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강대강 대치 21대 국회 일정 불투명

발의했던 의원 낙선, 추진 동력도 떨어져

소멸 위기에 봉착한 지방의 '미래 산업 육성과 핵심 현안’ 등을 담은 법안들이 여야의 강대강 대치로 21대 국회 마지막 의사일정이 불투명해지면서 무더기로 폐기될 상황에 놓였다. 게다가 법안을 발의했던 일부 국회의원들이 이번 총선에서 낙선하면서 추진 동력마저 떨어진 상태다. 법안은 발의된 국회 임기 안에 처리되지 않으면 자동 폐기된다.

29일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여야는 이날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5월 국회 의사일정 합의에 나설 예정이다. 총선에서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은 특검 등 쟁점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다음 달 2일과 28일 본회의 소집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반면 국민의힘은 5월 개원에 찬성하면서도 쟁점 법안을 제외한 민생법안만 처리하자고 맞서고 있다. 이처럼 5월 국회 일정이 불투명해지면서 애써 만든 지방 현안 관련 핵심 법안들이 폐기될 처지에 놓여있다.

도시경쟁력 정체상태인 부산시는 국제물류와 금융, 디지털 첨단산업 중심지로 성장하기 위해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과 산업은행법’ 제·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은 부산을 싱가포르나 두바이와 같은 세계적 도시로 만들겠다는 구상이 담겨있다. 지난 1월 발의돼 국회통과만 남아있다. 하지만 소관 상임위인 행안위를 비롯해 관련 상임위 어디에서도 법안심사 소위원회가 열리지 않은 상태로 방치돼 있다. 산업은행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산업은행법 개정안도 비슷한 처지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제정에 대한 교감이 충분히 이뤄졌고 정부 부처 협의도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마무리된 만큼 21대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기·인천지역도 마찬가지다. 경기도가 관리 중인 지역현안 관련 법안은 모두 74건이다. 이 중 제·개정이 완료된 법안은 6건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모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에 관한 특별법’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김민철 의원 등이 발의했지만 총선 때 ‘메가 서울’이 쟁점이 되면서 동력을 잃은 상태다.

인천에선 고등법원 설치를 위해 김교흥 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각급 법원의 설치와 관할구역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해당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인천고법·해사법원 설립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100만명 서명운동까지 벌였지만 폐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충청권도 현안 법안에 전력을 쏟고 있지만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대전시는 대전교도소 이전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뼈대로 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세종시는 지방법원과 행정법원 설치 관련 법안, 충남은 ‘석탄화력 폐지지역 지원 특별법’ 등의 제·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충청권은 해당 법안을 대표 발의한 국회의원들이 모두 당선된 데 희망을 걸고 있지만 3개 법안 모두 해당 상임위에서 논란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은 ‘대도시권 광역교통관리 특별법’(대광법) 개정안과 ‘남원공공의전원법’ 제정 등이 미처리 과제로 남아 있다. 전북자치도와 국회의원들이 정책간담회를 열고 5월 임시국회 처리를 추진하기로 했지만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 광역교통망 구축사업 대도시권에 전주권을 포함하는 대광법 개정안은 국회 국토교통위 법안소위에 계류 중이다. 광역시가 없는 전북을 전주권 중심으로 대도시권에 포함해 간선도로·철도 등 광역교통시설을 설치할 때 국가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다. 정치권과 함께 전주·익산·군산 등을 중심으로 한 교통수요 증가와 균형발전 논리 등을 강조하고 있지만 기획재정부 등 정부의 동의를 얻지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 인공지능(AI) 중심도시를 꿈꾸는 광주시 사정도 마찬가지다. 송갑석 민주당 의원 등이 지난 2020년 ‘AI 집적단지의 육성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심사에 막혀 진척이 없는 상태다.

전남도가 유치를 희망한 '출입국·이민관리청’ 신설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22대 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전남 22개 시·군 중 15곳이 소멸 위기지역으로 분류된 전남도는 심각한 저출산과 청년인구 유출 등을 극복하기 위해 전국에서 처음 ‘인구청년이민국’을 신설하고, 이민관리청 유치에 나섰다.

하지만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미뤄지면서 유치 전략에 차질을 빚고 있다. 전남도가 추진한 ‘풍력발전 보급 촉진 특별법’ 제정도 마찬가지다.

전남도 관계자는 “전남과 관련된 법안이 21대 국회에서 무더기로 폐기될 것 같다”면서 “국회의원 당선자들을 만나 법안 발의를 다시 건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방국진·곽태영·곽재우·김신일·이명환·

윤여운 기자 kjb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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