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임대주택 매입 10조원 … 경실련, 약정매입 개편 지적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3년간 임대주택 매입을 위해 10조8000억원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LH는 집값 하락기에도 상승한 가격을 반영해 임대주택을 사들였는데 이는 약정매입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임대주택 매입 방식에 수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일 ‘LH 매입임대주택 분석결과’를 발표하고 “주택공기업들이 집값 상승기에 주택을 마구 사들여 혈세를 낭비했을 뿐만 아니라 집값 상승을 더욱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LH의 임대주택 매입 시기별로 가격을 보면 2021년 호당 2억5000만원, 2022년 2억9000만원, 2023년 3억1000만원으로 매년 상승했다. 그런데 2023년은 집값 하락기였지만 LH의 매입가격은 더 올랐다.

경실련은 이는 LH가 대부분 약정을 체결해 구입하는 약정매입으로 임대주택을 구입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매입임대주택은 기존주택을 매입하는 기축매입과 민간에서 건축하는 주택을 사전에 약정을 체결해 준공 후 사들이는 약정매입으로 구분된다. 약정매입주택은 민간업자들이 기존주택을 사들인 후 그 자리에 다세대 주택을 새로 지어 공급한다. 신축주택을 짓는 과정에서 민간업자 토지 매입비용과 건축비 거품 등이 모두 매입가격에 반영되므로 기축매입보다 가격이 더 비쌀 수밖에 없다.

LH는 3년간 약정매입을 통해 8조7000억원어치 임대주택을 매입했다. 전체 매입금액의 80%에 해당한다. 기축매입은 2조1000억원에 그쳤다.

전체 매입금액에서 약정매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70%, 2022년 88%, 2023년 97%로 매년 늘어났지만 기축매입은 2021년 30%, 2022년 12%, 2023년 3%로 감소했다. 호당가격은 약정매입의 경우 2021년 2조9000만원, 2022년 3억원, 2023년 3억1000만원으로 늘어난 반면 기축매입은 2021년 2억에서 2022년 2억4000만원으로 늘어났다가 2023년 2억3000만원으로 낮아졌다. 2023년 주택가격 하락과 매입임대주택 가격기준 강화에도 매입임대주택 1호당 가격이 상승한 원인은 약정매입 비중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LH의 약정매입주택 유형별 매입금액은 오피스텔이 3조2000억원, 다세대 1조6000억원, 아파트 8830억, 연립 4717억원, 다가구 4543억이다. 호당가격이 가장 비싼 유형은 4억1000만원의 약정매입 아파트였다.

경실련은 LH 약정매입임대주택가격 동향을 확인하기 위해 SH가 공개하고 있는 분양원가와 매입가격을 비교했다. 비교대상은 2021년 서울지역 약정매입임대주택 매입가격과 SH 위례지구 A-1 12BL(2021년 8월 입주) 건설원가다. 이들 주택 평당가격을 구한 뒤 25평형으로 환산해 비교했다.

분석결과 SH 위례지구 25평형 분양원가는 3억4000만원이고 LH 약정매입 아파트는 이보다 3억9000만원 비싼 7억3000만원이다. 공기업이 직접 아파트를 짓는 것보다 두배가 넘는 가격을 치러야만 매입임대 아파트 1채를 매입할 수 있는 것이다.

비싼가격에 임대주택을 매입했지만 공실률은 더 늘었다. 2018년에는 공실수는 1920호, 공실률은 2.0%였다. 연도별 공실수와 공실률은 2019년 2683호(2.3%), 2020년 4596호(3.3%), 2021년 4283호(2.8%), 2022년 4587호(2.8%), 2023년 5002호(2.9%)이다. 공실수와 호당가격을 곱하면 1조621억의 세금이 낭비되고 있는 셈이다.

경실련은 “매입임대주택 건설원가 이하로 매입하도록 매입가격 기준 강화하고 신축약정매입 방식매입 전면 중단해야 한다”며 “특히 매입임대 주택 정보를 투명하게 국민 앞에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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