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조성자 확대로 유동성 증가

증권사 자기자본 매매·선물거래

다양한 탄소배출권 인덱스 개발

전 세계에서 탄소배출권 거래제도(ETS) 또는 탄소세를 통해 탄소에 가격을 부과하거나 고려하는 국가는 총 64개국에 달한다. 많은 국가들이 탄소 배출 제로(Net Zero) 선언에 동참하면서 탄소가격 정책이 확산됐고 금융시장에 탄소가 새로운 자산군으로 부상했다.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는 최근 탄소배출권과 관련한 다양한 투자의 가이드라인 및 방향성을 제시하는 지수 개발이 확대되고 있다.


◆3차 배출권거래제 진입 =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로 개설된 지 6년차를 맞은 한국 탄소배출권 시장은 제도적 측면에서 의미 있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국내 탄소배출권 시장은 제3차 계획기간(2021~2025년)에 돌입하며 제3자(금융기관 및 개인) 참여 및 파생상품 도입 등 다양한 시장 활성화 방안을 도입하고 있다. 먼저 기존 시장조성자는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두 곳 뿐이었으나 5월부터 SK증권, 하나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이 새로운 시장조성자로 참여해 시장 유동성이 증가했다. 현재 국내 배출권 거래시장은 실수요 목적의 기업체만 참가할 수 있지만 올해 안에 국내 증권사들의 자기자본(PI)을 활용한 투자목적 거래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탄소배출권 시장 일평균 거래대금 25억원으로 전년 대비 25.1% 증가했다. 배출권 총 거래 규모는 약 6200억원 수준으로 2015년 도입 이후 상승 추세다. 2019년에는 유상할당경매 및 시장조성자 제도를 도입해 매도호가 부족으로 인한 유동성 부족현상을 완화했다. 지난해엔 유상할당 경매제도 개편으로 일부 회사의 배출권독점 현상을 방지했다. 그 결과 연간 누적거래량은 2019년 대비 23.5%, 누적 거래대금은 26.1% 상승했다. 그 해 도입한 시장조성자 제도효과 및 배출권시장 관심도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거래소가 운영하는 배출권시장 정보플랫폼에 따르면 실수요 기업에 한해 거래되고 있는 탄소배출권((KAU20)은 27일 기준 2만1100원으로 전일대비 100원(0.48%), 전월 말 보다는 33.5% 상승한 금액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다만 2019년과 2020년과 비교해서는 절반도 안되는 가격이다. 탄소배출권 가격은 2019년 말에는 4만900원까지 올랐지만 지난해 4월 이후 하락세로 전환하며 지난해 말 종가는 2만3000원으로 떨어졌다. 지난 6월에는 최저 1만원선까지 떨어졌다. 탄소배출권 시장 규모가 가장 큰 유럽과 미국 3개 시장의 탄소배출권 선물에 투자 몇 개 지역의 탄소배출권 가격은 역사적 최고가를 경신했지만 대부분 지역의 배출권 가격은 아직 파리기후협약 목표 달성에 상당히 미치지 못하며 가격도 낮은 수준이다.

◆K-ETS에도 기회 = 유엔과 세계은행은 "기후협약 목표 달성 위해 글로벌 배출권 가격이 2030년까지 톤당 50~100달러로 상승해야 한다"고 추정했다. 탄소 가격이 올라갈수록, 배출 기업들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실제적인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한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에 따라 유럽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의 배출권 가격도 긴 호흡에서 우상향할 가능성이 있고, 배출권 시장은 유망한 장기 투자처가 될 수 있다"며 "한국 배출권 거래시장(K-ETS)에도 기회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한국 시장에서 배출권 가격은 최근 다시 반등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1년 새 3분의 1 수준까지 떨어졌던 탄소배출권 가격이 빠르게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연말에 더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박수민 신영증권 연구원은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이 기업의 수익성으로 직결되는 시기가 앞당겨지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은 확대될 것"이라며 "이런 변화에 빠르게 대응한 기업들에게는 유익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개인투자자가 국내에서 탄소배출권에 투자할 수 있는 길도 논의되고 있다. 다만 개인은 탄소배출권 선물을 기초자산으로 한 상장지수펀드(ETF) 등 투자상품을 통한 간접투자만 허용될 전망이다.

현재 미국 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탄소 배출을 활용한 상품 중 가장 규모가 큰 ETF는 저탄소표적 ETF(CRBN)로, 운용 규모는 8억 달러다. 전세계 주가 지수 (MSCI ACWI)를 상위 인덱스로 구성해 종목들 중 매출 대비 탄소 배출량이 적거나, 향후 감소될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투자한다. Low Carbon Target ETF 전략은 위험 관리 및 조절에 초점을 맞춘다.

크레인쉐어즈 글로벌 카본 ETF(KRBN)은 2020년 7월에 상장한 ETF로 유럽의 EUA, 미국 캘리포니아서부의 CCA, 미국 북동부 뉴욕을 포함한 북동부 11개 지역(RGGI) 등 세계 주요 3대 탄소배출권에 투자한다. 지난 15일 기준 6개월 수익률은 41.23%, 1년 상승률 76.8%를 기록하고 있다.

["탄소배출권 시장 확대" 연재기사]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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