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쌀값 20만원 붕괴, 농업계 정부 쌀 매입 조치 촉구 … 농가, 농협 재고 15만톤 정부 매입 촉구
과일과 주요 농산물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산지 쌀값은 19만원선까지 내려가면서 농정 혼선이 예상된다. 농산물 가격 안정을 위한 재정이 대거 투입되면서 사실상 쌀값 안정 조치는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농산물 가격 안정화를 위해 할인판매와 공급량 확보에 치중하는 동안 산지 쌀값은 20만원선이 붕괴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15일 전국 평균 산지 쌀값은 20㎏들이 한포대에 4만7500원을 기록했다. 80㎏ 한가마로 계산하면 19만원이다.
지난해 수확기(10~12월) 평균 80㎏ 당 20만2797원이었던 산지 쌀값이 줄곧 내림세를 타고 있다. 재고 부담과 소비 부진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산지유통업체들은 단경기(7~8월) 쌀값이 전년 수확기보다 하락하는 역계절진폭 발생을 우려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쌀값 안정을 위한 격리조치를 발동할 지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가 농축산물 가격안정을 위해 1500억원 이상 재정을 투입하면서 쌀 격리조치를 위해 추가 재정을 확보하는데 진통이 예상된다.
양곡관리법에는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쌀값이 일정기준 이상 하락하거나 하락이 예상될 경우 생산된 쌀을 격리조치해 쌀값 상승을 유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가 쌀을 매입해 격리하기 위해서는 예산 투입과 기획재정부의 사전 승인이 필요하다. 정부는 매년 평균 5000억원 가량을 쌀 격리조치 예산으로 사용해왔다.
하지만 올해 과일가격 상승 등 농산물 주요 품목 가격 급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가격 안정화에 맞춘 재정 투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농식품부 장관이 섣불리 쌀 격리조치를 결정할 환경이 아니라는 뜻이다.
농민과 농민단체는 정부의 쌀 매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농협 벼전국협의회는 14일 개최한 ‘2024년 정기총회’에서 정부에 농협 재고 15만톤 매입 등 추가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협의회는 “농협 벼 건조저장시설(DSC)들은 농가의 경영 안정을 위해 지난해 쌀 생산량(370만톤)의 25%에 달하는 사상 최대물량인 90만톤을 매입했다”며 “최근 산지 쌀값 하락과 쌀 소비 감소에 따른 벼 재고 체화로 큰 어려움을 겪는 데다 DSC의 노후화와 벼 보관기간 증가에 의한 미질 저하로 고충이 배가돼 올 수확기 벼 매입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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