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개소세 인하 연장, 밀가루·유가 보완책도 검토

정부, 5월중 민생대책 발표 … 당분간 물가급등 불가피

정부가 내달 말 종료 예정인 승용차 개별소비세(개소세) 인하 조치를 연말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좀처럼 가격이 잡히고 않는 경유, 밀가루에 대해서는 이미 발표한 가격 안정 조치를 강력하게 추진한다. 생활물가에 영향을 주는 다른 품목도 대응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정부의 강력한 대응에도 당분간 물가 고공행진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실제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지난해 11월 1.7%에서 4.2%로 대폭 상향 조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KDI 전망치는 지난 4월 발표된 국제통화기금(IMF) 4.0%, 아시아개발은행(ADB) 3.2%보다 높다. 물가상승 압력이 시간이 흐를수록 강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윤석열정부가 민간이 주도하는 성장과 낙수효과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출발부터 악재를 만났다. 더구나 악재의 원인이 국내가 아니라 대외불확실성이란 점에서 대책마련도 만만치 않게 된 셈이다.

◆대외불확실성 장기화 = 23일 정부에 따르면 물가를 둘러싼 나라 안팎 상황이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영향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유가뿐만 아니라 곡물 값이 치솟고 있다. 밀가루에 식용유 가격까지 급등곡선을 그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재기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국제 곡물 값 상승은 사료비 인상과 삼겹살 가격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대책마련에 난감한 이유는 고물가의 원인이 주로 글로벌 공급망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정책방향도 수급안정화에 집중하고 있다.

정부가 이례적으로 가공식품, 생필품목에 재정을 투입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국회에 제출한 2차 추가경정예산안에도 관련 예산이 배정됐다. 국내 밀가루 제분업체 대상으로 가격인상 최소화를 조건으로 가격인상 소요의 70%를 국고에서 한시 지원하는 방식이다.

◆정부, 관세인하도 검토 = 국제 곡물 값 급등에다 원·달러 환율 불안으로 수입물가가 급등, 국내물가를 자극하자 할당관세도 물가대책 중 하나로 제시됐다. 정부는 식용유 원료공급난으로 전년 대비 40% 가까이 급등한 국내 식용유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식용유 원료인 해바라기씨유와 팜유 등에 할당관세를 적용, 사실상 관세를 면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할당관세는 산업경쟁력 강화, 물가안정, 세율불균형 해소 등을 위해 기본관세율 40%p 범위에서 관세율을 가감해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해바라기씨유 관세율은 5%, 팜유는 8%다.

정부는 승용차 개소세 인하 조치를 포함해 고물가 대응과 서민 생활 안정을 위한 민생대책을 이달 말 발표할 예정이다.

먼저 정부는 승용차 개소세 인하 조치를 6개월 더 연장할 것으로 보인다. 개소세란 승용차를 구매할 때 교육세, 부가가치세와 함께 붙는 세금이다. 정부는 2018년 7월부터 2019년 말까지 1년 6개월간 승용차 개소세를 5%에서 3.5%로 30% 인하했고,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상반기에는 인하 폭을 70%로 올려 1.5% 개소세를 적용했다. 2020년 하반기에는 인하 폭을 30%로 되돌렸으나 이후에도 6개월 단위로 연장을 지속해 오는 6월 말까지 인하 조치를 계속하기로 한 상태다.

개소세를 6개월간 30% 인하할 경우 세수가 4000억원 가까이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미 연장에 따른 세수 감소분을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세입에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필품 대책 등도 검토 = 아울러 정부는 밀가루와 경유에 대해서는 이미 발표한 조치를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필요할 경우 보완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정부는 6월 1일부터 화물차와 택시 등 생계형 경유 운송 사업자에게 적용하는 경유 유가연동보조금의 기준금액을 리터(ℓ)당 1850원에서 1750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이번 조치가 반영되면 지원금이ℓ당 105원으로 늘어난다. 화물차 44만5000대와 버스 2만1000대, 택시(경유) 9만3000대, 연안화물선 1300대 등이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이 밖에도 정부는 각종 생활필수품과 가공식품, 음식 재료 등의 급격한 가격 인상과 유통 과정 교란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관련 업계와의 소통을 늘려 발주 상황 등을 적극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가격 추종 인상 자제를 요청하고 담합 등에 대해서는 엄중히 대응하겠다는 방침도 민생대책에 포함될 전망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유통 구조를 개선해 불필요한 가격 인상 요인을 제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문제는 다양한 대책에도 정부가 대외불확실성까지 제거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상반기 중에는 4~5%대의 높은 물가상승이 불가피하는 추세"라면서 "하반기부터는 조금은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을 4%대 이하로 낮추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닻 올린 Y노믹스 성공할까" 연재기사]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성홍식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