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부, 논란 있는 세법 개정은 여대야소에서만 가능했다

원내1당 민주 "부자감세에 세수확충 방안 안보여" 강력반대

"윤석열정부가 부자 감세를 해주면 5년간 60조원의 세수를 감면해주는 것이다. 우리(문재인정부)가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 재난지원금을 추진할 때 재정건전성을 해친다고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반대한 것 아니냐. 재정건전성을 외쳐놓고 정권을 잡자마자 60조원을 깎아주는 세법개정안을 내놓는 게 정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난 1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이 한 말이다.

이 발언에 윤석열정부 첫 세법개정안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판단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권층만을 위한 부자감세에, 재정건전성을 확보할 방안도 없어 결사반대한다는 취지다.


◆윤정부 임기에만 60조 감세 = 4일 정부의 세법개정안을 보면 친기업·친시장을 표방한 윤석열정부의 정책기조는 단연 감세다.

우선 법인세 최고세율을 문재인정부 이전 수준(25→22%)으로 낮춘다<내일신문 6월24일자 1·10면 부자감세 기사 참조>.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등 보유세를 문재인정부 출범 이전으로 되돌리고, 상속·증여세의 납세 부담은 줄인다. 지난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던 주식 양도소득세와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는 유예한다.

정부는 세법개정안이 정부안대로 실현되면 윤석열정부 임기동안 13조1000억원의 세수가 줄어든다고 추산했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2022년 세수를 기점으로 계산하면 60조원 이상을 감세하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정부가 세수 감소분을 적게 보이게 하기 위해 매년 추가 감소분만 계산하는 '꼼수'를 부린 것이라는 지적이다.

예를 들면 내년 세수가 올해보다 6조원 줄고, 2024년 8조원이 추가로 감소하면 2년간 누적 감세액은 20조원(6조+14조)이 된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14조원(6조+8조)이라고 추산한 것이다.

답변하는 추경호 부총리│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국회사진기자단 제공

◆법 개정 문턱 높다 = 정부 세제개편안이 실현되려면 관련 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 개정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출석 과반 의원이 동의해야 한다.

4일 현재 여당인 국민의힘 의석수는 115석이다. 과반 의석(151석)을 확보하려면 다른 당 국회의원 36명을 끌어들여야 한다. 반면 원내 다수당은 더불어민주당(169석)이다. 더불어민주당만으로도 과반 의석을 넘어선다. 결국 민주당과 협치를 하지 않고서는 어떤 법안도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없는 의석구조다.

문제는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대해 민주당이 '결사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명박근혜정부도 이렇게 안했다" = 민주당의 강경한 반대 입장은 지난 1일 열린 국회 기재위 발언내용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고용진 의원은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에 대해 "MB(이명박) 정부에서 이미 실패로 판명난 법"이라며 "작년에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내고, 올해도 수출 호황으로 돈 잘 버는 기업 한곳당 400억원의 세금을 퍼주면서 부자 감세가 아니라고 하니 국민이 화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요건 완화에 대해서는 "부자도 아니고 상장 기업 대주주 일가에만 해당하는 특혜 감세"라며 "이명박, 박근혜 정부도 이렇게 노골적으로는 안 했다. 이렇게 국민 눈치를 안 보고 노골적으로 재벌과 부자 입장에서만 세제 정책을 추진하면 안 된다"고 질타했다.

김태년 의원은 "이 정도 (감세) 규모로 투자 안 할 기업이 투자하나. 그렇게 간단히 초대기업이 투자 결정을 하냐"고 추경호 부총리를 추궁했다. 그러면서 "지금 재정건전성 얘기하면서 초대기업 세금 깎아주는 게 정상적인 정책 운영인가. 새로운 세원을 발굴해도 모자랄 판"이라고 비판했다.

양기대 민주당 의원은 "코로나 이후 대기업, 자산가,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로 재원을 조달하고, 이를 활용해 중산층, 서민에 대한 재정 지출을 확대하는 세계 주요국의 경제정책과 반대로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홍영표 의원은 아예 "저 개인적으로도 그렇지만 우리 민주당이 (법인세 인하를) 동의할 수 없다. 일찍 포기하라"며 "말로는 인심 쓰세요. (세금을) 다 깎아주겠다고. 그러나 (법안은) 통과되지 않는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여소야대 돌파할 무기는 = 그동안 역대정부에서도 논란이 있는 세법개정안 처리는 여당이 다수당일 때 가능했다.

2008년 이명박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인하는 세법개정안을 처리할 때도 야당의 반대가 강경했다. 하지만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이 과반의석을 차지, 진통 끝에 국회를 통과했다. 문재인정부에서 보수층의 강력한 반발에도 법인세율과 종부세 강화법안이 처리될 수 있었던 것도 여당이 과반의석을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여당인 국민의힘 의석수는 115석으로 40%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런 여소야대 상황을 타개할 유일한 방법은 집권여당 프리미엄을 활용해 강력한 여론의 지지를 바탕으로 야당의 동의를 압박하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현재 정부 세법개정안은 부자감세 비판에 갇혀 여론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과 집권여당에 대한 민심도 좋지 못한 상황이다.

거대야당의 벽을 넘어야 하는 국민의힘이 당 내 싸움에 집중하면서 민생 문제는 뒷전으로 밀렸다. 이와 맞물려 윤 대통령 지지율도 30% 밑으로 떨어졌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현재 30%를 넘지 못하고 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무선 자동응답률 7.1%) 지난주 대비 긍정평가는 3.3%p 하락한 반면 부정평가는 4.0%p 늘었다. 대선 당시 48.56%의 지지로 당선됐지만, 윤 대통령을 지지했던 유권자 40% 이상이 불과 석 달 만에 지지를 철회했다. 야당과 협의를 거쳐 정부 세제개편안을 대폭 수정하지 않는 한 국회 문턱을 넘기가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2022년 세제개편안 분석" 연재기사]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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