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가속화 대응 … 손쉬운 투자 수단 'ETF' 주목

탄소배출권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성장하던 탄소배출권 거래가 미국, 중국 등 주요국을 중심으로 시장 운영이 활발해지면서 빠르게 확대되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전세계적인 기후변화 대응 과정에서 에너지 전환이 가파르게 변화하며 탄소배출권 시장에서 새로운 투자기회가 나오고 있다. 지난 2015년 이후 탄소배출권 투자 연평균 수익률은 37.8%을 기록했다. 위험분산 효과도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탄소중립 가속화 대응으로 탄소배출권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며 손쉬운 투자수단으로 'ETF(상장지수펀드)'에 주목할 것으로 권유했다.


◆유로존 탄소배출권 가격 127% 상승 =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탄소배출권 시장은 유럽뿐만아니라 미국 중국 등 주요국을 중심으로 도입이 확대되면서 빠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전세계 탄소배출권 시장 규모는 거래대금 기준 2291억유로를 기록하며 2017년 대비 4배 이상 가까이 증가했다. 신흥국에서도 배출권거래제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이 진행됨에 따라 전세계 온실가스배출량 중 배출권거래제 시장의 적용을 받는 비중은 2012년 5%에서 올해는 18%로 세 배 이상 높아졌다. 특히 자국 내 화력발전소 2225개를 대상으로 탄소배출권 거래를 실시하며 지난 16일 출범한 중국의 전국 단위 배출권 거래소는 도입과 동시에 EU- ETS(유럽연합 탄소배출권제도)를 뛰어넘는 최대 배출권 거래소로 등극했다.


지난해 기후변화 대응이 빨라진 이후 유로존 탄소배출권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유로존 탄소배출권 가격은 16일 종가기준 53.5유로/톤으로 전년 2월말 대비 127.7% 상승했다.

주요 기관들은 앞으로도 탄소배출권 가격이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IEA(국제에너지기구)는 선진국 탄소배출권 가격 기준으로 2025년까지 75달러/톤, 2030년까지 130달러/톤으로 상승을 예상했다.

탄소배출권 가격 상승 원인은 친환경 정책 모멘텀과 함께 글로벌 경기 회복, 규제대상 확대 때문으로 분석된다. 올해 선진국 중심의 가파른 경기 회복세가 나타남에 따라 기업 생산 활동이 증가하면서 화석연료 소비로 배출권 수요가 증가했다. 규제대상은 밸류체인 전반에서 발생하는(Scope3) 부분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기존에 발전, 에너지집약, 항공업, 알루미늄 제조업, 기타 화학업 등이 배출권거래제 규제대상이었으나 추가적으로 해상운송분야를 포함할 것을 제안(선박에 사용되는 연료에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한)한 것이다.


반면 탄소배출권의 공급물량으로 볼 수 있는 할당량은 축소된다. 올해부터 EU-ETS 4기(2021년~2030년)가 운영되는데 3기 대비 탄소배출 할당량은 축소하고 배출권 공급은 감소된다. EU-ETS는 지난 16년간 탄소배출량을 42.8%줄이는데 기여했다. EU가 지난 14일 발표한 핏포55(fit for 55) 제안에서는 배출상한선은 더욱 낮추고 연간 감소율은 높일 것을 제안했다. 2005년 수준 대비 2030년 61%감소 계획이다. 기존 연 할당량 2.2% 감소에서 4.2% 감소로 할당량 축소폭이 더 확대될 전망이다

이정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친환경에너지로 전환은 현재 과도기적인 단계이지만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규제 강화와 함께 빠른 경제회복으로 탄소배출권에 대한 수요는 높아지고 공급은 낮아지는 현상이 불가피하다"며 "이에 따른 탄소배출권 시장의 가격 상승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변동 높지만 월등히 높은 수익률 = 배출권거래제는 가장 대표적인 탄소가격제로 평가받는다. 탄소국경세보다 정책에 대한 저항이 낮고, 탄소가격 형평성 확보가 유리하며, 국제적 연계가 가능한 장점 때문이다. 투자 수익률과 위험분산 효과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2015년 이후 EU ETS의 탄소배출권 연 평균 수익률은 37.8%를 기록했다. S&P500 15.0%, 원유 6.8%, 하이일드 5.5%, 금 5.4%, 미국채 10년물 2.6% 등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익률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은 8.5%다. 샤프지수(Sharpe Ratio, 위험자산에 투자해서 얻은 초과이익의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평가했을 때도 탄소배출권 수익률은 0.9%로 S&P500 1.0%와 비슷했다. 하이일드(0.8%), 미국채10년물(0.5%), 금(0.4%), 원유(0.1%) 등 보다는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탄소배출권 수익률과 다른 자산군들과의 상관관계를 비교한 결과, -0.2 ~ 0.3 수준으로 0에 가까웠다.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위험분산 효과로 우수하다는 특징을 보여준다.

이 연구원은 "탄소배출권은 금, 원유와 같이 일종의 원자재로 수익률 변동성이 다른 자산군 대비 매우 높다"며 "다만 다른 원자재와 대비되는 차이점은 연평균 수익률이 37.8%로 높기 때문에 샤프지수(sharpe ratio)로 본 값은 S&P500지수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일반적으로 친환경 정책모멘텀에 대한 투자가 태양광, 풍력 관련 기업들의 주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나, 해당 종목들은 주식이라는 특성상 시장 충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면서 "반면 탄소배출권 ETF는 금융시장의 변화와 상관없이 친환경에너지 전환에 대한 방향성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친환경 정책으로의 단기 변화가 빨라지는 가운데 매력적인 자산이 된다"고 말했다.

탄소배출권에 손쉽게 투자할 수 있는 수단으로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있다. 탄소배출권은 각 국가별, 지역별 배출권거래소에서 선물로 거래된다. 운용사들은 이러한 투자접근성에서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탄소배출권을 기초자산으로 담은 ETF를 출시했다. 대표적으로 미국에 상장된 KRBN, GRN ETF가 있다. GRN ETF는 EU 탄6소배출권 선물만을 구성됐지만, KRBN은 EU와 미국 탄소배출권 선물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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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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