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시대 앞당길 단초로 작용

국내 폴리실리콘 기업들에 희소식

세계 최대 이산화탄소 배출국 중국이 전국 통합 탄소배출권 거래소를 출범시키면서 EU-ETS(유럽연합 탄소배출권시스템)를 뛰어넘는 최대 배출권 시장으로 등극했다.

그동안 다른 국가들 보다 낮은 수준이던 중국의 탄소배출권 가격은 급격한 가격상승이 기대된다. 이는 탄소중립시대를 앞당길 단초로 작용하며 국내 폴리실리콘 기업들에게도 희소식이 될 전망이다.


◆글로벌 탄소 배출량 29% 비중 차지 =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의 탄소배출권 가격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전국 8개 지역에서 탄소배출권 거래소를 시범적으로 운영하던 중국에서는 이달 16일 전국 단위의 통합 거래소가 정식으로 출범했다. 통합거래센터는 상하이에 설립됐다.

첫 거래일 배출권 가격은 48.0 위안으로 시작해 51.2 위안(전일 대비 +6.7%)으로 마감했다. 19일엔 52.3 위안으로 2.1% 상승, 20일엔 53.3위안으로 1.9% 올랐다. 16일 하루 거래금액은 2.1억위안(372억원)으로 지난해 총 거래액의 10.7% 수준으로 매우성공적이라는 평가다.

중국 통합거래소의 1기 배출권 거래는 발전 산업 2225개의 기업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해당 기업의 탄소 배출량은 약 45억MtCO2으로 중국 전체 배출량의 47%, 글로벌 배출량의 14% 수준이다. 이에 따라 중국의 배출권 거래소는 시작과 동시에 EU-ETS(14억 MtCO2)를 넘어 세계 최대 배출권 거래소로 자리잡았다. 중국은 차후 시장이 성숙함에 따라 석유화학, 화학공업, 건자재, 철강, 비철금속, 제지 및 국내 민간항공 등 8개 고 에너지 소모 산업도 배출권 거래제도 안으로 편입할 예정이다. 거래 가능 항목은 초기에는 탄소배출권(현물)로 한정되지만, 시장이 성숙함에 따라 선물 등 금융상품이 추가적으로 도입되어 탄소 거래 활성화를 촉진할 것이다. 현시점에서 우선 고려되고 있는 금융지원은 탄소배출권을 담보로 한 대출 허용이다.

◆배출권가격 상승 기대 = 글로벌 탄소 배출량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9%(약 100억톤)에 달한다. 하지만 연간 거래되는 탄소 배출권 거래량은 5740만톤에 그친다. 배출량의 1%도 커버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그만큼 중국 탄소배출권 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높다. 최원석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단일 체제로 전환한 중국 배출권 거래소 출범은 탄소중립 시대를 앞당길 단초로 작용할 것"이라며 "거래 가격은 2028년부터 급격한 상승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중국의 탄소배출권 가격은 지금까지 여타 국가 대비 낮은 수준이었다. 금융 시장 조사기업인 레피니티브(Refinitiv)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지역 거래소의 연 배출권 거래량은 1.3억톤, 거래금액은 2.6억유로였다. 같은 기간 EU의 2020년 배출권 거래량은 81억톤, 거래액은 2014억유로(272조원)을 기록했으며(톤당 24.9 유로), 북미는 거래량 20억톤에 거래액 260억유로를 기록했다(톤당 12.9 유로). 상대적으로 중국과 산업구조가 유사한 한국의 경우 거래량 4400백만톤, 거래액 8.7억유로를 기록했다(톤당 19.7 유로)

박기현 SK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전국 단위 거래소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함에 따라 배출권 가격 역시 점진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Refinitiv 는 올해 배출권 가격 평균치를 톤당 40위안을 전망하였으며, 이후 2030 년 160 위안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중국지역 배출권 거래소가 설립된 이래 배출권 가장 높았던 가격이 123위안(선전거래소 2013년 10월)이란 점을 고려하면 대내외 정책 변화에 따라 단기적으로 100위안 전후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또 중국 정부는 무료 배출권 할당량을 꾸준히 줄여나갈 계획이기 때문에, 배출권 가격은 꾸준히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박 연구원은 "전국 단위 배출권 거래소 설립은 장기적으로 중국과 글로벌 시장 간의 배출권 가격 괴리를 좁히는 시작"이라며 "중국 기업과 가격 경쟁에 있어 압도적인 전력 비용차이로 고전해왔던 국내 폴리실리콘 기업들에게 희소식"이라고 평가했다. 탄소배출 저감 기술에 대한 연구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중국은 현재 14개의 대규모 CCUS(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2025년까지 8개 신규 프로젝트 가동을 고려하고 있다.

["탄소배출권 시장 확대" 연재기사]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김영숙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