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는 후배가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장에서 공사를 하고 있어서 들어 보았다. 규모도 크고 향후 큰 투자가 계획되고 있었다. 2016년부터 본격화된 태양광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제도는 2021년부터 일몰됐고 ESS에 대한 지원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왜 REC 정책을 시행했고 다시 일몰시켜서 더 이상 ESS가 살아남지 못하도록 만들었을까?

그 출발은 중국의 전기자동차 보조금에 있다. 2014~2015년쯤에 중국정부는 보조금 지급을 통해 전기차를 활성화하려 했다. 이 보조금만 받으면 전기차 시장에 빠르게 진입을 할 수 있었다. 이를 위해 삼성과 LG는 중국 공장을 확장했다.

하지만 중국정부가 보조금 주는 조건은 100℃에서 화재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배터리 만드는 것은 한국이 앞서지만 한국이 집중한 전지는 NCM(니켈 코발트 망간)였고 중국은 LFP(리튬인산철) 였다. 한국도 LFP 전문 회사가 등장을 했다가 모두 망한 후였다.

한국정부는 전기차 보급이 세금을 갉아 먹는다고 생각했고, 그때 현대자동차는 수소자동차를 더 중시했다. 그러니 전기차가 출시돼 시장이 바뀌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문제는 한국의 NCM 배터리가 80℃ 이상에서 불안하고 화재위험도 극대화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중국정부의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

재벌 업체만 효과 본 정부의 ESS 정책

한국정부가 해결하려고 했지만 중국정부는 인민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이를 거절했다. 국내 시장에서 현대차는 전기차를 만들지 않고 있고, 대형 배터리 사용은 ESS 시장밖에 없었다. 그래서 자동차용으로 만든 배터리를 급하게 ESS용으로 돌렸다. 정책도 REC 500%라는 최대치를 제공해 태양광을 깔았던 업체들에게 ESS 설치를 권장했던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자동차용으로 만들었던 리튬 배터리가 불이 나기 시작한 것이다. 초기에는 몇번 나지 않으니 숨기려고 했다. 문제는 리튬 배터리의 잠재적인 위험성으로 평가되는 덴드라이트 현상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화재 발생이 늘어났다.

특히 3년을 넘어서면서부터 본격화됐다. 2016년부터 설치했던 태양광 ESS에서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화재가 나자 결국 정부도 더 이상 설치할 수 없게 만들기 위해서 REC 제도를 일몰한 것이다. 그 결과로 태양광 발전소에 설치해 주고 관리했던 많은 업체들이 도산했다.

하지만 삼성과 LG는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전기자동차 시장이 열리면서 그 사이에 대형 사이즈의 배터리 필요성이 폭발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결국 그 피해는 중소기업이 볼 수밖에 없었다.

지금 보면 정부의 ESS 시장 개척은 배터리 산업 전체 밸류체인 입장에서는 국가적인 효율성이 있었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재벌만 효과를 보는 정책이었다. 세계적인 추세가 ESS 시장이 활성화되고 규모가 커지고, 특히 가상발전소(VPP, virtual power plant) 사업자들이 등장해 ESS 시장이 급성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ESS 시장의 많은 중소업체들이 사라졌고 이 사업도 결국은 재벌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중소업체에 참여 길 열어야

한국 미래를 위해 ESS 사업에 중소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 ESS 사업이 한국 미래를 결정한다는 점을 전문가뿐만 아니라 국민도 알아야 한다. ESS가 새로운 산업이고 한국의 또 다른 먹거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영균 에너지11 기술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