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경찰 책임론' 집중 … "이상민 거취가 기준 될 것"

'국정조사 여부·감정선 건드리는 돌출 언행' 변수로

이태원 참사에 대한 애도기간이 끝나고 진상규명과 수습책을 논의하는 '책임 정국'이 본격화됐다. 수도 한 복판에서 156명이 숨지는 초대형 참사가 터지면서 윤석열정부의 위기대응 능력도 심판대 위에 올랐다. 참사 원인과 수습과정, 재발방지 대책 등 정부의 대응책에 따라 애도기간에 미뤄진 평가가 이뤄질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미증유 참사에 대한 책임론을 놓고 여야의 시선이 엇갈리는 가운데 책임론 수위가 정치적 책임까지 확대되느냐가 관건으로 꼽힌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거취에 따라 '책임 정국'의 흐름이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답변하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ㅣ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애도기간 평가 미룬 민심 = 참사 이후 여권에 대한 국민 평가는 소폭 하락 수준을 보였다. 한국갤럽이 지난 4일 발표한 조사(1~3일. 1001명.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29%로 1주 전보다 1%p 내렸고, 국민의힘 역시 1%p 내린 32%였다. 7일 공개된 리얼미터·미디어트리뷴 조사(31~4일. 2521명) 조사에서는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34.2%, 부정 62.4%로 각각 나타났다. 1주 전보다 긍정평가는 1.5%p 하락했고, 부정평가는 0.7%p 상승했다.

이에 앞서 이태원 참사에 대한 책임소재를 물은 조사(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31~2일. 1072명)에서는 이태원 참사에 대해 정부와 지자체 책임이라는 응답이 73.1%에 달했다. 경찰의 부실 대응 뿐 아니라 국정을 책임지는 여권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에 동의한 것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거취와 관련해 56.8%가 사퇴해야 한다고 응답한 것도 같은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민심이) 애도기간에 정치권, 특히 여권에 대한 평가를 미루고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윤 대통령의 분향소 방문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데 진상규명 논의가 시작된 이번주 이후부터가 실질적 평가의 시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쇄신 요구 수용 이정표 될 것" = 더불어민주당은 정부 차원의 재난관리 시스템 부재가 참사의 근본원인이라고 공세를 펴고 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8일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재발방지 대책 마련이 진심이라면 정부가 더 신속하고 단호하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면서 "총리경질, 행안부장관 경찰청장 즉각 파면은 희생자에 대한 최소한 도리"라고 말했다.

반면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경찰에 대한 강도높은 감찰과 수사를 통한 수습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7일 열린 국회 행안위의 현안질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용산경찰서장 등 경찰의 책임론을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7일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에서 경찰의 초동대응을 질타하면서도 문책 인사 요구에 대해선 "엄연히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책임이) 있는 사람한테 딱딱 물어야 하는 것"이라며 "그냥 막연하게 다 책임져라, 그것은 현대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얘기"고 언급했다. 정부 차원의 부실대응이라는 야당의 요구에는 선을 긋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여권의 대응이 여론을 다독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여권 안에서도 경찰로 한정하는 '책임론 떠넘기기'로 비칠 경우 민심 이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의 리얼미터 여론조사와 관련해 리얼미터측은 "주 초반에는 사회적 애도 분위기에 큰 하락은 없었지만,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발언이 재조명되고 경찰의 '늑장·부실' 대처 실상이 속속 보도되며 계속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서울 지역의 긍정 평가가 전주 대비 7.3%포인트가 하락해 최대 낙폭을 보였고, 50대·가정주부도 6.2%p씩 내렸다. 이번 참사는 20·30세대 청년층에서 많은 사망자가 나온 만큼, 이들의 '부모 세대' 답변이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는 해석이다.

엄경영 소장은 "이상민 장관은 구체적 책임과 무관하게 이번 참사에 대한 정부 대응의 상직적 존재가 됐다"면서 "윤 대통령의 측근인사로 분류되는 이 장관의 거취에 따라 수습책의 진정성이나 대통령의 쇄신 의지가 평가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에 대한 문책여부에 따라 정치적 책임까지 지겠다는 이정표가 된다는 것이다.

◆국정조사 놓고 여야 공방 = 진상규명 방법을 놓고 여야가 주고받는 공방도 여론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꼽힌다. 민주당은 8일경찰의 수사와 더불어 국회차원의 국정조사를 병행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대형참사이후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수사와 재판의 결과가 나오기 전에 재난을 예방해야 하는 정부관계자들에게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먼저 묻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면서 "형사적 책임을 밝히는 수사는 특수본이건 검찰이건 특검이건 모든 수단을 강구해서 하면 되고, 수사가 국정조사를 막을 빌미가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8일까지 국민의힘을 설득한 후 9일 정의당 무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정조사요구서를 제출하겠다는 입장이다. 여권이 국정조사를 끝까지 거부할 경우 여론으로부터 고립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태곤 의제와전략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7일 주간 리포트에서 "국정조사 등 국회 차원의 제도적 틀을 거부할 경우 중도성향의 대중들을 돌아서게 만들 것이다. 여권이 '고립'된다는 이야기"라고 진단했다. 정부여당이 '광장'과 직접 부딪히게 된다고도 했다.

이와 함께 정치공방 과정에서 돌출 행동이나 실언 등이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태원 참사" 관련기사]

이명환 박준규 기자 mhan@naeil.com

이명환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