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고발·맞고소가 점입가경이다.

젊은 경영인 김동관(한화그룹 대표이사 부회장)과 정기선(HD현대 대표이사 부회장)이 글로벌 시장 개척에 경쟁하며 기업을 키우고 국부를 확대하는 모습을 기대했던 시장도 실망하는 모습이다. 두 사람이 국내 시장에서 으르렁거리며 기업역량을 소모하는 것처럼 보여서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그들은 촉망받는 3세 경영인에서, 그렇고 그런 재벌3세 중 한명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한화오션의 전신 대우조선해양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는 두 기업의 갈등은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수주 경쟁에서 비롯됐다. 양측의 갈등은 지난 3일 HD현대중공업 소속 직원들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한화오션 임직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면서 커지고 있다. 이들은 한화오션이 지난 3월 기자설명회를 하면서 10여 년 전 벌어진 KDDX 개념설계보고서 등 군사기밀 유출 사건에 HD현대중공업 임원이 개입됐다고 주장하며 관련 임원을 고발하고 수사기록을 공개한 것을 문제삼았다.

고소인은 한화오션이 공개한 수사기록의 당사자들이지만 HD현대중공업은 “회사차원에서도 향후 상응하는 조치들을 취해나갈 예정”이라며 확전의사를 드러냈다.

HD현대중공업은 이번 고소 이전까지는 KDDX 군사기밀 유출 사건에 대한 법원 판결(2023년 11월, 군사기밀보호법을 위반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인정하고 국내에서 계속 함정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해달라고 여론에 호소해왔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2월 HD현대중공업에 대한 계약심의회의 부정당업체 제재 심의에서 ‘행정지도’로 의결해 HD현대중공업이 국내 함정사업에 계속 참여할 길을 열었다.

한화오션은 이에 반발했지만 HD현대중공업은 해외방산시장 개척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며 KDDX군사기밀 유출사건에서 벗어나려 애썼다. HD현대중공업측은 국내 함정시장에서 한화오션과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해외시장 개척은 원팀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논리도 펼쳤다. 세계 지정학 질서가 변화하면서 방위산업시장이 확장되는 흐름에서 HD현대중공업의 논리에 공감하는 분위기도 생겼다.

한화오션은 자사 기술이 유출됐다는 게 법원 판결에서 확정된 이후에도 HD현대중공업이 실효성있는 제재를 피해가자 답답해했지만 해외시장 개척으로 빠져나가는 발목을 잡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HD현대중공업의 고소로 분위기는 변했다. 7일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이 한화오션 임직원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건에 대한 한화오션 입장’을 발표하며 “어떠한 억압에도 굴하지 않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화 입장에서는 울고 싶은데 뺨맞은 격이 됐고, KDDX 군사기밀 유출사건은 다시 여론의 주목을 받게 됐다.

정연근 산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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