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투자 9년3개월 만에 최대 … 내수판매는 약세, 3.1% 줄어

고물가·고금리에 소비심리↓… 현재 경기상황 지표 2개월째↑

올해 2월 산업 생산이 1.3% 증가해 4개월 연속 늘고, 설비투자는 10.3% 늘며 한 달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반면 소비는 3.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 증가는 반도체 업황 호조에 힘입은 바 크다. 기계장비 생산도 10% 넘게 늘었는데 반도체와 연관된 분야의 약진이 두드러졌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반면 내수와 직결된 소매판매는 3.1% 줄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고물가·고금리에 최근 먹거리물가까지 급등하면서 지갑을 닫는 소비자가 늘어난 영향이다.

◆통신·방송장비는 생산 감소 =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전(全)산업 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 지수는 115.3(2020=100)으로 전월 대비 1.3% 증가했다.

부문별로는 광공업(3.1%), 서비스업(0.7%) 등 생산이 모두 늘면서 전체 증가를 이끌었다.

광공업 중에선 반도체(4.8%), 기계장비(10.3%) 등에서 생산이 늘었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반도체 생산이 한 달 만에 증가 전환한 이유에 대해 “지난달에도 마이너스긴 하지만 수준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말씀드렸다”며 “지금 반도체 산업은 좋은 모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통신·방송장비(-10.2%)는 이례적으로 급감했다. 3월에 갤럭시24 출시가 예고되면서 2월 휴대폰 판매가 크게 준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제조업 출하는 통신·방송장비(-14.1%) 1차금속(-2.0%) 비금속광물(-8.1%) 등에서 감소했지만, 반도체(7.9%) 기계장비(9.0%) 전자부품(12.7%) 등이 늘어 전월보다 2.6% 증가했다.

제조업 재고는 전자부품(28.3%), 1차금속(5.3%) 통신·방송장비(20.8%) 등이 늘어 1.4% 증가했다.

서비스업 생산은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임대(-0.9%) 등에서 생산이 줄었으나, 숙박·음식점(5.0%) 운수·창고(1.6%) 등에서 생산이 늘며 전월 대비 0.7% 증가했다.

◆소비, 7개월 만에 최대폭 감소 = 소비 동향을 나타내는 소매판매액지수(계절조정)는 101.4(2020=100)로, 전월 대비 3.1% 감소했다. 지난해 7월(-3.1%)과 같은 7개월 만의 최대 감소 폭이다.

다만 지난달 소매판매가 크게 늘었던 데 따른 기저효과 영향이 크단 게 통계청 설명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재별로 보면 내구재, 정보통신 쪽에서 전월의 기저효과가 많은 영향을 미쳤다”며 “비내구재의 경우에도 음식료품, 화장품 등이 전월에 상당히 좋았다”고 말했다.

의복 등 준내구재가 2.4% 늘었으나,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4.8%)와 통신기기 등 내구재(-3.2%) 판매가 모두 줄었다.

설비투자는 선박 등 운송장비(23.8%) 및 특수산업용기계 등 기계류(6.0%)에서 투자가 모두 늘어 전월 대비 10.3% 증가했다. 지난 2014년 11월(12.7%) 이후 9년3개월 만의 최대 폭 증가다.

통계청은 “설비투자는 이달 다소 큰 폭으로 증가했다”며 “선박 쪽 투자가 크고, 반도체 업황이 좋기 때문에 반도체 제조용 기기 등 특수 기계에서 많이 늘었다. 기계류, 운송 장비 투자가 다 늘었다”고 설명했다.

건설기성(불변)은 건축(-1.8%)과 토목(-2.2%)에서 공사 실적이 모두 줄어 전월 대비 1.9% 감소했다.

◆기재부 “양호한 경기회복 흐름” = 현재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99.9(2020=100)로 전월 대비 0.2p 올랐다. 향후 경기 전망을 나타내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도 100.4로 전월보다 0.1p 상승했다.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2개월 연속 상승세다.

다만 경기가 완전히 회복됐다고 판단하긴 이르다. 지수가 100보다 낮으면 현재 경기 상황이 호전 됐다고 보긴 어렵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공 심의관은 “제조업 생산·설비투자가 긍정적 흐름이고 동행지수 순환변동치 등도 플러스 흐름”이라면서도 “소비는 그런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산업활동 전반이 회복흐름을 타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귀범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전산업 생산이 견조한 증가 흐름을 보이며 연초 양호한 경기회복을 뒷받침하고 있다”며 “특히 반도체 개선흐름에 더해 여타 제조업종으로 회복세가 확산되는 등 제조업 생산・수출 중심 경기 회복흐름이 더욱 뚜렷해지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내수의 경우에도 소매판매・서비스업생산의 전체적인 흐름이 작년 4분기 이후 차츰 회복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내다봤다. 투자는 연초 건설투자가 선방하고 있는 가운데 설비투자도 2월 개선되는 등 온기 확산의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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