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소비자물가 8.3% ↑, 주거비용 41년 만에 최대 폭 상승 … 인플레 경제 전부문으로 확산, 연준 물가대응 '더 공격적' 예상

시장 예상치를 넘은 미국 물가지표에 뉴욕 3대지수가 급락했다. 5거래일 연속 하락 마감이다. 국내 증시도 하락세로 장을 시작했다.

외환시장에서는 달러화 강세로 원달러 환율이 1282원.5원으로 거래일째 연고점을 경신하며 출발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았던 시기인 2020년 3월 19일 이후 약 2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나스닥 3.18% 급락 … 코스피 장중 1% 하락 = 12일 오전 코스피가 장 초반 1%가량 하락해 2,560대로 내려앉았다.이날 오전 9시 21분 현재 코스피는 전날보다 26.32p(1.02%) 떨어진 2565.95에서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일대비 22.77p(0.88%) 하락한 2569.50에 출발해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같은 시간 코스닥지수는 전일보다 16.57p(1.91%) 내린 849.77이다. 코스닥은 전일대비 10.88p(1.26%) 떨어진 855.46에서 장을 출발해 하락 폭을 키우고 있다.

이날 원달러환율은 한때 1285원까지 상승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오전 9시 40분 현재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7.4원 오른 달러당 1282.7원에서 등락 중이다.

전일 미국에서 발표된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시장의 예상치를 웃돌면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지속 및 긴축 강화에 대한 우려가 지속됐고 뉴욕 3대 지수가 일제히 하락한 데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감이 높아지면서 애플, 테슬라 등 대형 기술주들의 급락세 속에서 나스닥은 전일대비 3.18%, 다우 1.02%, S&P500 1.65% 하락했다.


◆강한 인플레이션 압력 확인 =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4월 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3% 올랐다. 40여년 만의 최대폭이었던 3월(8.5%)보다는 상승세가 약간 꺾여 최근 8개월 만에 처음으로 오름폭이 둔화했다. 하지만 전문가 전망치 8.1%보다는 큰 폭의 상승률이며, 전월 대비 0.3% 상승도 시장전망치 0.2%를 상승했다. 이는 인플레이션 장기화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긴축 속도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국채 10 년물 금리는 물가 지표 발표 직후 3.08%까지 급등한 뒤 장중 인플레이션발 경기 침체 우려감이 확대되면서 7bp 하락해 2.92%로 마감했다. 지표 발표 후 패드워치(FedWatch) 에 따른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75bp 금리 인상 확률은 85~90% 수준을 유지했다.

강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확인한 시장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6, 7월뿐만 아니라 이후 열리는 회의에서도 기준금리를 50bp(1bp=0.01%p)씩 올리는 '빅 스텝'을 밟을 수도 있을 것으로도 보고 있다. 특히 기준금리를 한 번에 75bp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앞서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75bp(0.75%p)를 영원히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코스피 하락세 지속, 원 달러 환율은 연고점 경신│12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에너지, 전년대비 30.3% 올라 … 5월 추가 상승 = 증시 전문가들은 4월 소비자 물가 상승 이유로 주거비와 식품가격, 항공료를 비롯한 서비스 비용이 급등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식료품 가격은 전월보다 0.9%, 전년 동월보다 9.4% 각각 올랐고 신차 구입 가격은 전월보다 1.1% 치솟았다. 전체 CPI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주거비용은 석 달 연속 0.5% 상승했고, 전년 동월보다는 5.1% 올라 1991년 3월 이후, 41년 만에 최대 폭 상승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억눌렸던 여행 수요가 회복되면서 호텔 숙박료는 1.7%, 항공운임은 18.6% 각각 급등했다.

에너지 가격은 전월보다 2.7% 떨어졌으나, 전년 동월보다는 여전히 30.3%나 높은 수준이다. 이 중 휘발유 가격이 한 달 만에 6.1% 급락하기는 했지만, 4월에 다소 진정된 미국의 휘발유 가격이 전날 다시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는 점에서 완전히 안정됐다고 보기는 어렵다.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으로 천연가스 가격 급등하면서 5월에는 에너지 가격이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 물가가 4월에 8.3% 오른 반면 미국민 소득은 5.5% 늘어 실질소득이 마이너스 2.6%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의 서민들이 임금을 비롯한 소득이 늘어도 물가급등을 따라가지 못해 생활고를 겪고 있음을 반증해주고 있다. 미 언론들은 여전히 물가가 높은 수준이어서 연준이 고강도 긴축이라는 통화정책 방향을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연준 통화긴축 강화 여전 = 증시 전문가들은 물가지표가 모두 예상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한 가운데, 주거비(5.0%→5.1%) 뿐만 아니라 항공료(23.6%→33.0%) 등 서비스 품목 관련 물가가 리오프닝 수요와 맞물리면서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하며 인플레이션 불안심리가 진정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현재의 인플레이션은 우크라이나 사태, 공급난에서만 기인한 게 아니라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일어나고 있음을 시사하며, 더 나아가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불안감으로 연결되고 있는 모습이다.

김유미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4월 미국 소비자물가에 대한 블룸버그 시장 전망 중간값은 2 분기 기준 7.6%이지만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며 "만약 2 분기가 8%내외로 물가 전망치가 상향 조정된다면 3 분기와 4 분기 전망치 역시 높아지며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감이 하반기에도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이는 연준의 매파적인 스탠스가 조기에 바뀌기 어려움을 시사한다. 김 연구원은 "그 동안 물가의 상승 요인이 비용 측면에 무게를 두었으나 서서히 임금 상승과 함께 수요를 견인하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로 시각을 옮겨가고 있는 만큼 연준의 물가 상승에 대한 대응이 공격적인 기조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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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기자 · 한면택 워싱턴 특파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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