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운전 승인 늦어져 … 탄소중립 차질 우려, 주민수용성은 과제

고리원전 2호기가 내달 8일 전격 가동중단된다. 계속운전(수명연장) 승인까지 남은 절차가 많아 2년 이상 가동중단된 상태로 허가를 기다려야할 상황이다.


28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고리2호기의 설계수명은 2023년 4월 8일인데, 아직 계속운전 승인 절차가 진행 중이서 이날 바로 원자로 정지에 들어간다.

하지만 산업부와 한수원은 남은 절차 등을 고려해 재가동 목표날짜를 2025년 6월로 잡고 있다. 목표대로 실행돼도 2년 2개월(26개월) 동안 가동중단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9월 계속운전 신청서를 제출한 고리 3·4호기를 비롯 2030년까지 설계수명 기한이 만료되는 원전 10기 모두 비슷한 처지다.

고리2호기는 지난해 4월 계속운전을 신청한 이후 현재 안전성평가보고서에 대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심사가 진행 중이다. 이후 안전성평가보고서 심사 → 주민의견을 반영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 공청회 → 운영변경허가 → 예비타당성조사 → 설비개선 준비 → 운영변경허가 승인 → 시공 → 재가동 승인 등이 남아있다.

◆ 계속운전 실효성 위한 제도개선 추진 = 한수원은 고리2호기의 계속운전 신청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 "전정부에서 계속운전 전면 금지방침을 세우다보니 모든 게 중단됐었다"며 "이어 월성1호기 감사결과 발표 이후 경제성평가 지침 개발을 고려해 안전성평가까지 시행하다보니 절차가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계속운전이 늦어지면 전력수급기본계획의 발전계획은 물론 탄소중립 실현까지 모두 차질을 빚게 된다"고 우려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부터 '원전 최강국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이러한 주장은 경제계획에 전면 반영됐다. 정부는 탄소중립과 기후위기 대응을 이유로 운영허가가 만료되는 원전을 계속운전한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 일환으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실현 가능하고 균형잡힌 전원믹스 구성을 위해 원전의 계속운전을 추진한다고 명시했다. 지난해 7월 발표한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에서도 안전성 확보를 전제로 경제성·에너지안보·전력수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속운전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다만 계속운전 실효성 확보를 위한 제도개선을 추진해 가동 허가기간 만료 후 가동중단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지난해 12월에는 가동원전의 계속운전 신청기간을 기존 수명만료일인 2~5년 전에서 5~10년 전으로 늘리는 내용의 원자력안전법 시행령도 개정했다.

◆부산·울산 전력계통 보강 병행해야 = 계속운전 허가를 받더라도 계속운전 기간내 가동중지 기간이 포함돼 실제 운영기간이 단축되는 경우를 예방하기 위함이다. 실례로 고리2호기는 계속운전 승인을 받더라도 이때부터 10년 계속운전을 하는게 아니라 당초 수명만료일인 2023년 4월 8일 기준으로 10년 추가 가동할 수 있다

원자력업계 관계자는 "계속운전 승인이 늦어져 원전 가동이 중단되면 전기요금 상승으로 가계부담 증가와 기업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며 "화석연료 사용 증가로 온실가스·미세먼지 발생 증가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2030년까지 운영허가가 만료되는 10개 호기의 계속운전이 지연되면 2030 국가온실가스저감목표(NDC)인 2018년 대비 40% 감축(연평균 4.17%) 달성이 어려워진다.

다만 안전성을 전제로 한 주민수용성 확보와 전력계통 보강은 선결과제다. 일례로 원전이 몰려있는 부산·울산지역의 현재 발전설비용량은 약 15GW다. 전력당국은 여기에 신규로 예정된 발전시설 7GW를 고려해 22GW에 부합하는 전력계통 설비확충 계획을 세워놓았다.

그러나 현 정부가 추진하는 원전 신규 건립과 계속운전을 허용할 경우 부산·울산지역에만 2030년까지 4.6GW의 발전공급력이 추가된다. 자칫 송전선 부족과 전력계통 불안으로 출력제한을 해야할 상황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운영허가기간 만료 세계 원전 중 93% 계속운전 = 한편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2023년 1월말 기준 세계에서 가동중인 원전 439기중 229기(52%)가 계속운전 승인을 받았고, 이중 172기(39%)는 현재 계속운전 중이다.

또 당초 운영허가기간이 만료된 원전 252기중 233기(93%)는 계속운전 중이거나 계속운전후 영구정지했다. 운영허가 기간 만료후 폐로한 원전은 전체의 7%인 17기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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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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