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11개월 전이다. 지난해 5월 8일 ‘민심 0%의 나비효과’라는 기자칼럼을 썼다. 같은 해 3.8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두 최고위원(김재원 태영호)이 극우 성향의 부적절 발언으로 논란에 휘말리면서 지도부 출범 두달 만에 윤리위원회에 회부된 시점이었다. 전당대회 직전 컨벤션 효과로 최고치를 찍었던 당 지지율이 이들 탓에 하락추세를 보이자 어떻게든 반전의 계기를 찾으려던 때이기도 했다.

그때 기자칼럼을 통해 지적하고 싶었던 것은 과연 두 최고위원에 대한 초고속 징계로 당 지지율을 만회할 수 있겠는가, 오히려 근본적인 부분을 고민해봐야 하는 때 아닌가라는 점이었다.

복기해 보면 두 최고위원 막말의 레드카펫을 깔아준 것은 다름 아닌 전당대회 룰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처음과 끝을 장식했다. ‘윤심’이 노골적으로 대중들에게 드러난 장면으로 친윤 초선의원들의 ‘나경원 전당대회 출마 저지’ 연판장, 안철수 의원을 저격한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명언(?)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진짜 핵심적인 사건은 전당대회 룰 변경이었다. 당시 임시지도부였던 ‘정진석 비대위’는 국민여론조사 30% 반영 조항을 없애고 당원 100% 투표로 지도부를 선출하기로 룰을 바꿨다. ‘민심 30%+당심 70%’ 룰이 ‘민심 0%+당심 100%’로 바뀐 것이다. 민심이 끼어들 틈 없이 그들만의 잔치 성격이 돼 버린 전당대회 연설장에는 당 핵심 지지층에 구애하는 극우 발언이 넘쳐났다.

당심 100%, 아니 민심 0%의 나비효과는 지도부의 극우 발언 리스크에 그치지 않았다. 이번 총선의 충격적 참패도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거기에 닿는다. 총선참패 후 국민의힘 안팎에서도 민심 0% 룰이 아팠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민심 제로의 좁은 운동장은 윤 대통령에게 아무 이견도 제시하지 못하고 수도권이나 중도층에도 어필하지 못하는 지도부를 탄생시켰다.

김기현 전 대표와 지도부는 윤 대통령의 국정패착에 대해,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사건에 대해 옳은 소리를 하지 못했다. 뒤를 이은 한동훈 비대위도 그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고 나서 맞이한 총선 결과는 탄핵 저지선을 겨우 사수한 108석이었다. 민심 0% 나비효과의 시즌2다.

총선 참패를 겪은 국민의힘은 1년여 만에 다시 전당대회 룰 개정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민심 50% 반영 주장까지 나오지만 거기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기존처럼 30% 정도는 민심을 반영하는 쪽으로 룰을 개정하기 바란다. 그래서 다음 선거가 끝난 후 ‘민심 30%의 나비효과’라는 제목으로 국민의힘 선거 성적표를 논하는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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