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이행에만 209조원·2차 추경도 물가자극 불가피 … "속도조절 나서야"

10일 Y노믹스(윤석열정부 경제정책)가 닻을 올렸다.

경제정책 컨트롤타워는 추경호 부총리 후보자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비전은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다. 경제정책 강조점은 '민간과 성장'이다. 민간의 역동적 혁신성장을 정부가 뒷받침하고, 이를 통해 잘사는 국민의 나라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Y노믹스 앞길은 순탄하지 않다. 오히려 폭풍우와 가시밭길을 헤쳐나가야 하는 고난의 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후보자가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제공


코로나19 펜데믹 후유증과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세계경제는 스태크플레이션(저성장+고물가)으로 향하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삼중고(高)'에 빠지고 있는 형국이다. 당장 서민들이 체감하는 가장 큰 고통은 급등하는 물가다.

◆물가관리 악재만 쌓였다 = 시작부터 가시밭길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첫 정책과제는 추가경정예산안이다. 1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새 정부 첫 추경은 35조원 안팎 규모로 소상공인 지원과 방역·민생안정 예산이 포함된다.

문제는 대규모 추경이 물가안정과 재정건전성을 경제정책 우선 과제로 제시한 새 정부 정책방향에 역행한다는 것이다.

대규모 추경은 물가 불안을 자극하면서 금리인상 정책 기조와 엇박자를 낼 수밖에 없다. 재정 당국도 재정 정상화와 긴축재정을 검토할 시점이지만, 출범 직후 추경으로 인한 대규모 재정 지출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경제의 긴축흐름과도 엇박자다. 이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 후폭풍은 현재 진행형이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이 통화 긴축 속도를 내면서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기준금리를 올려 시중의 유동성을 흡수하면 물가 억제효과가 있지만 사상 최대 규모의 가계부채로 인한 가계 금리 부담은 가중될 수 있다.

◆선심성 공약 지키려다 물가자극? = 최근 인수위가 발표한 국정과제 이행 부담 역시 물가관리에 역행한다. 인수위가 추정한 윤석열정부 '110대 국정과제' 이행에 필요한 재원은 약 209조원이다. 문재인정부 출범 당시 산출한 재원(178조)보다 31조원 더 많다. 인수위는 해당 재원을 지출 구조조정과 초과세수로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해는 추가세수 확보가 쉽지 않고, 경기회복세가 둔화되는 추세여서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당초 3%대에서 2% 중반대로 일제히 낮췄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7.0%로 전년 대비 3.2%p 상승했다. 연말에는 50%를 넘길 것이란 관측이다. 우리나라 국가채무 비율은 2011년 30%대에 진입한 이후 지난해까지 줄곧 30%대를 유지해왔다. 이에 비하면 최근 국가채무 비율 상승세는 매우 가파른 수준이다.

결국 국정과제 이행 부담은 물가 자극과 적자국채 누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속도조절 목소리 커진다 =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거시경제에 미칠 파급 효과를 고려해 지금이라도 정부가 '속도 조절'에 나서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성엽 고려대 경영기술대학원 교수는 "공약 이행과 물가관리 사이에서 새 정부 경제정책은 딜레마에 빠진 양상"이라면서 "지금이라도 속도조절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도 "지금 정책의 초점은 대외적 균형을 맞추는 데 둬야 한다"고 말했다.

새정부 경제팀도 물가 안정에 집중할 방침이다. 추 후보자는 지난 2일 "엄중한 시기에 우리나라 경제정책을 책임지는 기재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돼 막중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민생 안정을 최우선으로 챙기겠다"고 말했다.

["닻 올린 Y노믹스 성공할까" 연재기사]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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