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관리재정수지 적자 109조·국가채무 1067조 전망

재정준칙 도입하겠다며 법인세·종부세 부자감세 예고

올해 1분기에만 나라빚이 50조 가까이 늘어나면서 연말이면 국채규모가 10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어느 후보보다 재정건전성 확보를 강조했다. 인수위 국정과제에서도 '민간주도 성장을 뒷받침하는 재정 정상화와 지속가능성 확보'를 핵심 국정목표로 내세웠다. 이를 위해 재정준칙 제도를 도입, 국채증가 속도를 획기적으로 늦추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 출범 한달도 지나지 않아 윤석열정부가 내놓은 정책은 대부분 감세 정책이다. 특히 종부세나 증권거래세 유예·개편 등 '부자감세' 논란이 거세다. 이 때문에 대책 없는 부자감세정책이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해 결국 서민증세로 이어질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9일 열린 '윤석열정부 국정과제 진단과 평가 긴급좌담회'에서 "종부세의 재산세 편입,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면제, 주식양도소득세 폐지 추진 등의 수혜자는 결국 다주택자와 대기업"이라며 양극화 심화를 우려했다.


◆성장정책은 감세로 귀결? = 민간 주도 성장을 내세운 윤석열 정부가 출범과 함께 감세 정책에 시동을 걸고 있다.

2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최근 발표한 민생안정 대책에 보유세를 내리는 방안을 담았다. 정부가 추진하는 법인세 인하 역시 수혜자는 대기업과 다주택자들이다.

정부가 발표한 '긴급 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에는 1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종부세)와 재산세 등 주택 보유세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낮추는 보유세제 개편 추진 방안이 담겼다. 종부세는 2021년 공시가격을 적용하고, 현재 100%인 공정시장 가액비율을 인하하기로 했다. 재산세는 지난해부터 공시가 9억원 이하 1세대 1주택자에 대해 구간별로 0.05%포인트(p)씩 낮춰 추가로 내리진 않았다. 이를 적용하면 종부세와 재산세 부담이 급격하게 늘어나기 이전 단계인 2020년 수준으로 낮춘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일시적 2주택자의 취득세 중과 배제 인정 기한도 1년에서 2년으로 확대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거래세인 양도세의 중과 배제 인정 기한을 같은 방식으로 늘려준 바 있다.


◆법인세 인하도 검토 = 아울러 정부는 기업의 투자 촉진과 혁신지원 등을 위한 세제지원 강화 차원에서 법인세 인하 방안을 올해 하반기 발표되는 세법개정안에 포함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도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법인세도 그렇고 상속·증여세도 그렇고 국민들 부담을 덜어드리는 방안을 집중 검토하고 있다"고 법인세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법인세 최고세율은 2000년대 이전 최고 28%에 달했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22%까지 낮췄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법인세 최고세율을 다시25%로 높였다. 과표 구간은 3단계에서 4단계로 늘렸다.

윤석열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문재인 정부 이전으로 되돌릴 것으로 보인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한꺼번에 5%p나 내리기에는 재정 부담이 있어 이명박 정부 당시인 22%로 되돌리는 방안이 유력하다.

아울러 정부는 초고액 주식 보유자 이외에 주식 양도소득세를 폐지하고, 증권거래세는 적정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이 외에 상속세와 증여세법 개정안도 올해 하반기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 = 문제는 정부의 전방위적 감세정책이 양극화를 키울뿐 아니라, 세수결손과 국가 재정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기재부가 공개한 '재정동향 5월호'를 보면, 1분기 국가채무는 981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결산 대비 42조8000억원 증가했다. 올해 연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08조8000억원, 국가채무는 1067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대선 공약 사항인 법인세·종부세 등 감세정책이 현실화되면 향후 세수 전망은 더욱 어렵게 된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22%로 낮춘다면, 문재인정부 초기 최고세율 인상 때 증가했던 법인세수인 연간 2조3000억원 이상은 덜 걷히게 된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종부세를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릴 경우, 약 4조원 가량의 세수 감소가 일어날 수 있다. 여기에 상속세, 증여세 완화, 양도소득세 감면 등 부자 감세가 줄줄이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 세수 감소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결국 서민증세로 가나 = 반면 공약이행에 필요한 재정수요는 늘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110대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 209조원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한 바 있다.

결국 재산세 등의 감세와 공약이행 예산확보, 재정준칙 도입을 위해서는 증세를 하거나 공약번복이 불가피하다. 이때문에 담배·주류 등에 대한 세금이 포함된 개별소비세나 노동자들의 근로소득에 세금을 매기는 근로소득세 범위·비율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명박-박근혜정부 당시 '부자감세 이후 서민증세'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명박·박근혜정부는 법인세 인하 등 부자감세 정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근로소득자 등 서민들에게는 증세로 일관했다. 부자감세로 결손된 세원을 서민들로부터 보충한 셈이다.

국회 예산정책처 분석을 보면 박근혜정부 임기 후반인 지난 2015년 평균 근로소득 결정세액은 160만원으로 2008년(이명박정부 1년차) 100만원에서 60%가 급증했다. 반면 근로소득자들의 연평균 급여는 3260만원으로 2008년(2530만원) 대비 28.9%(730만원) 상승에 그쳤다. 또 다른 서민증세의 대표사례가 담뱃값을 2500원에서 4500원으로 대폭 인상한 것이다. 이에 따라 개별소비세 세수의 경우 2013년 대비 62% 늘면서 내국세 증가율은 24%를 뛰어넘었다.

정세은 교수는 "감세를 하면서 재정건전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지출을 줄여야 하는데, 가장 먼저 축소되는 예산은 복지 관련 사업 예산일 것"이라며 "불평등과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복지확대를 지지할 수 있는 충분한 재원과 정의로운 세제를 기조로 한 조세재정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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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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