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펀드 수사 여전히 진행 중, 합수단이 넘겨받을 듯 … 옵티머스 펀드 미회수 투자금 95% 확인, 재수사할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검찰에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합수단)이 출범하고 금융감독원장에 검사 출신이 임명되면서 라임·옵티머스 펀드 의혹 수사가 재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라임 펀드는 1조6679억원, 옵티머스 펀드는 5194억원의 환매중단 사태로 대규모 투자자 피해가 발생한 사건이다.

4일 금융당국과 검찰에 따르면 라임 펀드 사건은 서울남부지검에 계류 중이지만 정·관계 로비의혹과 관련된 수사는 현재 진척이 없는 상태이고 옵티머스 펀드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에서 사실상 수사를 마무리했다.


이날 검찰 중간간부 인사가 시행되면서 수사팀은 새 진용을 갖추게 됐다. 금융당국과 법조계 안팎에서는 라임과 옵티머스 펀드 수사가 본격적으로 재개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금감원은 이미 라임과 옵티머스 검사를 통해 펀드의 구조적 문제를 확인했고 강제조사가 필요한 부분은 검찰에 넘겼다. 따라서 금감원의 재조사 가능성은 희박하고 남은 의혹은 검찰 수사를 통해 가려질 전망이다. 검찰은 상당기간 수사를 벌여 펀드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처벌을 진행한 만큼 펀드 운용과 관련한 비리는 대부분 밝힌 상태다. 다만 펀드 자금을 이용해 조성한 불법자금을 어떤 목적으로 썼는지 사용처에 대한 수사 여부가 최대 관심이다.

◆라임 펀드, 횡령한 불법자금 사용처 수사 불가피 = 라임 펀드를 설계·운용하면서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힌 주범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은 지난달 23일 항소심에서 징역 20년과 벌금 48억원을 선고받았다.

수사와 재판 과정을 거치면서 라임 펀드의 구조적인 문제점과 비리가 확인됐다. 라임 펀드가 국내에 투자한 규모는 1조3000억원 가량으로 주로 투명성이 낮은 비시장성(메자닌, 사모사채 등) 자산에 집중됐다. 장기 비시장성 자산에 투자함으로써 만기 때 상환을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게 됐다. 또한 기존 펀드에서 발생한 손실을 다른 펀드에 전가시키는 '돌려막기 방식'으로 부실을 계속 키웠다. 해외에 투자한 2400억원 가량의 무역금융 펀드의 경우 이미 부실이 발생했음에도 이를 숨기고 펀드를 지속적으로 판매하는 등 사기행각도 벌였다.

하지만 라임 펀드와 관련해 검찰이 펀드의 자금 흐름을 쫓아가 사용처를 확인한 부분과 정·관계 로비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수사결과가 발표된 적이 없었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이 수사를 하던 중 해체되고 이후 수사를 지휘했던 남부지검 2차장도 교체됐다. 사건은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로 넘겨져 수사가 진행됐다.

정관계 로비의혹의 핵심으로 거론되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은 현재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이강세 전 스타모빌리티 대표(전 광주MBC 사장) 재판에서 '이 전 대표를 통해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5000만원을 건넸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강 전 수석에게 '금감원의 라임 조사를 무마해달라'는 취지의 청탁 명목으로 전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강 전 수석에 대한 혐의를 입증할만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지난해 무혐의 종결했다. 이 전 대표는 대법원에서 징역 5년이 확정됐다.

김 전 회장은 '기업사낭꾼'으로 활동하면서, 라임 펀드를 설계한 이 전 부사장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라임 펀드 투자금도 기업 사냥에 대거 투입됐고, 김 전 회장은 기업 인수 과정에서 회사 자금을 1000억원 가량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회장은 라임 펀드에 돈을 댄 전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 투자한 것은 없고 펀드 투자금을 활용해 불법 이득을 취했으며 사태 무마를 위해 전 방위 로비를 벌인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전 회장은 구속된 이후 옥중편지를 통해 문재인정부 당시 여당 정치인 위주로 로비를 벌인 것은 물론이고 야당 정치인, 일부 검사 등에게 술접대를 했다고 폭로하면서 로비의혹은 일파만파로 퍼졌다.

김 전 회장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청와대 행정관(금감원 팀장)에게 뇌물을 주고 금감원 내부 문건을 빼돌리기도 했다. 해당 금감원 팀장은 2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또 김 전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 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상호 전 더불어민주당 부산 사하을 지역위원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김 전 회장으로부터 유흥주점에서 술접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난 현직 검사 3명 중 1명은 기소됐다. 해당 검사측은 재판에서 "술접대가 아니고 라임과도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김영춘 전 국회 사무총장, 기동민·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불법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받고 있지만 당사자들은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라임 의혹의 또 다른 핵심 인물인 김영홍 메트로폴리탄 회장도 전 방위 로비를 벌인 의혹을 받고 있지만 현재 해외로 도주한 상태다. 부동산 개발회사인 메트로폴리탄은 2018년 라임 펀드로부터 3500억원가량을 투자받았고 김 회장은 해당 투자금의 상당 부분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서울남부지검의 수사지휘를 받기 때문에 라임 수사가 재개되고 요청이 있으면 금감원 특사경도 투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옵티머스 펀드는 국내에서 자금이 이동했지만 라임의 경우 무역금융 등 해외로 흘러간 자금들이 많아서 실제 자금 추적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5천억대 초대형 사기 옵티머스, 로비의혹 대부분 무혐의 = 라임 펀드는 불완전판매와 함께 부실을 은폐하고 투자를 받는 등 일부 사기성이 드러났지만 처음부터 사기는 아니었다. 반면 옵티머스 펀드는 처음부터 문서를 위·조작해서 투자자들을 속인 사기 사건이다. 투자자들에게 실제로는 존재하지도 않는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라고 속여 투자금을 모았다.

펀드 판매와 상환이 반복되면서 총 투자금액이 1조5952억원에 달했고 이 중 5194억원이 상환되지 못해 투자자 피해가 발생했다.

옵티머스 사태의 주범인 김재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는 올해 2월 항소심에서 징역 40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 관계자는 "존재하지 않는 채권에 투자한다고 속여 수많은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힌 대단히 나쁜 범죄"라며 "남은 일생 동안 다시는 사회로 나올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징역 40년형을 선고했고, 다른 사기범들에게도 경각심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회계법인과 함께 옵티머스 펀드 자금의 흐름을 추적해 최종 투자처 63곳에 3515억원이 흘러들어간 사실을 파악했다. 나머지 금액은 횡령과 돌려막기 등으로 실사를 할 수 없었고, 현금·예금이나 다른 운용사로 이관된 펀드는 제외했다. 약 17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의 행방을 확인하지 못한 것이다. 강제 조사권이 없는 금감원은 자금추적에 상당 시간이 소요된다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사건은 검찰로 넘어갔다.

8개월 후 서울중앙지검(경제범죄형사부, 범죄수익환수부)은 수사·공판 중간결과를 발표하면서 옵티머스 펀드 자금이 61개 사업에 투자됐고 잔존하는 재산 4200억원을 확인해 동결했다고 밝혔다. 미상환 펀드액의 80.86%, 미회수 투자금의 95.6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4200억원 중 4119억원이 SPC 등 차명으로 돼 있었지만 검찰은 김 대표 등 관련자들이 실질적인 보유자라는 사실을 입증해 보전 조치했다.

옵티머스 사건 역시 정·관계 로비의혹이 일었고 그 중심에는 옵티머스홀딩스 회장 직함으로 활동한 일명 '신 회장', 신 모씨가 있다. 신씨는 옵티머스에 대한 금감원 조사를 무마시키겠다며 김 대표로부터 로비자금 2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비롯해 사기와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 받았으며 또 다른 사건에 대한 재판도 진행 중이다.

신씨는 더불어민주당 대권 주자였던 이낙연 전 대표의 총선 선거사무실 임대보증금 1000만원과 1100만원 상당의 가구와 복합기 임차료 등을 제공(정치자금법 위반)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됐지만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와함께 금감원 국장을 지낸 윤 모씨도 등장했다. 윤씨는 펀드투자 유치, 각종 대출 등과 관련해 금융권 인사들을 소개해준 대가로 김 대표에게 9200만원을 수수·요구한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징역 2년2월에 집행유예 4년이 확정됐다. 또 부동산 개발업체 대표인 김 모씨는 금감원의 옵티머스 사모펀드 검사 무마청탁 명목으로 2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김 대표가 작성한 '펀드 하자치유 문건'과 관련한 의혹은 대부분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문건에는 옵티머스 고문단이 회사가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역할을 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고문단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과 양 호 전 나라은행장,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등이 포함돼 있어서 정관계 로비 의혹이 일었다.

하지만 검찰은 "김 대표가 금감원 검사를 연기할 목적으로 펀드 운용 상황과 고문단의 역할 등을 과장해 작성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실제 문건에 기재된 인물들로부터 옵티머스 사모펀드 운용 및 판매와 관련해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받았다고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해 혐의 없음 처분을 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자치행정비서관실 전 선임행정관이 대기발령 중일 당시 신씨로부터 오피스텔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사용하고 그 대가로 사업을 돕기 위해 직원을 남용했다는 혐의와 관련해서도 검찰은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라임과 옵티머스 두 사건 모두 수천억원대의 자금이 비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이동했고 상당부분은 확인이 됐지만 최종 인출된 후 누구에게 전달됐는지 등 최종 사용처에 대한 의혹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했다.

["사모펀드 사태 3년 여진 계속" 연재기사]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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