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는 고향" … 떠나가는 아들 딸 앞에 말 못이어

유족들 "사고방지 왜 못했나" … 외국인 절차는 늦어

'이태원 참사' 사흘째. 희생자 시신이 유가족에 인도되면서 장례가 시작됐다. 1일 발인된 경우도 있다. 빈소가 차려진 장례식장 곳곳에서는 안타까운 사연이 이어졌다.

전주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빈소 ㅣ 지난달 31일 오전 전북 전주시 한 장례식장에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전주=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지난달 31일 오후 6구의 희생자 시신이 안치됐던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보라매병원 장례식장에는 3구의 시신만이 남았다. 이날 오전 가족 요청에 따라 3명의 시신이 연고지인 경기 광주와 대구, 서울 다른 곳으로 장례를 치르기 위해 옮겨졌기 때문이다.

이들이 떠난 자리에서 자식을 잃은 아버지 이 모씨가 마지막 딸의 얼굴을 보는 입관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이곳에 특별한 연고는 없었고 사고 직후 구급차가 이곳으로 딸을 옮겨 빈소를 차렸다"며 "내일 새벽 고향인 부산으로 떠날 예정"이라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딸의 시신은 1일 새벽 5시 30분 장례식장을 떠났다.

이씨가 장지로 향한 뒤 식장에는 현재 이란과 스리랑카인 각각 1명의 시신이 빈소를 차리지 못하고 안치되어 있다.

5명의 희생자 빈소가 차려진 서울의 한 장례식장에도 가슴 아픈 사연이 이어졌다.

24살 딸을 잃은 한 유가족은 사건 당일 밤 9시 50분쯤 "사람이 너무 많아 힘들다. 깔려 죽을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았고 곧 연락이 두절됐다고 했다. 유족은 "집안 형편이 어려워 일하느라 대학도 못 간 꽃 같은 아이를 보내 충격이 크다"며 "1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리면 당연히 사고발생 위험이 있는데 국가나 서울시는 왜 사고방지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장례식장에는 또래로 보이는 조문객들의 애도가 이어졌고 사망자 친언니는 방문객을 안고 오열했다.

같은 시간 서초구 반포동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는 참변을 당한 어머니와 딸의 빈소가 차려져 있었다. 이태원 참사 유일한 중학생 희생자인 딸과 어머니는 지난달 30일 이곳에 안치됐고 신원 확인이 된 후 빈소가 차려졌다. 친구로 보이는 교복 입은 학생들은 빈소 앞에서 눈물을 훔쳤다. 이들은 사고 당시 함께 이태원을 방문했다가 참변을 당했고 어머니의 언니는 고려대학교구로병원 장례식장에 빈소를 마련했다.

20대와 30대 희생자 2명이 있는 송파구 가락동 경찰병원 장례식장에서는 1일과 2일 성남시 영생원으로 운구가 떠난다. 29세 아들을 잃은 김 모씨는 장례식장에서 "특별히 할 말이 없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늦은 시간에도 빈소를 찾은 문상객들은 여기저기서 슬피 울었다.

◆외국인 본국 이송 등 준비 = 한편 6명 시신이 있던 용산구 한남동 순천향대학교병원 서울장례식장에는 지난달 30일 광주에서 장례를 치르기 위해 1명이 떠난 뒤 한국인 3명에 대한 조문이 시작됐다. 하지만 함께 안치된 일본인과 이란인 각각 1명의 희생자는 빈소를 차리지 못했다. 아직 가족이 찾아오지 않아 당분간 이 상태로 시신은 보관해야 하기 때문이다. 장례식장 관계자는 "아직 가족이 찾지 않아 당분간 모셔둔 상태이다"고 말했다.

내국인 장례가 치러지는 것에 비해 외국인 희생자 장례는 아직 시작되지 않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1일 현재 155명의 참사 희생자 가운데 외국인은 26명으로 이란 5명 중국과 러시아 각각 4명, 미국 일본이 각각 2명을 차지했다. 이외에 프랑스 호주 노르웨이 오스트리아 베트남 태국 카자흐스탄 우즈벡 스리랑카인이 1명씩이다. 이들의 시신은 40여개 이송 병원 중에서 17곳에 분산해 안치되어 있다.

보라매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된 20대 스리랑카 남성은 본국에 임신한 아내를 두고 입국해 공장에서 근무하다 당일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그의 시신은 곧 스리랑카로 운구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외국인 희생자의 경우 해당 대사관에 모두 통보했고 장례 일정은 사정에 맞춰서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외국인 관련한 별도의 경찰팀이 구성되어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4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러시아대사관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장례식장을 다니면서 확인하고 유가족과 상의해 장례 절차를 밟고 있다"며 "한 가족만이 유가족이 한국에 없어 장례 업체에서 위임장을 받아 장례 절차를 진행하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대사관 관계자도 "돌아가신 일본인이 2명으로 가족과 대사관은 연락을 자주 하고, 소통하고 있다"며 "다만 장례 절차까지는 모르는 상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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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철 오승완 안성열 기자 pkcheo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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