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한양대 교수 정치외교학, 유럽아프리카연구소 소장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CES)에 우리나라 51개 스타트업 기업이 참가해 무려 14개 기업이 혁신상을 받았다. 특히 바이오헬스, 인공지능에 기반한 제조업, 자율주행, 충전, 배터리 등의 e-모빌리티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대한민국의 스타트업 시장은 지난 수십년간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듭했다. 하지만 우수한 기술과 성과에도 불구하고 해외 진출은 미진한 상태다. 국내와 해외를 동시에 누비는 스타트업 기업은 전체의 5.6%, 해외시장을 목표로 하는 스타트업 기업은 0.7%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우리 기업의 혁신적인 기술은 어디로 가야할까?

온라인 인프라 구축 크게 확대

아프리카는 기회의 대륙이다. 아프리카의 스타트업 시장은 아직 작은 규모지만 세계 어느 지역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아프리카는 특히 전자정보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 인프라를 크게 확대하고 있다. 많은 투자가 필요한 오프라인 인프라 구축보다 온라인 인프라 구축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모바일을 통한 정보통신 서비스가 보편화되었고, 모바일 금융과 전자상거래 등으로 사업이 확대되고 있다. 새로운 일자리들이 많이 창출되고 있다.

아프리카 스타트업 산업에서 주목할 점은 주요 국가들이 각 지역의 테크허브(Tech Hub)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이지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냐 등이 주목할 국가다. 이들 국가의 초국가적 네트워크와 환경, 시설, 관련 제도와 지원 등은 다른 국가에 비해 잘 정비돼 있다. 소프트웨어 데이터 핀테크 상거래 사회·여가 분야가 아프리카 스타트업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이들 국가의 영향력은 주변 국가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현재까지 국내 스타트업 기업 대부분은 아프리카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고 있다. 창업진흥원과 코트라 코이카 등에서 해외로 진출하는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지만 정보 부족과 진출 과정에서의 자금 및 투자자 확보의 어려움, 전문인력 부족 등을 겪고 있다.

또한 해외시장 정보를 다루는 각종 통계에서도 아프리카는 제외되어 있다. 아직 아프리카는 머나먼 자연의 대륙으로만 기억된다. 하지만 아프리카 대륙의 무한한 사업 잠재력과 소비자, 그리고 아직은 낮은 스타트업 산업 수준은 국내 기업들에게 기회가 될 것이다.

아프리카 스타트업의 테크허브는 2019년 한해에만 50% 가까이 성장했다. 세계 스타트업 시장을 선도하는 북미와 유럽국가들은 아프리카 스타트업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우리에게도 아직은 가능성이 충분하고 기회도 열려 있다.

아프리카 스타트업 환경 및 생태계는 우리가 강점을 가진 분야와 많은 부분이 중첩되어 있다. 국내 스타트업 기업의 아프리카 진출과 협업 가능성이 향후 급속도로 커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케냐의 경우 다양한 스타트업 관련기관이 매우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그로스 아프리카(Growth africa), 사바나 펀드(Savannah Fund) 등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약 30개의 전문기관이 활동 중이다. 케냐정부는 회사설립법 개정 등 창업절차를 간소화하는 정책을 지원하고 있다.

여러나라가 앞다퉈 창업환경 조성 중

아프리카 여러 나라들은 앞다퉈 창업 환경을 조성하는 중이다. 이미 사물인터넷(IoT) AI 분야가 활성화되고 있다. 모로코의 케이윅스(KWICS)와 이집트의 유주프(Wuzzuf)는 구직자와 기업을 상호 연결하는 알고리즘 기반의 온라인 플랫폼을 제공한다.

남아공의 데이터 프로펫(Data Prophet)은 제조업 분야의 공정 순서와 설정을 최적화하면서 불량품을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나이지리아의 비트 드론(BEAT DRONE)은 농업 및 다양한 산업 분야에 드론을 활용한다.

벤처캐피털 분야의 아프리카 유입 또한 가파른 성장을 보인다. 2018년 기준 총 투자금액의 40%가 케냐의 금융 핀테크 분야인 엠페사(M-Pesa)에 집중됐다. 엠페사는 휴대전화를 이용한 결제 송금 소액금융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보건의료 분야 역시 강세다. 남아공의 아스펜 파마케어(Aspen Pharmacare)는 아프리카 지역 특성에 맞춰 유통망을 구축하고 주민들의 구매력 수준을 고려해 복제약 생산을 중심으로 저가약을 제공, 아프리카 제1 제약회사로 올라섰다. 또한 환자가 원하는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예약과 화상진료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 디지털 플랫폼 다바독(Dabadoc)은 2014년 창업 이후 모로코 알제리 튀니지 지역에서 800만명에 달하는 이용자를 확보했다.

농업기술 분야 스타트업 기업인 나이지리아 트라이브 아그릭(Thrive Agric)은 2022년 서아프리카 무역투자 허브 자금 5600만달러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위성사진을 활용해 고객의 경작지를 분석·평가해 대출을 제공하거나 직접 유통망 구축에 참여하는데, 아프리카 환경에 맞춘 비즈니스 모델로 평가받는다. 데이터 통신을 통해 농업인들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는 핀테크 기업과 협업해 금융 서비스도 제공한다. 최근 추세인 금융 인프라의 디지털화와 함께 진행되고 있다.

관광산업과 관련한 스타트업도 있다. 케냐 스타트업 기업인 호텔 온라인(Hotel Online)은 여행정보 및 컨설팅을 주 사업으로 한다. 설립 초기에는 호텔 숙박업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중·남부 아프리카 및 파키스탄 등 27개국 300여개 도시로 확장됐고, 52만달러 종잣돈으로 시작한 자본금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하드웨어적인 요소에 국한되지 않고 관광산업에 정보통신기술을 결합해 여행상품을 선택할 수 있게 해준다. 기존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모리셔스의 슬립 아웃(Sleep Out), 이집트의 트립지제르(Tripdizer)와 경쟁하고 있다.

이외에 e-모빌리티 분야에서도 아프리카 국가들의 성장이 빨라지고 있다. 아직 낮은 수준이지만 후발국 이점도 크다. 전기자동차의 판매도 꾸준하게 증가했다. 이에 맞추어 르완다의 엠퍼샌드(Ampersand), 우간다의 젬보(Zembo), 모로코의 아프리모빌리티(Afrimobility) 등 스타트업 기업들이 각지에 전기충전소를 설치하고 있다. 전기자동차 배터리뿐 아니라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배터리 시장이 확장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아프리카가 우리에게 기회의 땅 될 수도

우리 스타트업 기업들은 세계가 주목하는 우수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아프리카 환경에 맞는 '적정기술'로 전환해 스마트팜과 제조업 등 분야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국의 보건의료 스타트업도 아프리카에는 우선 필요한 기술이다. 각종 질병 진단 기술과 접목된 모바일 체계 구축은 아프리카 농촌 지역민의 건강증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2020년 기준 전세계 약 20억달러의 벤처캐피털 자금이 아프리카로 유입됐다. 아프리카의 스타트업 운영이 해외직접투자에 의한 자금 유입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국제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는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투자 유치가 감소한다. 실제 2022년 3분기 글로벌 벤처 펀딩은 전년 동기 대비 약 34% 축소된 745억달러에 그쳤다. 이는 스타트업 산업에 투자하는 평가기준이 더욱 엄격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아프리카로 자금이 유입되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우리 스타트업 기업의 혁신기술들을 현지화해 아프리카 기업들과 협력한다면, 아프리카 발전에 기여하는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높이는 동시에 청년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아프리카로 눈을 돌려 기회를 맞으러 나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