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록 지사, 공모 호소

순천대, 공모 불참 밝혀

목포대와 순천대 공모를 통해 국립의과대학을 신설하려는 전남도 유치 전략이 중대 기로에 섰다. 당초 두 대학이 참여하는 통합의대 신설 방안이 철회되면서 지역 간 유치 갈등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어서다. 특히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가세하면서 모처럼 조성된 국립의대 설립 기회가 무산될 우려도 커지고 있다.

18일 전남도 등에 따르면 김영록 전남지사는 17일 ‘국립의과대학 설립을 위해 도민께 드리는 호소문’을 통해 공정한 공모절차 진행과 함께 지역대학 참여를 요청했다.

이날 호소문은 지난 2일 공모를 통해 단일 의대를 설립한다는 김 지사의 담화로 지역 갈등이 격화되자 수습 차원에서 나왔다.

당초 전남도는 지역갈등을 우려해 목포대와 순천대 ‘통합의대 설립’을 추진했다. 하지만 정부 입장을 타진한 결과 대학 통합을 전제로 한 통합의대 설립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라 공모를 통한 단일 의대로 선회했다.

김 지사는 이날 호소문에서 “지금처럼 논쟁과 대립이 지속된다면 앞으로 정부와 의료계 협의 과정에서 국립의대 신설 문제가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면서 “만일 국립의대가 계획대로 설립되지 못한다면 앞으로 더 이상의 기회가 있을 수 없다”고 갈등 자제를 요청했다.

그러면서 “현재 전남도 의과대학 설립은 정부의 의대 증원 일정과 맞물려 돌아가는 긴박한 상황이어서 국립의대 신설 방침과 계획을 신속히 확정해 정부에 추천해야 한다”면서 “촉박한 일정이어서 공모 방식을 통해 추천 대학을 선정하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객관적이고 공신력 있는 기관이나 대형 컨설팅업체를 위탁 용역기관으로 선정해 엄격한 절차와 합리적 기준에 따라 공정하게 (공모를) 진행하겠다”면서 “공모에 선정되지 않은 지역에는 균형발전과 상생 차원에서 특단의 보완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지사가 이처럼 갈등 자제를 요청했지만 순천대는 이날 공모 불참을 선언했다. 순천대가 불참할 경우 목포대만 참여하기 때문에 사실상 공모가 불가능해진다.

순천대는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전남도 공모가) 전남 동부권과 서부권 갈등을 조장한다”면서 “법적 권한이 있는 정부 주관 의대 신설 공모 외에는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입장은 노관규 순천시장과 지역정치권 합의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목포대 역시 당초 공모에 부정적이었지만 전남도 설득에 따라 공모에 참여키로 했다. 송하철 목포대 총장은 최근 “지역 간 갈등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통합의대가 최선의 방식이었지만 통합의대가 여의치 않아 안타깝게 됐다”면서 “최선을 다해 공모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목포대가 공모 참여로 선회하면서 순천대 입장이 한층 중요해졌다. 김 지사는 18일 이병운 순천대 총장과 노관규 순천시장을 만나 공모 참여를 요청할 계획이다. 따라서 이날 만남이 공모 진행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공모를 놓고 갈등이 격화되자 차영수 전남도의회 운영위원장을 비롯한 도의원 10명은 17일 기자회견을 갖고 “화합과 상생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도민의 평등한 의료기본권 확보를 위해 단일된 목소리를 내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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