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대신 국토보유세 도입, 세수 순증분은 기본소득으로 분배

전체 가구의 95% 정도가 수혜 … 조세저항 이겨내고 뿌리내릴 것

문 정부 4년간 부동산 문제 해결 못한 실망감이 LH사태로 폭발

[인터뷰] 전강수 대구가톨릭대학교 경제금융부동산학과 교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투기 의혹은 부동산공화국의 민낯을 보여줬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기대이익이 높은 자산, 부동산을 차지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직업 윤리도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줬기 때문이다.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조사로 이번 사태가 마무리 된다 하더라도, 부동산 불패신화가 건재하는 한 비슷한 일은 또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과연 대한민국에 부동산이라는 질곡을 벗어던질 기회가 올까? 토지공개념 철학을 반영한 정책으로 부동산 투기의 근본 지점을 정확히 타격해야만 부동산공화국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해 온 전강수 대구가톨릭대학교 경제금융부동산학과 교수를 지난 달 26일 서울 종로구 내일신문 사옥에서 만났다.

■LH사태 이야기부터 해야 할 것 같다. 국민들의 분노가 높다.

LH사태 자체의 성격이 별로 좋지 않은 것도 있지만, 부동산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세월이 문재인정부 임기 4년째까지 이어지면서 쌓인 국민들의 실망감이 이번 계기로 폭발한 것 같다. 3기 신도시를 통해 공급을 확대해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었는데 그 정책을 실제로 책임지고 추진하는 기관의 구성원들이 저지른 짓이기 때문에 정책 전반에 대한 누적된 실망과 함께 핵심부에 대한 의심이 터진 것이다.

■LH사태 파장으로 정치권에선 '토지공개념'이 거론된다.

토지나 자연자원은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니고 천부자원으로 거저 주어진 것이고, 그렇다면 정도의 차이는 있더라도 모두의 공동재산이라는 성격이 있다. 토지사유제가 허용되고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토지가 공동재산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토지를 차지하고 활용하는 사람은 상응하는 대가를 사회에 납부하고, 그것을 그 기회를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공평하게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사용해야 한다는 개념이 토지공개념이다.

■노태우정부 때 이미 토지공개념 3법이 도입됐지만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및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으면서 마치 토지공개념 자체가 위헌이라는 인식이 생긴 것 같다.

당시 헌재 판결을 보면 헌재도 대한민국 헌법이 토지공개념에 배치된다고 말한 적이 없다. 오히려 우리 헌법은 토지공개념을 지지한다는 걸 분명히 했고, 다만 법률 내용 중 일부에 문제가 있다고 한 거다. 그런데 자세한 내용이 전달되지 못한 채 토지공개념 자체가 마치 위헌인 것처럼 국민들에게 각인이 됐다. 우리 헌법과 안 맞는 관념이 우리 사회에 만들어진 거다.

2017년 기준 OECD 18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보유세액/부동산가액)이다. 한국은 0.1%대로 독일 체코 오스트리아 등과 함께 하위 국가군에 속한다. 2017년 통계를 인용한 것은 2018년치부터는 아직 보고하지 않은 나라가 다수였기 때문이다.


■토지공개념을 구현할 수 있는 정책으로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를 주장해왔다. 어떤 내용인가.

시장원리에 맞도록 실현하는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을 주장해왔는데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토지에서 생기는 불로소득을 조세로 환수하자는 것이다. 토지보유세 강화다. 두번째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나 공공이 가능하면 토지를 비축해서 민간에게 임대해주고 임대료를 받아 그 수익을 토지의 권리를 못 누리는 사람을 위해서 사용하자는 거다. 토지공공임대제다.

이 양대 축에 부동산 백지신탁제 도입도 필요하다. 부동산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너무 부동산하고 엮여 있으니 이번 LH사태처럼 부정부패가 일어나는 거다. 제도적으로 정책을 만드는 사람과 부동산 이해관계 간의 연결고리를 제도적으로 끊어버리자는 거다. 그러면 인사권자도 자유롭고 공직자도 떳떳하고 국민도 의심할 필요가 없어 모두가 자유로워질 수 있다.

정리하면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이라는 철학 아래에 구체적인 정책으로는 토지보유세 강화, 토지공공임대제, 부동산백지신탁제 이렇게 삼각형 구도의 부동산 정책을 펼치자는 거다. 그래야 우리 사회의 부동산이라는 엄청난 질곡을 벗어낼 수 있다.

■토지보유세 강화할 경우 조세저항이 크지 않겠나.

토지보유세 강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한 정부가 노무현 정부다. 정책수단은 종합부동산세였다. 주지하다시피 당시 주요 언론의 1면 톱기사가 거의 이와 관련한 비판기사일 정도로 1년 내내 공격이 계속됐다. 세금폭탄이라는 논리도 개발됐고. 당시 청와대 내에서도 이런 저항 때문에 종부세를 끝까지 밀고가야 하느냐는 반대가 많았지만 노 대통령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유지했다.

결국 도입이 됐지만 나중에 결국 민심을 잃지 않았나. 이런 상황을 모두 지켜봤고 조세저항에 대한 해법 없이 보유세 강화 정책을 펴다가는 좌초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그래서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라는 대안이 나온 거다. 종부세 대신에 국토보유세를 도입하고 거기서 나오는 세수 순증분은 기본소득으로 분배를 하자는 거다. 한신대 강남훈 교수가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우리 나라 전체 가구의 95% 정도가 혜택을 입게 된다. 국토보유세로 내는 돈보다 기본소득으로 받는 돈이 많다는 거다. 손해를 입는 5%가 심한 저항을 하더라도 95%가 지지한다면 이 제도는 실제로 시행되고 뿌리를 내릴 거라고 본다.

■종부세를 도입한 노무현 정부를 계승한 현 정부 내에 보유세 강화 아이디어가 없었을까.

노무현 대통령이 보유세 강화를 위해 노력했고 당시 멤버들이 현 정부의 주역이니 당연히 보유세 강화 쪽으로 갈 줄 알았지만 전혀 아니었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종부세 트라우마가 컸다는 설이 굉장히 유력해 보이고, 무엇보다도 지내놓고 보니 이 정부는 경제개혁을 할 생각은 별로 없었던 게 아닌가 싶다. 검찰개혁 남북관계개선 이 쪽은 힘을 기울였지만 경제개혁이라 할 만한 게 없지 않나. 초반에 소득주도성장 이야기를 하다가 조금 비판받으니 경제수석 교체하고 나서 경제개혁은 없었다.

또 하나는 모든 게 재집권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든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일은 단 하나도 하려고 하지 않았다. 보유세 강화한다고 하면 시끄럽고 지지율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을 하지 않았을까.

■경제 분야 준비가 좀 덜 된 측면도 있다고 보나.

오히려 준비가 많이 됐다고 과신했을 수도 있다. 참여정부 때 부동산정책 다 해봤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느냐는 거다. 참여정부 때는 정책을 펼치면 관련되는 지식인들을 모아서 토론도 하고 했지만 이 정부 들어서는 완전히 적막하다는 평이 많았다. 그게 뭘 의미하겠나. 자기들이 다 안다 이거 아니겠느냐. 오만함이다.

■보유세 강화 등 토지공개념 정책이 실현되면 정말 부동산 투기를 막고 부동산 가격 안정을 이룰 수 있을까.

국토보유세를 실행할 경우 부동산에서 생기는 불로소득을 바로 직격한다. 세금을 과세하기 시작하면 근본적으로 투기를 하려고 하는 동기 자체를 사회 전체적으로 줄이게 된다. 달달한 게 있으면 벌이 몰려들 수밖에 없으니 그 달달한 걸 치워야 한다. 그런 제도적 장치를 만들 생각은 안 하고 벌 쫓으려고 하면 해결되겠냐, 해결도 안 되고 벌에 쏘이고 말 거라는 비유를 한 적이 있다. 현 정부가 하고 있는 방식은 단 걸 치우는 근본적인 방식이 아니라 벌만 쫓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반영한 정책을 오랫동안 제시해왔지만 정치세력에게는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이제라도 공론화될 수 있을까.

토지공개념 정책이야말로 자본주의를 자본주의답게 만들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다. 자본주의의 원리가 뭐냐.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이 보답을 받고 자연스럽게 경제가 잘 되는 거다. 그런데 아무 것도 안 해도 엄청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그 사회의 똑똑한 사람들은 다 그걸 하려고 들게 돼 있다. 능력 있는 자들, 민첩한 자들이 다 부동산 쪽으로 몰리면 누가 자본주의를 자본주의답게 만드는 경제행위를 하겠나. 땀흘려 일한 사람들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상식적인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토지공개념이 필요하다는 걸 정치권이 깨달아야 한다.

["토지공개념 공론화로 부동산 불평등 해법찾자" 연재기사]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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