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국회의원·구청장 모두 민주당 … 국힘 이기재, 민주 김수영 경합

서울 양천은 민주당 강세지역이다. 지역구 국회의원 2명과 구청장이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하지만 최근 선거에선 양상이 달랐다. 2021년 4월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57.46%를 득표, 39.63%를 얻은 박영선 민주당 후보를 크게 앞섰다. 가장 최근 선거인 대통령 선거에서도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50.13%를 얻어 이재명 민주당 후보(46.39%)에 승리했다.

한강벨트 사수 혹은 탈환으로 압축되는 서울 구청장 선거에서 양천구 판세에 관심이 모이는 이유다.


◆서울 판세 닯은 꼴 = 양천구는 서울 전체 판세의 가늠자 역할을 한다. 서울 표심이 강남북으로 갈린다면 양천구는 목동아파트단지 중심 동쪽지역(목동)과 일반주택가 중심 서쪽지역(신정동·신월동)으로 갈린다. 이번 대선에서도 동쪽 지역 일부에서 국민의힘이 두 배나 더 많은 표를 얻을 정도로 지역 편차가 확연하다. 이른바 '동국서민(동쪽은 국민의힘, 서쪽은 민주당 우세)' 형세다.

김수영 민주당 후보

민주당은 재선 현역인 김수영 구청장이 단수 공천을 받았다. 구청장들의 잇따른 구속과 그로 인한 사퇴 등 혼란스럽던 구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는 받는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60%가 넘는 득표로 재선에 성공한 이력도 좋은 평가를 받는다.

별다른 잡음없이 후보를 확정한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목동은 재건축 이슈가 핵심적인 동네다. 민주당이 강세를 보이던 양천구가 최근 선거에서 잇따라 국민의힘에 터를 내준 결정적 원인이다. 공천 잡음을 최소화해 지지층을 묶고 재선 현역 구청장이라는 '안정감'을 내세워 수성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국민의힘은 대선 승리 효과에 기대 '바람몰이'를 한다는 전략이다. 앞서 짚었듯 양천구는 최근 주요 선거마다 승부를 가른 부동산 이슈가 첨예한 지역이다. 지역의 절반을 차지하는 목동 1~14단지 전체가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이기재 국민의힘 후보

국민의힘은 후보 간 인물 경쟁력에서도 현역 구청장에 밀리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경선 끝에 국민의힘 후보로 결정된 이기재 후보는 도시공학 박사이자 청와대 정무수석실 행정관,산업통산자원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지냈다. 원희룡 지사 시절 제주도 서울본부장도 지냈다.

◆한강벨트 승패, 출발지 = 양천구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벌이는 한강벨트 승패의 출발지이기도 하다. 6.1지방선거 서울시장 및 구청장 선거는 한강벨트 사수 혹은 탈환으로 축약된다. 국민의힘은 대선 승리 여파를 몰아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민주당에 빼앗긴 서울 구청장 대다수를 되찾아 온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반면 부동산 문제로 수세에 몰린 민주당은 서울 외곽 자치구들을 중심으로 방어에 나서되 한강벨트에서 최소 2~3개는 건진다는 수성 전략을 짜고 있다. 한강벨트 중 상대적으로 국민의힘 강세지역인 강남3구를 제외하면 양천구는 서부 전선 핵심지역으로 꼽힌다.

김수영 후보는 현역 프리미엄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재선 구청장을 역임하며 쌓아온 구정 성과에 기반해 안정적 리더십, 구정 연속성을 강조한다는 전략이다. 구청장 시절 일궈낸 5대 공원 리모델링 등 녹지조성, 신월·신정지역 재개발, 갈산지역 개발로 대표되는 동서균형발전 성과 등을 집중 홍보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당론과 충돌하면서까지 민주당 구청장 중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재건축 사업 성과로 국민의힘의 부동산 실패 책임론을 넘어선다는 목표다.

이기재 후보의 핵심 전략은 '여당 구청장론'이다. 이번 지방선거를 윤석열정부 성공적 국정운영의 토대를 구축하는 첫 선거로 규정하고 지방권력을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후보는 부동산 문제 해결과 관련 자신의 정치 경력과 네트워크를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 후보는 원희룡 국토부장관 후보자의 보좌관 출신이다. 원 후보자와 15년간 함께 정치를 해온 자신의 경력이 지역 현안 해결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이슈가 첨예하지만 양천구 유권자는 대선에서 한쪽 편을 일방적으로 들어주지 않았다. 양천구 전체 18개 동 가운데 9개동은 국민의힘에, 9개동은 민주당에 표를 줬다. 표 차이는 서울 전체 결과(4.9%p)보다 적은 3.7p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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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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