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한양대 교수 정치외교학, 유럽아프리카연구소 소장

아프리카를 방문할 때마다 목격하는 것은 중국의 진출이 눈에 띄게 확대된다는 점이다. 중국과 아프리카의 교류 역사는 명나라 정화의 함대가 지금의 소말리아와 케냐 근처 해안에 도달한 것에서 시작한다. 이후 상당 기간 중단되었다가 재개된 것은 중국 공산당 집권 이후 아프리카 독립 국가들과 제3세계 비동맹 연합을 모색하면서다. 현재는 중국 주도의 신실크로드 전략구상(일대일로) 속에 날로 확대되고 있다.

'중국대외원조 백서'에 따르면 중국정부는 1950년부터 2009년 사이 약 396억달러를 대외 원조로 제공했는데, 이 중 45%에 해당하는 183억달러가 대아프리카 원조였다. 중국의 대아프리카 원조 방향은 2000년대 이후 8차례에 거쳐 개최된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FOCAC)을 통해 구체화됐다. 세네갈에서 개최된 2021 FOCAC은 특히 주목받았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코로나 백신의 아프리카 접근성 강화 및 가격 안정화와 아프리카 내 디지털 혁신 프로그램 도입 등의 사업에 향후 3년간 100억달러 이상의 투자 제공을 강조했다.

군사교류도 적극적이다. 탈냉전 이후 아프리카 역내에서는 안보 딜레마로 인한 군비예산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중국은 2018년 제1회 중국-아프리카 방위 안보포럼을 개최했고, 2019년 7월 16일에는 아프리카 50개국을 초청해 안보대화를 가졌다.

2017년 인도양과 접한 동아프리카 지부티의 수에즈운하 입구에 첫 중국군 기지가 설치됐으며, 대서양을 접한 아프리카 중서부 지역인 적도 기니에 해군기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지부티 해군기지는 미군주둔 지역과 10km 거리에 위치하며, 적도 기니에 해군기지가 건설되면 중국 군함이 미국 동부 해안 반대편에 상시 주둔하게 된다.

아프리카 서부에서는 나이지리아의 라고스항(港), 동부에서는 케냐의 몸바사항과 탄자니아의 다르에스살람항 그리고 모잠비크, 앙골라, 세이셸 군도, 마다가스카르에 중국의 해상보급시설이 확보되고 있다. 중국은 아프리카 역내의 반서구 정서를 외교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반서구정서 활용하며 군사협력 강화

중국의 대아프리카 개발원조는 평등호혜, 수원국 이익 중시, 주권존중을 포함한 8가지 기본 원칙을 기반으로 우대차관, 패키지형 원조 프로젝트, 구속성 원조 중심, 국유기업 중심, 투명성 원조라는 양면적인 특징을 보인다.

특히 무역과 투자 형태의 패키지형 원조는 중국의 대아프리카 원조 특성을 가장 잘 보여준다. 가나는 매년 약 15%의 전력수요 증가로 심각한 전력난을 겪어왔다. 기존 아코솜보댐의 전력생산 문제를 해소하고, 외국 에너지에 대한 의존을 벗어나기 위한 대안으로 2007년부터 브이댐 발전소 건설을 추진했다. 중국정부는 아프리카 서부지역의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해 가나 브이댐 건설사업에 개발원조 형태로 참여했다.

지원은 혼합신용방식의 패키지형태로, 총 프로젝트 비용 6억2300만달러 중 2억7000만달러는 우대 차관, 2억9300만달러는 중국 수출입은행이 제공한 수출 구매자 신용, 나머지 약 6000만달러는 가나정부 착수금으로 이루어졌다. 상업 차관과 원조를 연계한 혼합 신용은 중국정부가 대아프리카 개발원조에서 사용하는 방식이다.

중국의 원조 프로젝트에 제기되는 비판 중 하나는 대부분 중국 기술자와 노동자를 고용해 진행하면서, 현지 고용창출 효과와 기술이전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브이댐 건설사업에 고용된 약 6000명의 근로자 중 중국인은 200명 미만이었고, 나머지는 가나인으로 구성되었다. 이는 매우 특이한 사례다. 잠비아와의 사업에서 현지인 고용이 5% 미만이었던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결과적으로 현지인 고용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브이댐 건설에도 중국의 구속성 원조 모델이 적용됐다. 원조사업의 주체를 중국의 기업이어야 한다는 것을 기준으로 제시했다. 그뿐만 아니라 우대 차관 제공 조건으로 프로젝트에 사용되는 원자재나 서비스의 50% 이상이 중국산일 것을 요구했다. 그 결과 가나정부는 중국 수력(Sino Hydro)회사와 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의 종속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구조

케냐는 자원부국이 아니다. 하지만 남수단의 원유확보를 위한 통로 역할, 동부 아프리카로부터 대륙 진출을 위한 관문으로서 활용가치가 높기 때문에 중국은 케냐와의 협력관계를 모색했다. 중국은 케냐를 일대일로 사업 대상으로 포함해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2014년 중국수출입은행은 케냐 항만공사와 철도공사(수도 나이로비~몸바사항)에 38억달러 규모의 차관 지원을 계약했다.

철도 건설에 대한 차관의 총액은 지원금액의 85%인 32억3000만달러였다. 이중 무상공여가 16억3000만달러였고, 16억달러는 상업차관으로 5년 유예 12년 만기로 이자율 연 4.4%의 대출 조건이었다. 상업차관을 확보하기 위해 케냐는 몸바사 항구와 나이로비~몸바사 철도의 시설물을 담보로 제공했다.

구속성 원조의 기본으로 본계약에는 중국철도교량공사가 철도 인프라공사를 수행하고, 중국철도회사가 철도운영을 한다는 조건이 추가됐다. 2016년 몸바사~나이로비를 연결하는 전체 길이 609.3km의 철도가 완공되었고, 여객운송 및 화물운송 철도가 운행됐다.

2021년 1월 차관에 대한 대출만기가 도래했다. 하지만 실질적 물류 유동량이 예상보다 적어 차관을 상환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케냐와 중국은 부채조정협상을 통해 부채 상환일정을 1년 거치 6년 상환으로 재조정했다.

지속적인 경기침체에 빠진 케냐는 외채를 상환할 여력이 없다. 따라서 항만 및 철도 소유권에 대한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향후 케냐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중국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커 케냐가 중국 채무 덫에 빠지는 경제적 예속 관계가 형성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중국의 개발원조는 대부분 사회 인프라에 중점을 둔다. 무상원조보다 유상 채권 형태로 투자해 설치비용을 계산한 후 해당 국가에 비용을 청구한다. 또 원조사업의 주체는 중국기업이어야 한다는 기준을 만들어 국제사회의 원조 물자 및 서비스 공급 을 경쟁에서 배제시켜 원조비용을 올린다. 결국 가시적 성과물인 인프라는 수원국의 경제의존성과 집권세력의 입지를 강화시켜 아프리카 내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중국의 정치적 이해관계만 확대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러한 비판에 중국은 경제적 군사적 강제력을 갖는 하드파워 중심 외교에서 '아프리카 인재 프로그램' 같은 인력 교류, 문화교류, 중소기업 지원과 같은 소프트파워로 확대하고 있다. 수단 등지에서는 중국어 수업이 인기를 끈다. 중국정부는 여러 지역에 '공자학당'을 개원해 중국의 문화와 언어를 소개하며 대상을 민간으로 확대, 수평적이며 쌍방향적 교류를 통한 공공외교로 보완하고 있다.

중국 사례 반면교사 삼아 선택과 집중을

아프리카에 대한 우리의 개발원조는 2006년 '아프리카 개발을 위한 한국의 이니셔티브'를 계기로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대륙별로 아시아 다음으로 많다. 동시에 '한류'가 현지인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으며 선순환구조가 강화되고 있다.

우리는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의 조화속에 개방성과 포용성을 이미 담지하고 있다. 이제는 원조의 양적확대 못지않게 질적확대와 경제협력을 통한 상호이익 증대를 꾀하는 내실화 단계로 올라서야 한다. 중국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협력 분야에서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제한된 자원의 효율적 활용은 물론 해당 국가의 산업발전과 현지인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효과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김성수 한양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