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 요청에 대교협 제출 시한 연기 결정 … 의대교수 ‘사직·휴진’으로 정부 압박

대학별 의대 정원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내년도 각 대학의 학과별 모집 규모 확정이 다음달 중순까지 연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학과별 정원을 반영한 대입전형 시행계획의 제출 기한은 ‘4월 말’이지만 연기에 법적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증원에 반대하는 의대 교수들이 사직에 이어 휴진을 결의하는 등 대정부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을 심의하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24일 의대 정원 규모를 반영한 내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다음달 중순까지도 받기로 했다.

대교협 관계자는 “각 대학은 5월 중순까지 낼 수 있다”며 “변경 심의는 모든 대학으로부터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취합하고 나면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과별 정원 등을 포함한 대입전형 시행계획은 매해 4월 30일까지 대교협에 내야한다. 다만 이는 법령에 규정된 사항이 아니어서 제출 기한에 여유를 준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도 일부 대학이 뒤늦게 5월에 제출한 사례도 있다.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지 한 달이 다 되어가며 무더기 사직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의 입장이 담긴 글이 게시돼 있다. 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시간이 더 필요하다” = 앞서 정부는 지난 19일 2025학년도에 한해 대학별 여건에 따라 의대 증원분의 50~100%를 늘려 신입생을 모집하도록 해달라는 6개 국립대 총장의 건의를 수용했다.

이에 따라 각 대학은 내년 의대 신입생 규모를 정하고, 학칙을 개정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특히 일부 대학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교육부와 대교협에 전달했다. 실제로 상당수 대학은 의대 반발이 워낙 강해 아직 모집 규모를 정하지 못하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각 대학이 의대 모집 규모를 정해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제출하면, 별다른 문제가 없는 한 대교협 심의에서 뒤바뀔 가능성은 없다. 대교협 심의는 전형 절차, 방법 등에 이상이 있는지 살펴보는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대교협 심의는 5월 말까지 완료된다.

대학들은 승인된 변경 내용을 바탕으로 대학별 수시 모집 요강을 5월 말까지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심의 완료 시한 연기는 대교협 회장의 권한”이라면서도 “재외국민 전형의 원서 접수가 7월 초 시작되는데, (늦어도) 그보다 한 달 전인 6월 초에는 무슨 과에서 몇 명을 뽑을지 공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주1회 휴진 전국 확산 = 이런 가운데 증원을 반대하는 의대 교수들은 사직과 휴진으로 대정부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반면 정부는 흔들림 없이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이라 ‘의정갈등’이 날로 격화되고 있다.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을 포함해 전국 곳곳에서 일주일에 하루 요일을 정해 외래진료와 수술을 중단하는 대학병원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 총회를 열고 오는 30일부터 ‘주 1회’ 휴진하기로 결의했다.

서울아산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울산의대 교수협 비대위도 전날 총회에서 다음 달 3일부터 주 1회 휴진하기로 결정했다.

울산의대 비대위는 “장기간 비상 의료 상황에서 교수들은 정신적, 신체적인 한계로 인해 진료, 수술을 재조정 될 수밖에 없다”고 배경을 밝혔다.

충남대병원·세종충남대병원 비대위는 이번 주부터 매주 금요일 외래진료를 휴진하기로 했다.

원광대병원 비대위도 오는 26일부터 매주 금요일 수술을 중단하기로 했고, 다음 달 3일부터 매주 금요일 외래진료를 하지 않기로 했다.

충북대병원 비대위도 지난 5일부터 매주 금요일 교수들이 개별적으로 외래진료를 휴진하고 있다. 경남 진주 경상국립대병원도 외래진료를 줄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들 병원은 모두 일주일에 하루 진료와 수술을 하지 않더라도 응급환자, 중증환자 진료·수술은 지속한다.

이러한 주 1회 휴진 기류는 전국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23일 온라인으로 총회를 열고 “예정대로 25일부터 사직이 시작된다는 것을 재확인했다”며 “정부의 사직 수리 정책과는 관계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주당 70~100시간 이상 근무로 교수들의 정신과 육체가 한계에 도달해 다음 주 하루 휴진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휴진 날짜는 대학별로 결정하기로 했고, 주 1회 정기 휴진 여부는 추후 다시 논의할 방침이다.

이처럼 의대 교수들이 정부를 압박하는 와중에도, 정부는 흔들림 없이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특히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숫자를 내려놨는데도, 의료계가 협상에 응하지 않은 채 원점 재검토를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생·교수 복귀에 총력” 요청 = 한편 교육부는 의대를 운영하는 40개 대학 총장들과 영상 간담회를 연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총장들과 영상 간담회를 개최한다.

이 부총리는 모집인원 자율화를 결정하게 된 배경을 총장들에게 설명할 예정이다. 또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 등 대학 입시전형 준비와 안정적인 학사 운영을 위한 협조를 요청한다. 특히 이 부총리는 학생과 교수들의 복귀를 위해 각 대학이 총력을 다해 줄 것을 당부할 예정이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장세풍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