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향소 조문 사흘째 이 장관 동행

고위 관계자 "철저한 진실규명이 먼저"

여당 내부에선 "결단해야" 엇박자

친분·개각부담·국회일정 등 변수

다음주 여론흐름 '분수령' 될 듯

'이태원 참사'에 대한 관할기관들의 부실대응 정황이 잇따라 드러나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거취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이목이 쏠린다. 참사 대응 주무부처 장관으로서의 책임과 함께 사고 직후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는 발언으로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정치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처지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참사 초기 대응을 비교적 신속하게 하는 한편 국가애도기간을 정하고 분향소 및 유가족을 만나며 민심 다독이기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문책인사에서 여론을 거스를 경우 그간의 노력이 공염불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통령실 '선 진상규명 후 인사조치' = 윤 대통령은 3일 오전 9시쯤 서울시청광장 앞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나흘째 합동분향소 방문이다. 윤 대통령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검은색 정장에 검은 넥타이를 매고 분향소에 도착해 국화꽃을 헌화하고 분향한 후 참모들과 함께 묵념을 했다.

이날 윤 대통령의 조문에는 이상민 장관도 동행했다. 1일부터 시작해 사흘 연속이다. 이 장관은 앞서 전날 오전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 불참하고 윤 대통령 분향에 동석했지만 이날은 회의에 참석했다. 중대본 회의가 30분 연기됐기 때문이다.

'112 부실대응'으로 윤희근 경찰청장뿐만 아니라 이 장관 경질여론이 급격히 높아진 상황이다 보니 이 같은 동행은 이 장관에 대한 윤 대통령의 유임 의지를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3일 "어제와 마찬가지다. 재난 안전사고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동행을 하는 것"이라며 "정치적으로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해석은 지나치다"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선 진상규명, 후 문책성 인사' 기류가 지배적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3일 통화에서 "인사조치 여부와 시기를 서둘러 결정한다고 해서 이미 돌아가신 분들을 온전히 보내드릴 순 없다"며 "충격이 큰 만큼 이 사안의 철저한 진실 규명이 먼저 이뤄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사조치 문제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이 시간을 정해놓고 하는 분은 아니다"라며 "희생자들의 원혼을 달래려면 살아남은 자들이 더 노력해야 할 부분이 있고, 책임을 지우더라도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조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고위 관계자는 "조직 내에서는 잘못을 깰 수 있지만 밖에다 대고 밑의 사람들을 깎아내리는 것이 수장으로서 쉬운 일이겠느냐"며 "(문책성 인사를) 서두르는 게 거꾸로 '꼬리 자르기'나 국면전환용 인사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일각 "전면개각도 고려해야" =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이 장관을 내치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먼저 윤 대통령 스스로가 적대적 여론에 '밀리듯이' 정무적 결정을 내리지 않으려는 성향이 강하고 △이주호 교육부장관 임명으로 정부출범 5개월여 만에 겨우 채운 내각이 깨질 수 있다는 부담도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전면개각 시기를 정하지 못한 상태라는 점도 변수다.

이 장관은 현 내각에서 윤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꼽힌다. 윤 대통령의 서울 충암고, 서울 법대 직속 후배로 대선 과정에서도 후보 비서실 내 정책실에서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앞으로의 여론 흐름이 분수령이다. 이 장관에 대한 책임론이 어떻게 흘러갈지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주를 지나는 동안 정부 책임론이 격화하며 여론 지형이 더 험악해질 경우 경질 압박이 경찰 지휘부와 장관을 넘어서는 지경까지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의 한 주요 관계자는 "전면개각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상황 타개가 쉽지 않다"며 "그런데 대통령실이 고집을 부릴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결단해야 한다"며 "이 장관이 무슨 문제냐는 태도라면 곤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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