박지리 탁경은 등 신인 작가들이 대거 발굴됐고 이들은 지금까지도 작품 활동을 활발히 하며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동에서 성인으로 가는 길, 그 중간의 청소년들은 수많은 시행착오와 다양한 경험을 겪으며 성장한다. 그러나 현 청소년들은 학교와 집, 학원이라는 지극히 제한된 환경에서 '내가 모르는 백인백색의 세계'와 단절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김 편집장은 "청소년기는 자아 정체성을 확립하고 타인과 사회에 대한 탐구심이 깊어지는 시기다. 하지만 시간과 공간의 제약으로 인해 몸소 다양한 경험을 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문학은 이런 갈증을 채워줄 최고의 수단이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김 편집장은 이어 "청소년들이 문학 작품을 통해 책 읽는 재미를 알아감과 동시에 작품 속의 인물, 사건 등에 공감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며 "다른 이의 삶을 대신 살아보고 다른 이의 슬픔을 들여다보며 나의 현실을 돌아보고 더 너른 세상을 꿈꿨으면 하는 마음으로 책을 만든다. 책을 매개로 스스로를 성장시키고 타인과 공감하며 연대의 마음을 키울 수 있는, 재미와 감동을 모두 아우르는 청소년 문학 작품들을 계속 펴낼 것"이라 말했다.

'사계절'이 청소년들에게 자신 있게 권하는 도서는 무엇일까? 김 편집장은 "일단 박지리 작가의 작품들을 소개해주고 싶다. 특히 '합체'는 책을 좋아하지 않는 친구들이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맨홀' '다윈 영의 악의 기원' 등도 박 작가의 대표작이니 만큼 일독을 권한다"고 말했다. 정은 작가의 '산책을 듣는 시간'도 추천작이다. 장애에 대한 편견을 깨는 동시에 눈을 감아야 들을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들려준다. 조우리 작가의 '오, 사랑'은 두 소녀의 사랑과 모험의 스케일이 얼마나 큰지 하루아침에 런던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최영희 작가의 '너만 모르는 엔딩'은 B급 SF 소설집이다. 삼선 슬리퍼에 얽힌 우주 음모론과 물파스 냄새에 끌려 지구에 정착한 외계인이라는 상상불가 캐릭터들을 만나볼 수 있다.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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