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문학 언론인

중국은 탈레반의 카불 장악을 기회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마오쩌둥의 말처럼 '적의 적은 친구'라는 논리에서다. 탈레반도 중국의 원조를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따라서 탈레반과 중국의 협력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중국과 탈레반과의 관계는 9.11테러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0년대 말까지 탈레반과 관계를 맺어온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당시 중국은 탈레반의 통신설비를 지원하는 한편 카불과 우루무치 간 항공노선도 준비하던 때다.

9.11테러가 터지자 몇 달 사이 조지 부시 당시 미 대통령이 중국을 연이어 방문한다. 테러와의 전쟁에 앞서 중국과 탈레반의 관계를 단절하기 위해서다. 장쩌민 당시 중국 주석도 테러에 반대 입장을 취한다. 다만 '우물을 한 삽에 팔 수는 없다'며 테러와의 장기전을 시사하는 말을 남긴다.

중국은 9.11 이후에도 탈레반과의 접촉을 이어나간다. 테러와의 전쟁을 지지하고 아프간 평화를 원한다는 말은 표면적인 수사에 불과했던 셈이다. 중국은 탈레반을 아프간정부와 병존하는 한 파벌세력이란 입장이다. 한마디로 아프간정부와 탈레반 사이에 양다리를 걸치는 전략이다.

지금도 이 전략은 유효하다. 아프간 권력을 누가 잡아도 중국이 승자라는 생각에서다. 미군이 ISIS 자살폭탄 테러를 당하며 황급히 철수하자 기다렸다는 듯 전후복구와 개발에 참여할 의사를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무엇보다 광산자원 개발이 관심사다. 중국의 일대일로 계획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사업이기 때문이다.

아프간에는 유색금속 자원이 많다. 그러나 광석을 운반하는 능력은 부족하다. 현대화된 고속도로 대신 당나귀로 운송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탈레반은 돈이 필요하다. 중국과의 교환관계가 쉽게 성립한다. 탈레반과의 관계로 볼 때 아프간 광산 개발권이 중국에 넘어갈 가능성이 큰 이유다.

세계은행 통계를 보면 2020년 아프가니스탄 GDP는 198억달러다. 인구수로 나누면 508달러밖에 안 된다. 전체 국민의 40%가 매일 1달러 이하로 생활하는 빈곤 국가다. 42년간 전쟁을 치르는 바람에 공업 기반은 전무하다. 유목민족이어서 농업도 취약하다. 가장 중요한 경제수단은 아편과 광산 개발 정도다.

양귀비를 재배해 생산한 아편은 2020년 기준으로 6300톤이다. 글로벌 아편 생산량의 85% 규모다. 1990년 300톤 규모였던 데 비하면 30년간 21배 늘어난 수치다. 아편이나 헤로인을 이란으로 운송하기만 하면 한 번에 300달러 정도 벌 수 있다. 극빈과 위험 사이를 줄다리기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330만명에 이른다. 이들이 아프간 GDP의 절반을 책임지는 구조다.

광산은 아프간 GDP의 1/4 정도를 기여한다. 미국지질조사국 통계에 따르면 아프간의 미개발 광산자원 가치는 약 1조달러 규모다. 아프간 관리들은 실제 가치를 이보다 3배 이상으로 계산한다. 구리를 비롯해 금 석유 천연가스 코발트 알루미늄 석탄 철광석을 비롯해 희귀금속인 리튬 크롬 아연 보석 활석 유황 석회석 석고 대리석 등 풍부하다.

희귀광물 중 리튬은 각종 배터리나 태양광, 풍력발전기의 핵심요소다. 국제에너지기구 예측에 따르면 2040년까지 글로벌 리튬 수요는 지금보다 40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미 국방부 문건에는 아프간을 리튬계의 사우디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아프간이 전 세계 리튬 공급을 주도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2018년 미국 지질연구소 보고서에도 리튬을 함유한 광물질인 리티아휘석이 풍부하게 매장돼 있는 것으로 나온다. 아프간 희귀광물은 140만톤 규모다. 이 중 17종은 전자제품이나 군사장비에 사용되는 필수광물이다.

중국은 일찌감치 아프간의 광산에 눈독을 들인 나라다. 중국금속그룹 산하 MCC(중국 야금)가 아냐크 구리광산에 대한 30년 개발계약을 체결한 게 2007년이다. 1970년대 발견된 아냐크 광산의 구리 매장량은 7억500만톤이다. 중국이 5년간 광산 개발에 투자하기로 한 금액은 42억달러다. 아프간 GDP의 47%에 해당하는 12억달러씩 투자하기로 했지만 10년째 지지부진하다.

아프간 전쟁이 종식되자 이 프로젝트도 빛을 본다. 중국 A주 3대 지수는 당일 2% 이상 하락했지만 MCC 계열 상장사 주가만 상종가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거래제한폭에 다다르자 주가 전광판에 구리 매장량 1108만 톤, 평균 동 함유율 1.67%인 세계급 대형 동광이라는 광고문구가 떴을 정도다.

중국은 아프간을 잇는 와칸협곡에 도로까지 만들고 싶어하는 눈치다. 도로를 만들면 아프간에 대한 경제이익과 정치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다. 중국서 아프간을 통해 이란과 서아시아로 가는 황금 노선도 만들어진다. 문제는 이 지역 정세다.

특히 탈레반의 보수적인 의식과 동투르크스탄의 존재가 중국에는 아킬레스건 격이다. 신장 위구르 지역과 도로로 연결되면 이슬람 분리독립 운동이 거세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경제이익을 취하려다 국경 분쟁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중국 측 태도를 보면 상당 기간 탐색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탈레반은 9.11 이전 아프간을 통치할 당시, 중국의 신장통치에 반대하는 위구르족의 뒤를 봐준 세력이기도 하다. 따라서 중국은 유사사건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보장을 요구하는 중이다. 아프간에 중국을 위협할 수 있는 위구르 선동 조직이 없다는 것을 반드시 보장하라는 압박이다.

탈레반의 약속을 믿고 중국이 웃기에는 아직 이르다. 중국이 핵심사항으로 요구하는 탈레반과 동투르크스탄의 관계 단절은 불가능한 과제다. 두 조직은 형제 관계다. 2000년에도 탈레반 지도자인 오마르가 동투르크스탄의 중국내 활동을 최대한 불허한다고 약속만 하고 신병을 중국정부에 넘기지 않은 전례도 있다. 중국과 탈레반 사이에 숨겨진 치명적인 약점인 셈이다.

현재로선 620억달러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중국과 파키스탄 간 경제회랑을 아프간까지 확대하는 게 우선 목표다. 이른바 카불과 페샤와르를 잇는 고속도로를 연결하는 사업이다. 지난 5년간 미국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한 일대일로 프로젝트다. 미국이 떠났으니 기회를 반드시 잡으려 할 게 분명하다.

물론 파키스탄도 주판알을 튕길 게 분명하다. 제국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아프간에서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파키스탄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고려하면 밀어붙일 수도 있다. 양국 수교 70주년 행사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경제회랑에서 3국이 협력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할 의사를 분명히 밝힌 상태다.

중국이 탈레반을 돕는 가장 중요한 목적은 신장위구르 지역의 안정이다. 세계정세와는 큰 관련이 없다. 지리적으로나 전략적 지위도 중요치 않다. 신장지역 안정이 중국의 이익일 뿐이다. 탈레반이 동투르크 무장세력의 퇴로를 막아주는 게 중국 전략상 매우 중요한 수단이란 이야기다.

중국이 탈레반 정부를 도울 방법도 현재로선 유한하다. 경제원조나 무상건설을 해주는 방식밖에 없다. 더 도와주고 싶어도 불가능하다. 서방에서 탈레반에 대해 금수 조치라도 하는 날이면 중국은 유엔과 다른 길을 걸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중국이 중요한 역할 하는 것처럼 보여도 불확실한 요인이 많아 어렵다는 이야기다. 만약 중국이 신장에서 무슬림을 박해하는 것을 눈감아줬다간 내부분열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내부 경제 사정도 좋지 않다. 중국식 돈 뿌리기 방식도 안 통하고 정치적으로도 위험하다. 탈레반 재건사업에 대량으로 기술자와 노동자를 투입하는 날 탈레반과 중국의 운명은 묶이는 셈이다. 작은 조직이라도 중국을 공격 가능한 상황이 되고 다시 미국이나 구소련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러시아 터키 이란 등 주변국 움직임도 변수다. 탈레반에 대한 입장도 각각 다르다. 중국이 아프간에 행사하려는 영향력과 배치될 경우 진퇴양난의 덫에 걸려들 가능성도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