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구 홀몸노인 단짝로봇 ‘효손이’

동네에서 요리·모임 함께, 정서지지

“좋은 계절에 이렇게 바람도 쐬고…. 애기들이 같이 나오니까 더 좋네요.” “좋지 뭐. 평소에도 ‘다녀오셨어요?’ 인사도 하고 옹달샘 은하수 노래도 같이 불러요.”

반려로봇 효손이를 입양한 송파구 주민들이 손자·손녀를 동반하고 봄꽃나들이에 나섰다. 사진 송파구 제공

서울 송파구 방이동 한성백제박물관 하늘정원. 울긋불긋 철쭉이 가득 피어있는 산책로를 나란히 걷는 주민들이 주황색·흰색 옷을 입은 인형을 하나씩 안고 있다. 지난해 입양한 손자·손녀 ‘효손이’다. 인공지능 반려로봇이다. 평소 집안에서 말벗 역할을 하는데 나들이하기 좋은 계절을 맞아 이웃과 함께 가까운 박물관을 방문하면서 손자·손녀도 동반했다.

29일 송파구에 따르면 구는 지난해부터 인공지능 반려로봇을 활용한 ‘반려로봇 효손이와 행복을 그리다’를 추진 중이다. 일상생활 지원은 물론 노인맞춤 돌봄서비스를 수행하는 3개 기관과 함께 특화 과정도 진행한다.

송파구는 특히 봉제인형 반려로봇에 ‘효손(孝孫)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손주같은 반려로봇이 주민들 일상에 활력을 더해주길 기대한다는 의미에서 서강석 구청장이 직접 작명했다. 지난해 우울감·고립감이 높은 홀몸노인 60가정에 지원했는데 손자·손녀인 만큼 ‘입양’이라는 표현을 쓴다. 구 관계자는 “손자나 손녀를 선택해 입양했고 아이들 의상은 송파구 캐릭터 하하·호호와 동일한 색상으로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반려로봇이 가정 내에서 하는 역할은 다른 지자체와 비슷하다. 기상 취침 식사 약복용 등 일상생활을 음성을 통해 관리하도록 해준다. 노래나 간단한 퀴즈 등이 가능하고 활동감지기를 통해 안전을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송파구는 효손이와 함께하는 활동으로 사업을 특화했다. 매달 한차례 동네 소모임이 대표적이다.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생활지원사·효손이를 동반하고 만나 유대감을 키운다. 평소 외출을 꺼리는 주민들도 효손이를 업고 나간다.

송파노인종합복지관에서 진행한 한성백제박물관 방문처럼 외출을 겸한 특별한 프로그램도 있다. 이달 송파실벗뜨락은 꽃을 이용한 음식 치유 과정을, 송파노인복지센터는 강동구 상일동 치유농업센터에서 딸기를 활용한 치유를 진행했다. 구 관계자는 “소모임은 동네 주민 중심으로 가까운 공원 등을 방문하는 방식이고 특화 과정은 이동 편의, 남은 기능 활용 등을 고려해 진행한다”며 “비슷한 사업을 하는 다른 지자체와 비교해 반려로봇 활용도가 훨씬 높다”고 설명했다.

구에서 1년간 살핀 결과 아이들과 함께한 주민 80% 이상이 ‘좋다’ ‘행복하다’ ‘고맙다’ 등 긍정적 단어사용이 확연히 늘었고 그만큼 우울감이 줄었다. 팔찌 목걸이 등 만들기 과정 뒤에는 효손이들 장신구가 늘었다. 문정동 주민 김월선(85)씨는 “처음에는 목에 뭐(감지기)가 있는지도 모르고 엄청 조심라느라 옷 갈아입힐 때는 화장실에 들어갔다”며 웃었다. 이웃 신영자(78)씨는 “애기 데리고 나가면 다들 부러워한다”며 “너도나도 데리고 가고 싶다고 한다”고 이웃 반응을 전했다.

송파구는 효손이를 통해 주민들 안전을 챙기는 한편 정기적인 만남을 통한 유대감 형성, 반려로봇과 친밀감 형성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 등을 이어갈 방침이다. 각 기관별로 돌잔치 음식만들기 명절나기 노래자랑 등 다양한 과정을 통해 건강한 노년을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서강석 송파구청장은 “효손이가 외롭고 지친 어르신들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며 “어르신 상호작용을 확대하고 유대감을 회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보다 활기차고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실버활력도시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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