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서울시 운영의 3대 축인 시의회, 자치구, 정부가 모두 시장과 당이 다르다. 오 시장이 자신이 처한 '3면초가'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지 주목된다.

오 시장이 넘어야 할 가장 큰 벽은 서울시의회다. 현재 서울시의회는 110석 중 101석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다. 90%가 넘는 의석을 여당이 차지한 말그대로 압도적 '여대야소'다.


오 시장은 선거 당시 재건축·재개발 속도전,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 비판 등 서울시 사업과 정책의 전면적 변화를 강조했다. 하지만 서울시 사업 변경은 의회 동의를 구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재개발·재건축 활성화와 한강변 35층 고도제한 해제다. 시장이 일정 정도 규제완화를 시도할 수 있지만 대부분 사항이 조례로 규정돼 있다. 주거지역 용적률을 완화해 재건축을 활성화하겠다는 오 시장 약속도 조례 변경없인 불가하다. 한강변 35층 완화는 서울시 최상위 도시계획상 최상위 기본계획인 '2030 서울플랜'을 바꿔야 가능하다. 이것도 의회 동의를 거쳐야 한다.

시의회와 협력없인 시정 성과를 낼 수 없다는 것을 오 시장도 잘 알고 있다. 더구나 보궐선거로 당선된 새 시장 임기는 불과 1년 2개월 뿐이다. 오 시장이 취임 첫날 가장 먼저 시의회를 방문한 것도 이같은 상황을 감안한 행보로 읽힌다.

하지만 양측 '밀월'은 하루를 넘기지 못했다. 김인호 의장은 오 시장 취임 이틀째인 9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광화문광장 공사는 시장 마음대로 중단할 사항이 아니다"고 말했다. 재개발·재건축, 용적률 완화에 대해서도 "조례를 바꾸는 문제 등 의회 동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이에 대해 "구체적 업무보고를 받은 바도 없고 입장을 결정한 바도 없다"며 시의회가 자신의 입장을 지레짐작해 입장을 낸 셈이라고 답했다.

서울시 조직개편도 시장 뜻대로 되지 않는다. 시 안팎에선 오 시장이 전임 박 시장 색채가 강한 몇몇 부서는 폐지 혹은 축소를 시도할 것이란 예상이 팽배하다. 하지만 이 문제도 의회를 통과해야 한다.

가장 큰 충돌이 예상되는 것은 예산 분야다. 오 시장은 자신이 원하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추경 편성을 시도할 수 있지만 시의회가 호락호락 심의에 임할리가 없다. 연말로 예정된 2022년 예산 편성·심의에서는 양측 갈등이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더구나 내년은 대선과 지방선거가 모두 있는 해다. 시의원들에게 내년 상반기는 성과를 올려야 하는 마지막 시간이다. 이때문에 서울시 내년 예산 편성 과정은 오 시장과 시의회를 넘어 야당과 여당의 대리전 양상을 띈 말 그대로 예산 전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오 시장이 반격을 시도할 수도 있다. 하나는 인사권이다. 시의회 4급 이상 일반직 인사권은 모두 시장에게 있다. 기능직·별정직 인사권은 사무처장에 위임돼 있지만 사무처장을 시장이 임명하기 때문에 이 또한 시장권한으로 볼 수 있다. 의회 관계자는 "양측 다툼이 격화될 경우 시장이 인사권을 발동, 의회와 충돌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 시장이 반격에 나서는 또다른 방법은 여론을 등에 업고 전면전을 펼치는 경우다. 재건축·재개발은 보궐선거에서 확인된 부동산 민심과 관련된 이슈다. 시의회가 입법권을 무기로 지속적인 제동을 걸 경우, 오 시장은 실현가능성과 관계없이 부동산 정책 대전환을 선언한 뒤 민주당 의회가 발목을 잡아 사업 추진을 할 수 없다고 주장할 수 있다.

오 시장과 의회 간 관계를 가늠할 첫번째 가늠자는 행정사무조사다. 시의회는 선거 막판 오 시장의 내곡동 땅 투기 의혹을 제기하며 의회 차원의 행정사무조사를 예고한 바 있다. 의회가 이를 강행할 경우 양측의 신중 모드는 하루아침에 전투 모드로 변할 수 있다. 시 관계자는 "의회는 선거에서 대패한 여당의 반성을 보여줘야 하고 오 시장은 성과를 내는 유능한 야당 시장 이미지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서로 반대만 일삼을 순 없는 입장"이라며 "합리적인 대화와 타협으로 정쟁이 아닌 시민 삶을 앞세우는 협치와 상생 리더십이 쌍방에게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험대 오른 오세훈 리더십" 연재기사]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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