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자치구에 이어 오세훈 리더십을 시험대에 올릴 세번째 과제는 문재인정부와 관계다. 오 시장 당선의 일등공신은 '정권심판론'이었다. 부동산 실패로 대표되는 정부정책 변화를 이끌어낼 책무가 오 시장에게도 있다.

오세훈 시장은 취임 후 방역 문제에서도 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상생방역, 맞춤방역을 표방하며 기존 방역 정책 변화를 촉구했다. 하지만 두 사안은 모두 '규제 완화'와 닿아있다.


부동산 규제 완화는 문정부 정책 실패의 핵심인 집값 급등을 다시 불러올 수 있다. 방역 규제완화는 코로나19 확산세에 기름을 부어 4차대유행을 앞당길 수 있다. 섣부른 차별화가 자칫 부동산·방역 모두에서 '오세훈 책임론'으로 이어지면 서울시장 재선은 물론 야당의 정권교체 구상에도 치명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지난 13일 열린 국무회의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현 정부에서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줬다. 오 시장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야당 소속으로는 처음 이날 회의에 참석했다. 하지만 오 시장 발언에 문정부 장관 5명이 반박했다. 대통령이 중재에 나서며 일단락 됐지만 여당에 포위된 야당 시장 형편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오 시장이 보수진영 전체의 선봉장이 된 만큼 정부와 대립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 시장의 '1인 시위'엔 명분도 있다. 부동산 정책, 세금 문제, 내로남불 등 분노한 민심이 그를 당선시켰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재 오 시장이 들고 나온 이슈들이 휘발성이 너무 큰 사안들이라는 점이다. 오 시장이 제안한 자가진단키트와 이를 활용해 방역 숨통을 트자는 제안은 실효성을 떠나 "한번 시도해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공감을 얻고 있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35층 층고제한 완화, 강남을 필두로 꽉 막힌 재건축 재추진 등은 호응이 크다. 하지만 두 사안 모두 가져올 후과가 상당하다. 오세훈식 방역과 부동산 규제 완화가 공통으로 담고있는 메시지는 "막힌 곳을 풀어주자"로 해석된다. 풀려서 해결되면 문제가 없지만 코로나가 확산되고 집값이 급등하면 책임은 '풀어준' 사람에게 돌아간다.

그래서 오 시장의 역할이 진영의 선봉장이 아닌 '건강한 야당'에 맞춰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오 시장은 현재 칼 위에 서 있는 형국이다. 부동산과 방역은 전 세계가 해법을 못 찾을 만큼 어려운 문제들"이라며 "칼 위에선 춤을 추거나 1인 시위를 하면 안된다. 걸음 속도를 늦추고 정부와 끊임없이 협의해 부동산과 방역의 연착륙을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시장이 자신의 정체성을 몇가지로 나누어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치인 오세훈은 정부가 키를 쥐고 있는 부동산, 방역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제안과 실효성 있는 대안으로 답을 찾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행정가 오세훈의 역할은 또 다르다.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정치적 주장만 되뇌일 게 아니라 행정 현장에서 성과를 내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짧은 임기 내에 방역과 부동산만 외치다가는 정작 서울의 미래과제를 모두 놓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중요한 과제는 '돌봄'이다.

최영일 경희사이버대겸임교수는 "오 시장에게는 아이들 밥 먹는 문제를 도외시했다는 주홍글씨가 새겨져 있다"며 "서울시장 복귀는 이를 만회할 수 있는 다시 없는 기회인 만큼 보수·진보 모두 환영할 수 밖에 없는 획기적 돌봄 사업을 실시해 '무상급식 반대' 꼬리표를 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험대 오른 오세훈 리더십" 연재기사]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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