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휴전안 우리 요구와 멀어” … 라파 공습은 계속 이어져

수만 명의 민간인 사상자를 낳으며 반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가자전쟁이 중대 기로에 놓였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중재국 이집트가 제시한 휴전 제안을 수용키로 했지만 이스라엘이 ‘우리 요구와 거리가 멀다’며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이스라엘은 협상단을 보내 합의 도출을 시도할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와 아덱스 저항행동, 팔레스타인평화연대가 2일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한국의 대이스라엘 무기수출 금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 후 팔레스타인 현장 폭격 소리에 쓰러진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하마스는 6일(현지시간) 자체 웹사이트에 게시한 성명을 통해 “최고 정치지도자인 이스마엘 하니예 정치국장이 카타르 총리와 이집트 정보국장에게 휴전 제안 수용 결정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하마스 관리인 타헤르 알-노노는 이번 휴전안에는 휴전 재건 피란민의 거주지 복귀, 인질 및 수감자 교환 등이 포함되어 있다며 협상단이 7일 이집트 카이로에 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마스의 가자지구 부지도자인 칼릴 알-하이야는 알자지라 방송에 휴전은 42일씩 3단계로 진행되며, 2단계 휴전 중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전면 철수가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 1단계 휴전 중에는 이스라엘 민간인 석방이, 3단계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포로교환이 이뤄진다고 부연했다. 하마스 고위 관리는 그러나 “아직 휴전이 성사된 것은 아니다”면서 “하마스가 중재자의 휴전안을 수용했으니 이제 공은 이스라엘 점령 세력에게 넘어갔다”고 말했다.

이번 하마스의 휴전 수용 발표는 이스라엘군이 가자 최남단 도시 라파 공격을 위한 수순으로 민간인 소개령을 내린 가운데 나왔다. 일부 라파 지역 주민들은 휴전안 수용 발표에 거리로 뛰쳐나와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아직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이스라엘 정부 소식통은 로이터 통신에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받아들일 수 없는 완화된 이집트 제안을 수용했다”며 “그 제안에는 이스라엘이 동의하지 않는 광범위한 결론이 담겨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하마스의 오늘 발표는 이스라엘이 휴전을 거부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계략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하마스의 모든 응답과 대응을 진지하게 검토할 것이며 협상 및 인질 귀환 가능성도 세심히 다룰 것”이라면서도 “이와 함께 가자지구에서는 지속해서 작전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파 공격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실제로 이스라엘군은 대피령이 내려진 라파 동부지역 하마스 시설에 대해 전투기를 동원해 50여차례 공습을 가했다. 라파 지역은 팔레스타인 피란민들이 140만명 가량 밀집한 것으로 추산되는 지역으로 이곳에 대한 지상전은 대규모 재앙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국제사회 우려가 커 이스라엘의 뒷배를 자처해 온 미국까지 만류하고 있다. 미국은 하마스의 이번 휴전안 수용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하마스 반응에 대해 검토 중이며, 중동의 파트너 국가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밀러 대변인은 또 현재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이 문제를 실시간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전화통화에서 민간인 보호대책 없는 라파 지상전에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미국을 비롯한 중재국들의 노력과 압력이 이스라엘의 태도변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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