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공식 일정은 2개월이 지나면 공개된다. 연준 의장은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만큼 경제금융정책 및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인사들과의 만남이나 회의 등에 대해 국민 모두가 알 수 있도록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현재 연준 의장인 제롬 파월의 지난 일정은 ‘https:www.federal reserve.gov/foia/chairman-powell-calender.htm’를 통해 누구나 볼 수 있고, 올해 1~3월까지 언제 어디서 누구와 만났는지 상세하게 기록돼 있다.

FOMC 전후 정례적 소통의 장 마련

흥미로운 부분은 파월과 재닛 옐런 미 재무부장관과의 만남이다. 두 사람은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전후에는 거의 대부분 만났다. 가령 올해 3월 연준 FOMC는 3월 19~20일(이하 현지시간) 열렸는데 파월 의장은 3월 15일 옐런 장관과 오전 8~9시까지 조찬회동을 가졌다. 그리고 3월 25일 같은 시간 재무부에서 아침을 함께한다. 월초인 5일에도 두 사람은 조찬회동을 했다. 올해 1월 30~31일 FOMC를 앞두고 18일 같은 시간에 두 사람은 조찬미팅을 재무부에서 가졌다. FOMC가 열리지 않는 달이지만 2월에도 7일 15일 22일 3회에 걸쳐 미팅을 가졌다. 2021~2023년까지 공개된 파월의 일정에서 옐런 장관과의 미팅을 조회해보면 2021년 38회, 2022년 35회, 2023년 33회로 나타난다.

유독 파월만 이런 것은 아니다. 연준 의장 시절 옐런(15대 의장, 2014년 2월 3일~2018년 2월 3일)도 재임기간 중 당시 재무장관인 제이콥 루 등과 2015년 20회, 2016년 28회, 2017년 25회 미팅을 가졌다. 다만 파월과 옐런의 미팅횟수가 더 잦은 것은 사실이다.

우리나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총재가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전후나 매월 이처럼 자주 만날 수 있을까.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아마 정부여당이 한은을 압박해 금리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독립성을 해친다며 언론이나 정치권으로부터 무수한 비난을 받게 될 것 같다.

미 연준 의장과 정치권과의 미팅도 한미 간에는 온도차가 크다. 파월의 달력에는 미 상하원 의원들의 전화(call)와 만남(meeting)이 빼곡하게 기록돼 있다. 올해 1월에는 위스콘신 브라이언 스테일 하원의원과 미네소타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 2월에는 오하이오 워렌 데이비슨 하원의원, 짐 히메스 하원의원, 조지아의 데이비드 스콧 하원의원과 만났고 웨스트버지니아의 조 멘친 상원의원과 15분간 통화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아울러 백악관 측 인사인 라엘 브레이너드 국가경제위원회(NEC) 국장과 통화도 하고 아침도 함께 먹는다. 그뿐 아니다. 2월 9일 제프 자이언츠 바이든 대통령 비서실장과 백악관에서 45분간 면담한다. 3월에는 미 정치권의 통화가 쇄도한다. 셰러드 브라운 상원의원(오하이오), 마크 워너 상원의원(버지니아), 패트릭 맥헨리 하원의원(노스캐롤라이나), 프랜치 힐 하원의원, 앤디 바 하원의원, 빌 하이징아 하원의원(미시간), 맥신 워터스 하원의원(캘리포니아), 빌 해거티 하원의원(테네시) 등등.

대선과 금융시장 변화에 따른 리스크 관리 의지 보여

결론적으로 미 연준은 재무부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정치권과 소통을 원활히 하면서 금융안정을 비롯해 경제전반을 조율해나간다고 볼 수 있다. 옐런과 파월의 공조는 재무부의 국채 신규 발행 계획(QRA, 분기별자금조달계획)에 따른 시장의 유동성 축소 등 부작용을 고려한 기존 국채 바이백(재매입)에 이어 연준의 양적긴축(QT) 축소를 통해 시중 유동성을 안정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국채 바이백은 기존 발행된 비인기 장기국채를 단기채권을 발행해 판 돈으로 매입해 시장의 유동성 공급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5월 29일부터 7월 말까지 월간 100억달러 한도로 운영된다.

연준의 QT 테이퍼링은 6월 1일부터 그동안 연준 대차대조표에서 600억달러 국채와 350억달러 모기지증권(MBS)을 매월 시중에 매각해 유동성을 흡수해왔던 긴축정책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연준의 대차대조표 규모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9조달러에서 최근 7조4000억달러까지 감소했는데, 향후 국채상환 한도를 600억달러에서 250억달러로 줄임에 따라 시중 유동성이 줄어드는 속도가 완화된다.

연준과 재무부의 세심한 시장관리 의지를 읽을 수 있는데, 11월 미 대선이라는 정치 일정과 금리정책 변동기에 과거 채권발작이나 주식시장 급변동 등과 같은 리스크를 관리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보내는 것으로 긍정적이다.

안찬수 오피니언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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